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축소 수술 급여 적용, 남자만 되고 여자는 안 된다?

기사승인 2021-04-13 03:00:05
- + 인쇄
유방축소 수술 급여 적용, 남자만 되고 여자는 안 된다?
사진=A씨가 치료 목적으로 유방절개 수술을 받았다고 명시된 진단서와 소견서. A씨 제공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여성인 A씨는 지난 1월 병원에서 치료 목적의 유방축소 수술을 받았다. 그는 체격에 비해 비대한 유방때문에 만성적인 경추 통증에 시달렸다. 어깨 결림과 신경통은 물론, 가슴 주변부에 피부질환이 발생하기도 했다. 타인의 시선과 성희롱적 발언 등 정신적 고통도 상당했다. 그런데 A씨는 국민건강보험은 물론, 민간보험의 혜택도 적용받지 못했다. 그가 받은 수술이 '미용 목적'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치료 목적으로 유방을 축소하는 수술은 성별에 관계 없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의 유방을 축소하는 수술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라는 청원글이 게시되고 있다. 올해 A씨가 작성한 청원글까지 포함하면 세차례다. 이들 청원글은 모두 여성의 유방축소 수술이 건강보험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토로하는 내용이다. 치료를 목적으로 유방 축소 수술을 받은 환자가 남성이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여성이면 미용 목적의 수술로 간주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성의 여유증(여성형유방증)과 여성의 유방비대증 등은 모두 한국표준질병 분류번호상 'N62-유방의 비대(Hypertrophy of breast)'로 같은 질병코드를 사용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한 수술의 건강보험상 행위명은 '유방절개술'이다. 남성의 여유증은 급여 기준이 명시돼 있으며, 지난 2018년부터 수술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하지만 여성의 수술은 급여 기준이 없어 비급여로 진행된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민간보험 혜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A씨의 경우 실손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치료 목적으로 수술을 했다는 내용의 진단서와 소견서를 보험사에 제출했지만, 지급을 거절당했다. 보험사 측은 A씨가 받은 유방축소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으므로 치료목적이 아닌 미용목적으로 간주된다고 해석했다. 만약 A씨가 남성이었다면 유방축소 수술에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혜택을 모두 적용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동일한 질병코드를 공유한다고 해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일괄적으로 똑같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개별 사례와 의사의 진단에 따라 같은 병을 앓는 환자도 다른 혜택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심평원 관계자는 “여성의 유방절개술은 명시된 급여 기준이 없어 비급여로 진행되지만,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심사회의를 거쳐 '신체기능개선 목적'이 인정돼 급여를 적용받은 일부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castleowner@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