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LCK] 1R 종료… 담원 잡을 팀 어디 없나요?

기사승인 2021-02-20 09: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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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LCK] 1R 종료… 담원 잡을 팀 어디 없나요?
LCK 스프링 스플릿 순위표. 네이버 스포츠

[쿠키뉴스] 문대찬, 김찬홍, 강한결 기자 =종로에 위치한 롤파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전장입니다. 이곳에선 매주 시즌 우승, 더 나아가 롤드컵 진출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LCK 10개 팀들 간의 격전이 벌어집니다. [방구석 LCK]는 쿠키뉴스 e스포츠 담당 기자들이 그간의 LCK 경기를 돌아보고, 자유롭게 나눈 이야기를 담은 유쾌한 회의록입니다. 

문대찬 기자 : 정신없이 1라운드가 지나갔어요. 다들 어떻게 봤나요?

김찬홍 기자 : 일단은 예상과 반전이 가득했던 1라운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체적인 판도는 예상한 부분에서 크게 빗나가진 않았지만, DRX의 약진과 더불어 T1의 반전은 정말 예상 못했습니다. 사실 T1에 대한 기대가 컸거든요.

강한결 기자 : 전반적으로 봤을 때 결국 담원은 1강이 맞았네요. 현재로선 리브 샌드박스가 1약으로 굳어지는 모양새지만 대신 2위부터 9위까지는 정말 경쟁이 치열했어요. 2위 젠지와 9위팀 프레딧의 승차가 3밖에 안 나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하위권팀이 상위권팀에게 일격을 가하는 게 올 시즌엔 더 이상 이변이 아닌 느낌이네요. 

문대찬 기자 : 사실 저는 리브에 대한 판단도 보류하고 싶어요. 현재 최하위로 처진 건 맞지만 그렇다고 미래가 아주 깜깜하다, 이런 건 아니었거든요. 2라운드부터 1군에 등록될 ‘프린스’ 이채환 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한 번쯤은 기회가 올 거라고 봅니다. 이채환 선수는 김목경 감독의 오랜 ‘최애픽’이라고 해요. 감독님의 안목이 빛을 발할지 궁금하네요. 

김찬홍 기자 :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리그 질적 수준이 떨어질 거란 우려도 있었잖아요, 현재로선 경쟁력이 오히려 올라갔다는 인상입니다. 신입생인 프레딧 브리온도 지난해 롤드컵 우승팀인 담원 게이밍 기아를 잡는 등 예상 외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죠. 

문대찬 기자 : 다만 저는 노파심도 있어요. 지난 몇 년간 해외 팀들에게 자주 얻어맞았잖아요. 현 LCK의 경쟁력이 상향평준화가 된 것인지, 하향평준화가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담원 기아도 지난 시즌만큼의 압도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MSI 등 국제대회가 그래서 필요한 건데, 시국 탓에 이번에도 개최가 불투명하다죠.
[방구석 LCK] 1R 종료… 담원 잡을 팀 어디 없나요?
담원 기아의 미드라이너 '허수' 쇼메이커

▲ 그래도 담원이니까

문대찬 기자 : 리그 1위, 담원 기아에 대한 얘기를 해봅시다. 

강한결 기자 :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지난 시즌 담원을 S+로 매긴다면 지금의 담원은 A+랄까요. 일단 ‘칸’ 선수가 굉장히 잘해줬지만, 지난해 ‘너구리’ 선수의 포스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그리고 ‘캐니언’ 선수의 경우 메타의 원인인지, 선수 개인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만 스마트한 인상보다는 피지컬에 의존하는 느낌이 강하네요. 

김찬홍 기자 : 일단은 강한 힘으로 찍어 누르는 지난 시즌의 필승 공식에선 벗어나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상체가 날뛰고 하체가 단단히 받쳐주는 그림이었는데, 메타의 변화와 더불어 김정균 감독의 스타일에 맞게 변화를 주고 있다고 봐요. 여전히 담원 기아는 강한 것 같아요. 지난해에 비해 라인전 자체에서의 힘은 조금 덜하다는 일부 관점도 있지만 현 시점 LCK에서 담원 기아를 막을 팀은 없다는 생각이네요.

문대찬 기자 : 담원 기아에 대한 일부 우려스러운 시선이 있는 건 프레딧에게 일격을 당한 경기가 충격적으로 기억에 남아서겠죠. 프레딧이 담원 기아를 2대 0으로 잡은 그 경기는 아직도 미스터리해요. ‘쇼메이커’ 선수가 그렇게 고전하는 건 처음 봤어요. 

강한결 기자 : 담원에 대한 기대치가 유난히 높은 탓이겠죠. 리그 최고의 강팀이라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2라운드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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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의 정글러 '표식' 홍창현

▲ DRX, 공중분해 된 팀 맞아?

김찬홍 기자 : 사실 1라운드 가장 예상을 빗나간 팀은 DRX가 아닐까 싶은데요.

문대찬 기자 : 지난해 서머 시즌 2위, 롤드컵 8강에 빛나는 팀이지만 이번엔 사실 최하위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표식’ 선수를 제외한 주축 선수들이 몽땅 팀을 나갔잖아요. ‘킹겐’ 선수가 합류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경험이 없는 신인들에 불과하기에 진한 성장통이 불가피해 보였어요.

김찬홍 기자 : 라인전에서 흔들리는 모습은 다소 보이지만 대규모 교전 페이즈에서 신인들이 보여주는 집중력이 상당합니다. 약점으로 지목됐던 바텀 듀오도 시즌 초반에 비해서 기량이 많이 올라온 인상이에요. DRX가 8위만 해도 성공적이라 예상했던 전 ‘롤알못’이네요.

문대찬 기자 : 누가 DRX를 상위권으로 예상했을까요. 이번만큼은 찬홍 기자도 무죄인 걸로.

강한결 기자 : DRX팬들은 정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찬홍 기자뿐만 아니라 시즌 전까지만해도 대다수의 관계자들이 DRX를 9~10위로 예상했잖아요. 그런데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이 모두 수준급활약을 펼쳐주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킹겐’ 선수와 ‘솔카’ 선수를 칭찬하고 싶어요. ‘표식’ 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요. 현재까지의 폼만 놓고 보면 담원 기아의 ‘캐니언’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문대찬 기자 : ‘캐니언’ 선수가 피지컬을 앞세운 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표식’ 선수는 정말 스마트하다는 느낌이 강해요. 최근 모습만 보면 지난 시즌 김대호 감독에게 구박 받던 그 선수가 맞나 싶어요.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선수입니다. 

김찬홍 기자 : 코치진들에게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김대호 감독이 징계를 받아 이탈한 상황에서, ‘쏭’ 감독 대행과 무성 코치가 정말 큰일을 했어요.

강한결 기자 : 지금 이 기세를 이어나간다면 플레이오프 한 자리는 DRX 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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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e스포츠의 미드라이너 '쵸비' 정지훈

▲ 한화생명e스포츠(3위), 현질한 보람은 있는데…

문대찬 기자 : 한화생명e스포츠는 지난 시즌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데프트’와 ‘쵸비’ 선수를 거액을 들여 영입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김찬홍 기자 : 글쎄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쉽네요. 한화생명은 1라운드 대표적인 주사위 팀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때도 있었지만, 리브 샌드박스전처럼 경기력이 참혹할 때도 있었어요. 승리 공식이 단순한 것도 아쉬워요. ‘쵸비’ 선수가 1인분만 하면 지고, 2인분 이상은 해야 승리하는. ‘쵸비’ 선수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입니다.

문대찬 기자 : 기복 얘기는 동감해요. 지금의 한화생명은 경기 내에서도 수차례 기복이 있어요. 분명 강팀으로 성장한 건 맞지만, 견고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못했네요.

강한결 기자 : 강점과 약점이 너무 명확한 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리그 최고수준의 바텀과 미드를 보유했지만, 너무나 불안한 탑정글. 누차 말했지만, 다른 정글러들의 기량이 올라오거나 ‘아서’ 선수가 뭔가 깨달음을 얻지 않는 이상 한계가 너무 커 보여요. 플레이오프권은 안착할 것 같지만 ‘쵸비’, ‘데프트’를 데려온 이상 그 이상을 노려야죠, 한화생명은.
[방구석 LCK] 1R 종료… 담원 잡을 팀 어디 없나요?
왼쪽부터 T1의 '제우스', '엘림', '페이커', '구마유시', '케리아'. T1

▲ 무한 경쟁 T1, 시간 얼마나 필요할까

문대찬 기자 :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팀은 T1이겠죠.

김찬홍 기자 : 1라운드 마무리가 아쉬웠어요. 2연승을 하면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았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DRX에게 패하면서 우려스러운 시선을 씻어내지 못했네요.

문대찬 기자 : 지금까지 큰 기복 없이 중심을 잡아줬던 ‘엘림’ 선수가 DRX전에서 흔들렸던 게 아쉬웠어요. ‘제엘페구케’ 5인이 3연속 선발로 출전하면서, 선발 명단이 이대로 굳혀지는 듯 했는데 이번 패배로 2라운드엔 다른 얼굴들이 등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김찬홍 기자 : T1의 10인 로스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가 다른 게임단 선수들의 얘기도 들어봤지만 긍정보다는 부정적으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었잖아요.

강한결 기자 : 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팀에는 어떻게 적용될지 모르겠다만, T1은 10인 로스터 체제가 지금 어느 정도 시너지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너’를 제외하고 전부 출전했는데, 그동안 출전한 선수들은 어느 정도 자신이 로스터에 든 이유를 보여줬다 생각하거든요. 아 물론 ‘칸나’는 제외하고요.

문대찬 기자 : 저도 동감해요. 물론 2군 리그가 있는 상황에서 ‘꼭 10인 로스터가 필요한가’, 라는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2군에서 쓰기엔 아까운 인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거겠죠. 장점도 분명 있다과 봐요. 특히 ‘구마유시’ 선수와 ‘테디’ 선수의 사례를 보면 건강한 경쟁이 경기력 변화와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김찬홍 기자 : 저는 부정적인 생각이 더 강해요. 라인업이 자주 바뀌다보면 그만큼 호흡에서 문제점을 드러낸다고 보거든요. 다만 건강한 경쟁을 거쳐서 선별되는 진짜 베스트5에 대해선 저도 기대감이 커요. 엄청난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봐요.

문대찬 기자 : 관건은 코칭스태프라고 생각해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선발 기준도 애매하면 그만큼 선수들은 조급해지고, 받는 상처도 클 거예요.

강한결 기자 : 어쨌든 T1은 베스트 멤버를 찾고, 합만 지속적으로 맞춰본다면 충분히 4강권에는 들어갈 수 있는 전력이라고 봐요. 

김찬홍 기자 : 라인전 단계만 봐도 T1의 힘을 엿볼 수 있어요. 이를 경기 끝까지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T1의 성적을 결정짓겠죠. ‘양파’ 코칭스태프의 어깨가 무거울 듯 하네요.
담원 기아와 한화생명e스포츠의 1라운드 맞대결 1세트 영상. LCK 공식 채널

▲ 쿡기자가 뽑은 1라운드 명경기는?

강한결 기자 : 저는 담원 기아와 한화생명e스포츠의 1세트요. ‘칸’ 선수가 ‘퀸’을 플레이 해 1킬 6데스 4어시스트를 기록하고도 ‘POG(플레이 오브 더 게임)’를 받은 경기요.

문대찬 기자 : 저도 동감! 두 팀이 각자의 스타일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인상 깊었어요. 끊임없이 상대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한화생명과 능구렁이처럼 상대를 서서히 말려 죽이는 담원의 맞대결. 2세트는 싱겁게 끝났지만 1세트는 정말 감탄밖에 안 나오는 경기였어요.

김찬홍 기자 : 저는 한화생명과 젠지e스포츠의 2, 3세트요. 경기 내용 자체도 치열했는데 간만에 제대로 된 ‘원맨캐리’를 볼 수 있었던 경기였어요. 한화생명 ‘쵸비’ 선수가 ‘요네’와 ‘아칼리’로 젠지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경기였죠.

▲ 쿡기자가 뽑은 1라운드 MVP는?

문대찬 기자 : 저는 ‘칸’ 선수에게 주고 싶네요. ‘너구리’ 선수의 공백을 정말 잘 메워줬어요. 중요한 경기 때마다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죠. 그리고 경기 외적으로도 선수단과 잘 d융화돼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 같아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김찬홍 기자 : 저는 젠지 ‘라스칼’ 선수에게 한 표요. 매년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네요. 데뷔 초에는 브루저형 챔피언을 잘 다뤘다면, 지금은 카밀 같은 챔피언도 잘 다루고 있죠. 팀이 필요한 모든 챔피언을 다 수용하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탑에서 저렇게 잘 해주다보니 다른 선수들도 자신의 플레이를 마음껏 할 수 있단 생각이 드네요. 

문대찬 기자 : 동감. 젠지에서 ‘룰러’ 선수와 더불어서 기복 없이 제 기량을 발휘하는 에이스인 것 같아요.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죠.

강한결 기자 : 저는 ‘표식’ 선수요. 폼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메타를 선도하는 정글러가 리그에 등장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1라운드 마지막 T1전에서 볼 수 있듯, ‘표식’ 선수가 있었기에 DRX가 지금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찬홍 기자 : 맞아요. 만일 리더인 ‘표식’ 선수가 무너졌다면 DRX는…. 

▲ 2라운드도 담원 천하일까?

김찬홍 기자 : 일단은 지금 순위와 크게 다르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1위 담원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승차가 크지 않은 만큼 치열한 플레이오프 경쟁이 이어질 거라고 봅니다. 아프리카-농심 같은 팀들도 분위기를 타면 무서운 팀이니 재밌게 흘러갈 거라고 봐요. 선수단에 변화를 준 KT-리브 샌드박스가 중위권 경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궁금하네요. 

강한결 기자 : 큰 틀에서는 담원이 1위를 이어 갈 것 같지만, 2-6위(플레이오프 진출권)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 같습니다. 특히 5~6위 자리를 놓고 경쟁이 활발할 것 같은데, 자칫 하위권 상대로 일격이라도 맞는다면 그 1패가 너무 치명적이라 피눈물을 흘리겠네요. 

문대찬 기자 : 지금으로선 담원 기아를 잡을 만한 팀이 보이질 않아요. 담원이 무난히 결승까지 진출하지 않을까 싶어요. 2라운드는 선수단의 전략, 호흡이 안정화 될 시기라 리그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향상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위권 팀들의 분전이 예상돼요. 아직 ‘베스트5’를 정하지 못한 몇몇 중위권 팀들이 2라운드부터는 확고한 주전을 정할 텐데, 이 때문에 판도가 더욱 혼란스러워지겠네요. 1라운드 못지않게 재밌는 2라운드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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