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통신] 집은 못 사도 주식은 산다

"설 세뱃돈으로도 주식"...미성년 증권 계좌 증가
'주린이' 노린 투자 상품 사기 극성... '주식리딩방' 의심해야

기사승인 2021-02-22 11: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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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통신] 집은 못 사도 주식은 산다
하늘에서 본 여의도 금융가.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요즘 사람들이 모였다 하면 온통 주식 얘기뿐이다. "주식해?"라는 말은 흔한 인삿말이 됐다. 주머니 사정에 예민한 주부들도 마찬가지다. 몇 달 전만 자신을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로 주식 투자 초보자를 뜻함)라고 소개했던 동네 엄마는 어느새 해외장까지 따져보는 경지에 다다랐다.  

◇적금보단 주식…늘어난 '마마·파파개미'

최근 주식 투자로 재테크하는 '마마·파파 개미(엄마·아빠 주식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 속에 투자를 안하면 목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코스피가 3000선까지 뚫자 평소 주식에 큰 관심이 없던 계층도 투자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다. 

치솟는 집값과 전세금도 사람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며 정보 비대칭성이 크게 줄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경기도 산본에 거주하는 임모씨(32·여)는 "예·적금 이자가 너무 낮아서 주식을 시작했다"면서 "연금저축보험이라고 생각하고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해 장기적으로 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일 재태크 카페와 맘카페 등에는 적금 만기 이자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해 2월5일 하나은행이 내놨던 '연 5%' 1년짜리 적금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연 2.0%도 받기 힘든 초저금리 시대에 하나은행이 내놨던 최고 연 5% 금리의 적금 특판 '하나 더 적금'에는 140만명 가까이 몰려 4000억원 가까운 돈을 넣었다. 그런데 1년 동안 열심히 매월 30만원씩 넣어 손에 쥔 이자는 약 8만원에 불과했다. 

주부 이모씨는 "1년을 열심히 넣었는데 이자는 치킨 4마리 값"이라면서 "차라리 주식을 할 것 그랬다"고 토로했다. 재태크 카페에서도 "만기 해지하고 절반은 주식 투자했다" "이자로 ○○ 1주 샀다" "그때 삼성전자 같은 주식에 투자했으면 수익이 더 나왔을 것" 등의 말들이 나왔다.
   
주식으로의 머니 무브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한 해 동안 14조4000억원이 줄었다. 지난달에도 전월보다 4조4000억원이 감소했다. 

반면 올 초 코스피가 3000선에 안착하면서 증시 투자자예탁금(장내 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68조~70조원대를 오가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1월 증기 투자자예탁금은 평균 68조952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8%(6조7000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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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계좌 개설 신청서. 사진=임지혜 기자

◇경제 교육·절세 효과에 미성년자 주식 투자 증가

미성년자 주식계좌 수도 지난 한 달 동안 4만개 가까이 늘었다. 미성년자의 경우 비대면 가입이 불가해 증권사 지점 또는 은행에 직접 방문해야만 증권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음에도 가입자는 증가했다. 

아이의 용돈을 모아 주식 투자를 잘 만 하면 목돈을 만들 수 있는데다 절세 효과도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만 18세 미성년 자녀에게는 10년마다 2000만원어치 주식을 증여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비과세 적용 기간을 잘 이용하면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4000만원 가까이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경제교육은 덤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으로 자녀의 증권 계좌 개설을 상담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 역시 "주식 계좌 개설을 위해 방문하는 고객 수는 줄지 않고 매달 일정하다"고 설명했다.

두 아들을 둔 김모씨(36)는 "증권사 지점뿐만 아니라 은행에서 증권 계좌를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서류만 들고 가까운 은행에서 원하는 증권사 계좌를 만들었다"면서 "꾸준히 아이 앞으로 삼성전자같은 우량주를 사왔고 이번 설 명절에 세뱃돈으로도 주식을 사줬다"고 말했다.

주부 유모씨(40·여)도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마침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최근 뉴스를 보면서 주식 투자를 해보고 싶어해 경제 교육을 할 겸 이번에 증권 계좌를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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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리딩방 광고.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신중한 투자 필요…'사기' 주식리딩방 의심해야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일각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려 섣부르게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좀 더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에 투기에 가까운 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사례는 뉴스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자칫 예금보다 나은 수익은커녕 원금마저 까먹을 공산이 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더욱이 최근 주식을 처음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투자 사기 피해도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시황방' '실전투자' 등의 키워드로 오픈채팅, 유튜브 등을 검색하면 유사자문 서비스가 쏟아진다. 문제는 이 중 일부는 과장·허위 광고로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 챙긴다는 것이다. 

한 주식리딩 오픈채팅방을 직접 들어가 보니 '대박주를 찍어 준다'며 유료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광고 링크가 쏟아졌다. 무료 리딩방은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운영진이 투자자문 자격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실제 직접 무료 주식리딩방에 입장해 확인해보니 운영진이 추천한 몇 개의 종목은 전날 보다 하락했다. 더구나 무료 주식리딩방 정보가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인지도 알 수 없어 자칫 잘못하면 '작전' 세력의 피해자가 되기 십상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 5만여건 중 투자자문(컨설팅) 관련 상담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급증한 2025건에 달했다고 한다. 주식 관련 소비자 상담도 217건으로 123.5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피해호소 사례가 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구제받기는 만만치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소비자원이 업체에 환불을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해 12월 자료에서 "이들은 투자자문업과 달리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인 금융사가 아니며, 금융당국의 감독 대상도 아니므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