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새해전야’ 어쩌다 넘치는 볼거리, 어쩌다 부족한 재미

기사승인 2021-02-04 06: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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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새해전야’ 어쩌다 넘치는 볼거리, 어쩌다 부족한 재미
영화 '새해전야'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새해가 되기 전 일주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새해전야’ 속 등장인물들은 정작 새해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각자의 좋지 않은 상황을 극복해내는 것에 몰두해 있다. 어쩌다 마주친 우연이 필연이 되듯, 개성 넘치는 네 커플은 어쩌다 찾아온 새해를 웃으며 마주할 수 있을까.

‘새해전야’(감독 홍지영)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보편적인 고민에 빠진 네 커플의 이야기를 다뤘다. 재활 트레이너 효영(유인나)은 강력반 형사 지호(김강우)에게 신변 보호를 요청하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연인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아르헨티나로 떠난 진아(이연희)는 와인 배달원 재헌(유연석)을 만나고, 오월(최수영)과 오랜 연인인 패럴림픽 국가대표 래환(유태오)은 에이전트 문제로 갈등을 겪게 된다. 직원에게 사기를 당한 여행사 대표 용찬(이동휘)은 중국에서 온 예비 신부 야오린(천두링)과의 결혼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끙끙댄다.

‘새해전야’의 홍지영 감독과 김강우, 이연희는 2013년 영화 ‘결혼전야’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감독 리처드 커티스)가 크리스마스의 마법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커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새해전야’는 1월 1일로 넘어가는 새해 첫날에 초점을 맞췄다. 우울하고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는 이들의 이야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답답한 일상을 이어가는 현재의 관객들에게 시의적절한 위로가 될 수 있다.

[쿡리뷰] ‘새해전야’ 어쩌다 넘치는 볼거리, 어쩌다 부족한 재미
영화 '새해전야' 스틸컷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바깥나들이와 여행이 어려워진 관객들에게도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2019년 11월부터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지난해 1월까지 촬영된 영화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청계천, 남산타워, 명동, 신촌 등 서울 곳곳을 활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또 한국에서 가장 먼 아르헨티나에서 촬영된 장면들도 여행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잠깐이나마 느끼게 한다. 김강우, 유인나부터 이연희, 유연석, 이동휘, 유태오 등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확실한 콘셉트와 볼거리가 넘치는 것에 비해 이야기의 개연성과 완성도는 아쉽다. 이혼의 아픔을 겪은 효영과 지호 커플 외에 인물들은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어려움을 겪는다. 새해의 마법으로 해피엔딩이 될 거란 걸 알고 있는 관객에겐 인물들에게 일부러 주어진 시련이 억지스럽게 느껴질 여지가 있다. 또 여러 에피소드가 교차하는 만큼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아 사건의 전개와 해결 과정이 단순한 편이다. 이혼과 이별, 장애와 국제결혼 등 각 커플의 이야기가 다양한 점은 좋지만, 모든 커플의 이야기가 로맨스로만 흐른 점은 아쉽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지만, 편차가 큰 편이다.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김강우의 연기가 중심을 잡고, 이동휘가 자유롭게 뛰어놀며 숨통을 트인다. 옴니버스 영화답게 같은 공간에서 출발한 네 커플이 서로 마주치고 지나치며 인연이 닿는 지점들을 지켜보는 것도 영화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감상법이다.

오는 10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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