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위한 거리두기 개편안? 현장선 ‘갸우뚱’

기사승인 2021-03-08 14: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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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위한 거리두기 개편안? 현장선 ‘갸우뚱’
서울 여의도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시민들이 좌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현행 5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간소화된다. 집합·영업제한 조치를 최소화하는 대신 방역 수칙을 어길 경우 과태료, 구상권 청구 등 책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8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브리핑을 통해 “내주부터 적용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은 오는 12일쯤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조치는 오는 14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4단계로 줄어드는 거리두기 근본 개편안(이하 거리두기 개편안)은 아직 구체적 적용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거리두기 개편안 초안을 발표한 것은 지난 5일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안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열린 공청회에서다.

현행 5단계 기준의 거리두기 단계를 4단계로 조정하고 각 단계별 조정 기준을 인구 10만명당 주간 일평균 확진자수로 변경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개편안은 현행 5단계 거리두기가 지나치게 세분화돼 혼란을 유발한다는 지적에서 마련됐다. 다중이용시설 영업 제한·금지를 위주의 방역정책으로 자영업자 막대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개편안이 나온 배경이다. 

단계별 기준은 △지속적 억제상태(1단계) 인구 10만명당 0.7명 미만(전국 363명 미만) △지역 유행(2단계) 인구 10만명당 0.7명 이상 △권역 유행(3단계) 인구 10만명당 1.4명 이상(전국 778명 이상), 권역 중환자실 70% 이상 △대유행(4단계) 인구 10만명당 3명 이상(전국 1556명 이상), 전국 중환자실 70% 이상이다.

사적 모임 금지 기준도 달라진다. 2단계에서는 9인 이상, 3단계는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된다. 4단계에서는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모일 수 없게 해 모임 자체를 제한한다. 

다중이용시설은 위험도 평가에 따라 3그룹으로 분류된다. 1그룹에는 유흥시설, 홀덤펍, 콜라텍, 무도장, 방문판매업이 2그룹에는 노래연습장, 식당·카페, 목욕업장, 실내체육시설, PC방, 종교시설, 카지노가 들어간다. 3그룹은 영화관, 학원, 공연장, 결혼식장, 장례식장, 이·미용업, 오락실, 스터디카페, 독서실, 놀이공원, 워터파크, 대형유통시설 등이다. 

다중이용시설에 적용하던 영업제한이나 집합금지 조치는 대부분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1~2단계까지는 다중이용시설 운영 제한 조치가 아예 없다. 3단계에서는 1, 2그룹이, 4단계에서는 1~3그룹 모두 오후 9시까지 운영이 제한된다. 

다만 1단계 때에도 최소 1m 거리두기(시설면적 6㎡당 1명)을 유지해야 하며 2단계 때는 영업에 제한은 없지만 이용 인원을 8㎡당 1명으로 유지해야 한다.

방역수칙을 위반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한다. 한번이라도 적발되면 곧바로 과태료가 부과되고 2주간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다. 또 방역수칙을 위반한 업소에서 잡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재난지원금 등 각종 보상에서도 제외된다.

개편된 거리두기가 적용되면 수도권은 2단계에 속해 8인 이하 사적 모임이 허용된다. 또 현행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오후 10시가 되면 문을 닫는 시설, 포장·배달영업만 하는 식당·카페 등은 영업시간 제한 해제로 숨통이 트이게 된다. 

다만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적용 시점을 1단계 수준까지 감소한 이후로 못 박았다. 손 반장은 공청회에서 개편안 적용 시기에 대해 “새로운 체계의 거리두기 1단계에 해당하는 수준까지는 상황이 안정화돼야 이 체계로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집합·영업제한 조치 완화를 환영하면서도 시설면적당 이용 인원 제한 조치가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종민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개편안에 기대가 컸는데 발표된 내용을 보니 못 미친다”면서 “강화된 면적당 인원 제한 조치에 따라 계산해보니 실제 수용 가능한 인원의 30~50%만 손님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영업 제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행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1단계 수준까지 감소해야 시행한다는 입장인데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확진자 숫자가 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자꾸 거리두기 단계가 바뀌면서 혼란스럽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인천에서 코인 노래방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수정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애초부터 방역 수칙을 만들 때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 아닌가”라며 “적응할 만하면 방역 수칙이 변경되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심지어 단속 나온 공무원들도 해석이 제각각인 경우가 대다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는 자영업자 피해를 줄이겠다며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을 보면 그간 자영업자들이 호소해온 거리두기 단계의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라며 “자영업자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jjy479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