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열 감독, 시간으로도 못 씻은 과거사 

기사승인 2021-02-20 17: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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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열 감독, 시간으로도 못 씻은 과거사 
KB손해보험 이상열 감독. KOVO 제공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시간으로도 과거의 잘못을 씻을 수 없었다. 

프로배구 남자부 KB손해보험은 20일 “이상열 감독이 2020~2021 시즌 잔여 경기 자진 출전 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감독은 구단을 통해 “과거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박철우 선수(한국전력)에게 깊은 상처를 준 것에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사죄하는 마음이다. 또한 시즌 마지막 중요한 시기에 배구팬들과 구단, 선수들에게도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이 감독은 구단에 잔여 경기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혔고, 구단도 이를 수용했다. 21일 6라운드 첫 경기인 OK금융그룹 배구단과의 경기부터 이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이 감독은 최근 배구계가 학교 폭력 문제로 들썩이자 지난 17일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인과응보가 있더라”라는 발언을 했다. 이에 박철우가 격분했다. 자신의 SNS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 감독은 국가대표 코치였던 12년 전,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박철우를 마구 구타했다. 당시 박철우는 상처로 뒤덮인 얼굴로 기자회견을 열어 폭행 사실을 알렸다. 

이에 이 감독은 자격 정지 징계 처분을 받고 코치직을 내려놨지만 2년 만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운영위원으로 코트에 복귀했다. 이어 SBS 배구 해설위원을 거쳐 지난해 4월 KB손해보험 사령탑에 올랐다. 

박철우는 18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이상열 감독을 향한 작심발언을 했다.

그는 “그 분에게 사과를 바라는 건 아니다. 당시 사건 때 고소를 취하하기도 했고, 반성하고 좋은 지도자가 되길 바랬다”라며 “하지만 이후에도 선수들을 겁줬고, 주먹으로 때리지 못하니 모자로도 때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배구가 좋지 않은 소식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는 게 정말 싫다. 하지만 뿌리가 뽑혀야 한다.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라며 “사과를 받고 싶어서 인터뷰를 한 게 아니다. 그 분을 굳이 보고 싶지도 않다. 원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다. 처벌도 원하질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단지 그 분이 정당하다고 포장하는 걸 막고 싶었을 뿐이다. 그 분이 변하셨고 날 만나 사과하셨다면 내가 이런 감정이 남아 있었을까란 생각이 든다.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왔다. 숨지 않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인터뷰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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