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맞은 전경련, 허창수 칼 빼 들고 휘두를까

신년사·취임사 통해 전경련 환골탈태 의지 엿보여
脫 정경유착·국정농단 이미지 당장 시급한 현안

기사승인 2021-03-05 04:00:10
- + 인쇄
'환갑' 맞은 전경련, 허창수 칼 빼 들고 휘두를까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 열린 제 60회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38대 전경련 회장에 연임된 허창수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윤은식 기자)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창립 60주년을 맞아 재창립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쇄신해 나가겠습니다."<허창수 제38대 전경련 회장 취임사 중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이다. 1961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13명의 경제인이 설립한 '한국경제협의회'를 근간으로 성장해온 전경련은 한국경제의 중심에 서서 영욕의 시간을 걸어왔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위상이 땅에 떨어져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전경련. 올해 태어난 해로 다시 돌아왔다는 의미의 환갑을 맞은 전경련은 새로운 마음으로 국내 제1 경제단체로 재도약을 위해 환골탈태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런 다짐은 허 회장의 올해 신년사와 제38대 전경련 회장 취임사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허 회장은 거문고 줄을 바꿔 다시 맨다는 뜻의 '해현경장(解弦更張)'으로 새로운 전경련으로 변화를 다짐했다. '한강의 기적 2.0 시대'를 전경련이 주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허 회장은 "60년 전 선대들은 돈도 기술도 자원도 없던 허허벌판에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선 한강의 기적을 이루셨다"며 "그 정신을 받들어 전경련이 다시 뛰겠다. 선진국을 따라가던 경제에서 선진국들을 리드하는 경제로 탈바꿈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38대 전경련 회장 취임사에도 허 회장은 변화하는 전경련을 취임 일성으로 밝혔다. 국정농단의 적폐 이미지를 탈피하고 과거 영광을 되찾겠다는 허 회장의 의지가 읽혔다.

허 회장은 "미래는 전경련에 과거의 익숙한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경련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1961년 8월 한국경제인협회 임의단체로 시작해 196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전경련은 경제계 맏형으로 정부 정책과정에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20년 한일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데도 헌신했고, 국가적 행사에 국민통합을 이끄는 데도 이바지했다. 명실공히 국내 제1의 경제단체로서 그 위상은 대단했다.

전경련은 한국산업화에 이바지하며 정부와 발걸음을 맞춰 한국경제를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이끈 주역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경유착 폐단의 상징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1988년 5공 청문회 때 전경련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을 주도적으로 모금한 사실이 드러났고, 1997년 세풍사건과 2002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등 불법 대선자금 사건에 연루됐었다. 세풍사건과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은 15·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대선 자금으로 불법 모금한 사건이다.

전경련의 정경유착으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기업이 LG그룹이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민간 기업에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을 추진했었는데, 빅딜 대상에 LG그룹의 LG반도체가 포함됐었다. LG는 빅딜을 반대했지만, 당시 정부와 전경련의 양공 압박에 반도체사업을 현대전자에 넘기게 된다. LG가 넘긴 그 반도체가 SK그룹을 이끄는 SK하이닉스다.

전경련은 재계 대표로서 이런 정경유착의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 노력을 했으나, 국정농단 사건에 터지면서 적폐청산 대상으로 낙인찍히며 위상은 끝 모를 추락에 직면했다. 재계 대표 자리는 대한상공회의소에 넘겨줬고 그간 대통령 해외 순방을 주도했던 자리에서도 초대받지 못하는 신세에 처했다.

전경련은 1968년부터 사용해온 '전경련'이라는 간판을 내리고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으로 새로운 경제단체로 거듭나기 원했으나 이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기련은 경제인 중심의 협의체가 기업이 중심이 되는 경제단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경련은 꾸준히 내부 혁신을 통해 변화를 꾀했다. 정경유착 고리로 지적받아온 사회협력회계를 폐지했고 민간 경제외교에 힘을 쏟았다. 

당면 경제 현안 해소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에도 집중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문제 해소를 위해 한일 기업 간 특별입국 절차합의와 한일정상회담을 제의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경제 불황 극복을 위해 한-베트남 기업인 특별입국을 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적폐 세력의 꼬리표는 전경련의 주홍글씨다. 정경유착·국정농단 이미지에서 벗어난 것이 당장 시급한 과제로 재계는 꼽고 있다. 이에 줄곧 전경련의 변화를 외친 허 회장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어떤 과감한 변화의 칼을 빼 들지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상의와 무역협회가 현직 재계 총수를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재계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경련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기정사실화 했다"면서도 "허창수 회장의 시급한 과제는 무엇보다 전경련 이미지개선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unsik8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