이팔분쟁 뒤 감춰진 팔레스타인 여성들 

[김양균의 현장보고] 분쟁사 알려지지 않은 여성 삶 주체적 기록영상… ‘침묵’·‘그리고 우리는 여전히’·‘꿈’  

기사승인 2020-10-28 1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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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랩] 김양균 랩장·기자 = “내 침묵은 날 보호하지 못했다. 당신의 침묵도 당신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기록영상 ‘The Silence(침묵)’ 중에서

몬스터랩이 팔레스타인 여성에 대한 기록영상을 공개한다. 사단법인 아디의 도움으로 입수한 영상은 ‘The Silence(침묵)’, ‘And We’re still resisting(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Dream(꿈)’ 등 세 편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출연과 제작 모두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진행했다. 

기록영상은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점령 하에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여성의 삶을 당사자 스스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국내 언론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팔분쟁의 대결적 구도로 집중해온 것이 사실. 이번에 공개되는 영상은 이로부터 시선을 확장해 피점령민, 특히 여성의 삶을 집중 조명했다는 점에서 희소성과 의의를 갖는다. 

국내에서 중동의 여성운동을 다룬 보도는 있었지만, 중동의 대표적 분쟁지역인 팔레스타인 여성의 삶을 집중 조명한 사례는 흔치 않았다. 본지는 지난해 <미투 비껴간 팔레스타인 깨어난 여성인권 포스>에 이어 두 번째로 현지 여성의 삶을 보도한다. 영상은 피점령민의 삶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폭넓은 시각를 전할 것이다. 

이팔분쟁 뒤 감춰진 팔레스타인 여성들 
▲여아가 한쪽 눈에만 화장을 하는 장면은 모친으로 상징되는 성인 여인이 폭력 때문에 멍이 든 모습과 겹쳐지며 팔레스타인 여성이 처한 현실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사진 편집=이희정 

팔레스타인 여성의 삶은?

팔레스타인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팔레스타인 총 실업률은 25.9%이며, 이 가운데 남성 실업률은 22.5%인데 반해 여성 실업률은 39.5%에 달한다. 남성 실업률보다 곱절 가량 많은 여성 실업률은 여성의 사회 참여 기회의 봉쇄와 이들을 빈곤계층으로 편입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여성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이스라엘 점령하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유엔 UPR(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을 보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C 지역 내 약 7만 명의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이스라엘 불법 정착민에 의한 성폭력, 신체적 폭력, 재산 피해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여성 인권특별보고관은 팔레스타인에서 투옥, 강간, 근친강간, 가정 폭력, 자살 등이 포함된 많은 형태의 젠더 폭력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점령폭력(Occupation-related Violence)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또 팔레스타인 여성단체인 ‘Women’s Centre for Legal Aid and Counselling’(WCLAC)에 따르면, ▲2014년 27건 ▲2015년 15건 ▲2016년 18건 등의 ‘명예 살인’이 발생했다. 그 수치는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단체는 팔레스타인의 경제침체와 정치적 충돌로 인한 생계 위협에 놓인 남성 가장의 심적 부담감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기록영상은 사단법인 아디가 올해 여성폭력 대응과 예방책 등의 마련을 위해 실시한 ‘팔레스타인 여성지원센터’ 교육 과정을 수료한 현지 여성 활동가들의 첫 작품이다. 이동화 팀장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가부장제 사회라는 이중의 억압 속에서 지내고 있다”면서 “그들은 스스로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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