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손보험과 과잉진료, 누구의 책임?

기사승인 2021-02-11 04: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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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손보험과 과잉진료, 누구의 책임?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국민이 이용하고 있다. 비싼 비급여 항목은 물론이거니와 감기로 인한 가벼운 진찰료까지 진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여나 갑작스럽게 병이 생기거나 수술을 해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도 가입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가입자가 늘었고, 가입자는 진료비 부담이 줄었고, 그렇게 되면 의료진 입장에서도 이득을 봐야 하는 상황인데도 이들 간 갈등을 날로 심화되고 있다. 실상은 서로를 보완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갉아먹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진료를 보기 전 실손보험 유무부터 물어보는 병원 때문에 의료비와 보험료가 오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도 과잉진료, 비급여 풍선효과(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비급여가 지속적으로 추가되는 현상) 등으로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며 비급여 관리가 선행되지 않으면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단체는 낮은 의료수가체계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비급여로 메워오고 있고, 이는 환자-의료기관 간 사적계약 영역이며, 오히려 저렴한 의료비 때문에 국민들이 의료쇼핑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쇼핑에 관한 문제의식을 갖기 전까진 ‘과잉진료’부터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환자 입장에서는 의료진의 권유대로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료비’에 대한 인식이 한참 낮아진 것도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었다. 가격에 대한 고민이 없으니 의료서비스를 받는 게 쉬워졌고, 그러다보니 조금 비싼 진료도 거리낌 없이 받을 수 있게 돼 이런 구조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던 것이다. 환자가 의료비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면 의료진도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권할 수 없다. 수백~수천만 원이 드는 항암제를 쉽게 권유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정부가 아무리 비급여 관리를 강화한다고 해도 ‘비급여’라는 게 있는 이상 의사와 환자들의 관심을 끄는 다른 비급여 항목이 생겨나는 것을 막진 못한다. 일각에서는 비급여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환자들이 비용의식을 가졌을 때 시장경제에 의해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터무니없이 비싼 병원,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병원은 도태되고 제공 서비스에 합당한 수준의 가격을 받는 병원은 살아남는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 

환자들이 가격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실손보험료나 비급여 가격을 올리는 식은 곤란하다. 이득 보는 사람 없는 이 구조에 대해 국민과 보험사, 그리고 의료계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당장 앞에 놓인 손해보다 더 큰 부작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합의를 봐야 한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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