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허버’ 이어 ‘오조오억’까지?...잇따른 남성혐오 논란

기사승인 2021-04-13 06:18:01
- + 인쇄
‘허버허버’ 이어 ‘오조오억’까지?...잇따른 남성혐오 논란
유튜브 영상에 달린 ‘오조오억’이 남성 혐오 표현이라고 지적하는 댓글. 유튜브 캡처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허버허버’에 이어 ‘오조오억’이 남성혐오 표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온라인상에서는 이 용어에 남성혐오 의미가 담겼는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성별로 의견이 갈리는 ‘젠더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11일 일부 누리꾼들은 오조오억 표현이 여성 회원 중심 커뮤니티에서 남성을 비하할 때 쓰이는 단어라고 주장했다. 오조오억은 남성의 정자 갯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남성을 성희롱하는 용어이라는 설명이다. 남성을 비하하는 단어가 아니라는 의견도 팽팽히 맞선다. 단순히 ‘아주 긴 시간’을 뜻하는 신조어인데 여성 회원 중심 커뮤니티에서 자주 사용한다는 이유 만으로 남성 비하 프레임을 씌운다는 반박이다.

오조오억이 남성 혐오 용어인지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남성의 반발은 거세다. 이들은 지난 2019년 영상 제목과 설명에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을 포함한 기업과 지상파 음악방송의 유튜브 영상, 그리고 이 표현을 사용해 글을 남긴 한 연예인의 SNS 계정에 댓글을 통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급기야 일부 네티즌은 해당 기업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앞서 허버허버라는 표현도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이 표현은 ‘뜨거운 음식을 입안에 빠르게 욱여넣는 소리’를 의미하는 인터넷 신조어다. 그러나 2018년 한 네티즌이 “남자친구가 입을 메기 같이 벌리고 허버허버 먹는다”고 남긴 글을 계기로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졌다면서 남혐 표현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표현을 쓴 구독자 99만명의 인기 요리 유튜버 ‘고기남자’는 구독자 15만명을 잃었다. 지난해 한 영상에 허버허버를 자막으로 삽입했는데 이 용어가 남성 혐오라는 지적에 “대혐오의 시대, 바쁜 인생살이에 시간들도 넘친다”는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다.

‘허버허버’ 이어 ‘오조오억’까지?...잇따른 남성혐오 논란
‘허버허버’라는 문구를 써 판매 중단된 이모티콘.

불똥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에도 튀었다. 카카오는 지난달 15일 캐릭터가 음식을 먹는 모습과 함께 허버허버 문구가 나오는 이모티콘 ‘망충하지만 적극적인 치즈덕’, ‘민초가 세상을 지배한다! 민초토끼’, ‘과몰입 망붕왕! 망상토끼’ 이모티콘 3종을 판매 중단했다. 사과문도 냈다. 카카오는 고객센터 답변을 통해 “언어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작가 혹은 제작사와의 협의를 통해 해당 상품의 판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판매가 종료된 이모티콘을 그린 한 작가는 지난2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허버허버에 대한 수정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언급했다. 당시 작가는 “누군가는 불쾌감을 느낄 법한 표현인데 뜻을 꼼꼼히 찾아보지 않고 제 느낌대로 사용한 점, 오해를 드린 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전까지 성차별 용어나 표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주로 여성 중심으로 나왔다. 최근에는 남성이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개그우먼 박나래가 유튜브 ‘헤이나래’ 방송 중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게 대표적 사례다. 비판이 커지자 제작진은 결국 해당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 

전문가는 어떤 논쟁거리가 등장했을 때 해결점을 찾기보다 바로 ‘혐오 문화’로 이어진다며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온라인상에서는 신조어가 끊임없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남녀간 대결구도, 갈등양상이 계속 커지고 있는데 생산적인 논의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목소리가 나왔을 때 타당성이 있는지, 공감이 가는 내용인지 서로 토론을 하면 좋을텐데 무조건 혐오 문화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jjy4791@kukinews.comㅇ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