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 LH직원 발언에 공분

"공감 안 되는 딴 세상 얘기" LH직원들 불만도

기사승인 2021-03-04 09:16:28
- + 인쇄
블라인드 캡처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명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전 해당 지역에서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정부가 전면 조사에 나섰다. 이 가운데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LH 직원들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블라인드에 따르면 LH 투기 의혹 관련 게시물에 논란의 중심에 선 LH 직원들을 두둔하는 듯한 내용의 댓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익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받아야 글을 쓸 수 있다. 

한 직원은 "LH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라며 "내부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건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생각"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직원은 "요즘 영끌하면서 부동산에 몰리는 판국에 LH 1만명 넘는 직원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이 이번에 얻어걸렸을 수도 있는데 이런 언론 하나 터지면 무조건 내부정보 악용한 것 마냥 시끌시끌하네"라며 "막말로 다른 공기업, 공무원 등 공직 쪽에 종사하는 직원 중 광명 쪽 땅 산 사람 한 명 없을까 궁금하다"고 썼다. 

'굳이 직원들끼리 한 필지를 공유지분으로 나눠 산 것은 기획부동산 아니냐"는 누리꾼의 지적에 한 직원은 "공유지분이 불법이냐"며 도리어 반발했다. 

이같은 반응에 누리꾼들은 "정신 못 차렸다" "걸린 게 이 정도면 해먹은 건 더 많을 듯" "한국거래소가 내부정보로 주식 사는 거랑 뭐가 다르냐" 등 반응을 보였다. 

블라인드 캡처
반면 이번 투기 의혹에 대한 내부 불만도 적지 않다. 

한 직원은 "(차라리)해먹고 욕 먹고 싶다"면서 "회사 들어와서 TV보는 건 뉴스밖에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LH에 온(입사한) 내가 탄식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대부분 직원들은 이런 이슈 뜨면 솔직히 공감도 안 갈 정도로 딴 세상 얘기같다"면서 "몇몇 직원들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사기만 떨어져서 속상하고 욕은 욕대로 먹고 슬프다"고 했다. 

이 외에도 "애사심 가지고 열심히 일해왔는데 이런 뉴스 터질 때마다 너무 속상하다" "조사 들어와도 떳떳하다. 일이 피곤해지겠지만 정보도 없고 투기할 돈도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제보를 받아 확인한 결과를 토대로 'LH 직원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 및 가족 등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 사이 광명시흥 부지 중 10필지 2만 3028㎡(약 7000평)를 100억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은 14명 중 12명이 현역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LH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광명 시흥지구에선 13명의 LH 직원이 땅을 산 것으로 잠정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의 전수조사과정에서 1명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LH직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광명시흥을 포함한 3기 신도시 전체(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과천 과천, 안산 장상 등)를 대상으로 조사 범위를 넓힌다고 밝혔다.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