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장윤주 “미워할 수 없는 미옥, 믿었죠”

기사승인 2021-01-3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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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장윤주 “미워할 수 없는 미옥, 믿었죠”
사진=배우 장윤주.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모든 장면에 진심을 담아서, 미옥을 믿었어요. 사랑했어요. 그게 가장 큰 마음의 결단이자, 준비이지 않았나 싶어요.” 모델 겸 배우 장윤주가 열렬히 사랑을 고백한 미옥은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에서 그가 연기한 역할이다. 영화 속 세 자매 중 셋째인 미옥은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로, 술독에 빠져 자신의 기분에 따라 거침없이 행동한다. 주변인을 괴롭히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화상으로 만난 장윤주는 늘 술에 취해 있는 미옥이 “밉지 않았다”며 웃었다. 

“처음엔 시나리오를 보면서 ‘미옥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계속 생각했어요. 고민이 점점 깊어졌죠. 그러다가 김선영 배우의 조언대로 미옥을 사랑하기로 결심했어요. 이후에 미옥을 다시 보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부분이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어글리’할 수도 있는 미옥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장윤주의 마음은 통했다. 그가 바란 대로 미옥은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스크린에서 살아 움직인다. ‘세자매’ 속 장윤주는 ‘베테랑’ 이후 두 번째 연기 활동임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 쓸데없어 보이는 걸 묻고,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노란 머리의 미옥을 관객이 조금씩 응원하게 되는 것은 캐릭터에 진심을 쏟은 장윤주의 연기 덕분이다.

“영화 시작 전부터 이 작품, 역할을 하기로 한 이상 내가 가진 이미지나 커리어를 모두 내려놓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마음 먹었죠. 무엇보다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연기할까 봐 걱정했는데, 영화를 보니 저 혼자 튀지 않고 잘 섞여 있어서 안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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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배우 장윤주. 에스팀엔터테인먼트

노란색으로 탈색한 머리카락도, 눈에 들어오는 의상들도 모두 미옥을 위한 장윤주의 선택이었다. 작품을 두고 고민하던 중 ‘머리를 탈색하면 캐릭터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친구의 조언을 따랐고, 미옥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기 위해 직접 쇼핑을 나서기도 했다. 장윤주는 “외형적인 변화가 캐릭터를 만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작품 속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이 독특하죠. 캐릭터를 위한 메이크오버가 필요했어요. 미옥의 노란색 머리가 일종의 가면이었던 셈이죠. 미옥은 어떤 옷을 입을지 상상하며 의상을 직접 사러 다닌 것도 재밌는 과정이었어요. 실제로 제가 산 의상을 많이 입기도 했고요. 영화에서 제가 자주 입고 나오는 노란색 점퍼도 제가 산 거예요.(웃음) 저는  외적인 부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서, 그런 변화에 도움을 많이 받았죠.”

함께 연기한 배우들도 장윤주에게 큰 힘을 줬다. 세 자매 중 첫째 희숙과 둘째 미연을 연기한 배우 김선영과 문소리는 작품 밖에서도 ‘막내’ 장윤주의 든든한 언니들이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따뜻한 조언과 응원을 얻었다. 장윤주는 “언니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게 큰 영광이었다”고 강조했다.

“문소리 선배는 감독과 프로듀서 경험이 있어서 영화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있어요. 섬세하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골라내고 살려내는 능력이 있죠. 그러면서도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 있어요. 김선영 선배는 연기할 때 생각지도 못한 파워가 나와요. 매 테이크를 다르게 연기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김선영 언니가 연기하는 걸 보고 있으면 막 빠져들어요. 그리고 두 분 모두 내면에 따뜻함이 있는 사람들이죠. 두 배우 언니들과 함께 연기한 게 저에겐 아주 큰 경험이 된 것 같아요.”

[쿠키인터뷰] 장윤주 “미워할 수 없는 미옥, 믿었죠”
▲사진=배우 장윤주. 에스팀엔터테인먼트

배우로서 단 두 작품. 장윤주는 단 두 작품으로,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가 됐다. 앞으로도 그의 연기를 계속 볼 수 있을까. 장윤주에게 연기의 매력을 물었다. 그는 “아직 매력을 말하기는 어렵고, 이제 알아가고 친해지려는 단계”라며 “작품을 열 개 정도 하고 나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한 뒤 환한 웃음을 지었다.

“배우로서 성장했다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저는 굉장히 신중하거든요. 좀 집요해요. 연기에 관해서도 끝까지 고민하고 의심했죠. 그런데 ‘세자매’를 하고 나니 연기를 앞으로 계속하고 싶다, 연기와 더 친해지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다양한 의상을 소화할 자신은 있어요.(웃음) 앞으로도 재미있는 역할이 주어지면 진심을 다해 자신 있게 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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