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안망] “또 죽였네” 이놈의 식물 똥손, 진짜 어쩌지

기사승인 2021-06-05 06: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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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안망] “또 죽였네” 이놈의 식물 똥손, 진짜 어쩌지
주변에서 많은 제보 사진이 들어왔다. 오랫동안 물을 먹지 못한 데다 직사광선을 받아 바싹 말라버린 ‘마오리 소포라’. 독자 제공
<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또 식물 하나가 임종하셨다.

볕 잘 드는 집안의 명당을 내줬다. 생각날 때마다 물을 줬다. 꽃집에서 마주친 푸른 잎에 보라색 꽃잎이 싱그러웠다. ‘캄파눌라’. 이름이 아직도 기억난다. 2주를 넘기지 못했다. 누렇게 시들어 버렸다. 

식물 똥손, 식물 저승사자, 연쇄살식마…이렇게 많은 별명이 있는 걸 보니 외롭지 않다. 식물 기르기는 더는 중장년층 전유물이 아니다. ‘플랜테리어’(plant+interior)에 관심을 갖는 20~30대가 늘고 있다.

식물 똥손은 다행히 불치병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금손으로 거듭나기도 쉽지 않다. 관심 있는 식물의 특성, 어떤 식물이 우리 집 환경과 잘 맞을지 파악하는 것은 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기본 자세다. 꽃집에서 또 아무 생각 없이 예뻐서, 혹은 유행해서 식물을 고르고 있지는 않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식물 똥손에게 절실한 기초 중의 기초를 정리했다.

◆ 과거의 나를 돌아보자
다음은 화초 키우기 달인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식물 잘 죽이는 방법’이다. 이 중 자신에게 해당되는 항목이 몇 개인지 확인하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자. 

A. 식물 잘 죽이는 방법
① 양지 식물을 음지에, 음지 식물을 양지에 놓는다.
② 식물이 예뻐 하루에도 물을 4~5번씩 준다.
③ 밖은 위험하니까 공기가 통하지 않는 실내에 고이 모신다.
④ 겨울에는 바람 쐬라고 화분 째로 밖에 내놓는다.
⑤ 한여름에 바쁘다고 2~3일씩 물을 주지 않는다.
⑥ 분갈이는 절대 네이버 꿈도 꾸지 않는다.
[이생안망] “또 죽였네” 이놈의 식물 똥손, 진짜 어쩌지
분갈이와 영양분 보충이 필요해 보이는 아보카도 나무. 독자 제공

◆ 최소한 이것만이라도 알자
당신이 그동안 식물 저승사자였던 이유를 대충 알았을 테다. 식물을 잘 죽이는 방법을 알았다면 살리는 법은 정확히 그 반대다. 식물을 잘 키우는 가장 기초 원칙부터 알아보자.

A. 식물마다 필요한 일조량, 다 달라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듯 식물도 마찬가지다. 식물은 △직사광선 받으며 자라는 양지 식물 △창문이나 사물 등에 가려진 햇빛이 드는 곳에서 잘 생육하는 반양지 식물 △그늘진 곳에서 사는 음지 식물로 나뉜다. 음지 식물은 햇빛이 강한 곳에 두면 잎이 타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지금 사는 집의 특성에 따라 기르기 적합한 식물도 달라진다. 집이 남향이라면 거실에서 고무나무, 몬스테라, 선인장을 잘 키울 수 있다. 베란다에는 허브, 유칼립투스 등 비교적 까다로운 식물도 둘 수 있다. 집이 동향이거나 북향이라면 이끼, 스파트필름, 고사리 등이 잘 자라는 환경이다.

B. 식물이 죽어 나가는 이유 넘버원…‘과습’
“물 며칠 간격으로 줘야 돼요?” 식물 초보가 제일 자주 묻는 질문이다. 불행히도 물 주는 주기는 무 자르듯 딱 정할 수 없다. 그때그때 다르다. 정확한 대답은 “겉흙이 말랐을 때”다. 

생각날 때마다 수시로 물을 주거나, 1주일에 1번 식으로 주기를 정해놓는 것은 좋지 않다. 흙이 계속 습한 상태를 유지하면 뿌리가 썩는다. 과습으로 식물을 떠나보내는 일은 초보가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다. 아이스크림 먹고 남은 나무 막대를 흙에 꽂아본다. 흙이 많이 묻어나오고 촉촉하다면 아직 때가 아니다. 흙이 거의 묻어나오지 않고 건조하다면 물을 줄 타이밍. 줄 때는 흠뻑 주자. 물이 화분 밑 배수 구멍으로 빠져나올 때까지 주면 된다.

Tip. 여기서 잠깐!
선물로 많이 주고받는 ‘다육이’. 다육식물은 건조한 지역에서 자란다. 줄기와 잎에 수분을 오랫동안 저장, 조금씩 쓰면서 버티도록 진화됐다. 때문에 겉흙이 완전히 바싹 마르거나, 식물에 물이 부족할 때(줄기와 잎이 쪼그라들거나 납작해짐) 물을 준다. 장마철에는 이미 공기 중의 수분으로도 과습상태다. 당분간 물 주기를 중단한다.

C. 가만히 한 자리에 두세요…제발
집에서 식물 오래 키우는 비법이 하나 있다. 바로 한 자리에 가만히 두기다. 식물을 너무 예뻐한 나머지 욕실 데리고 가 샤워기로 물주고, 부엌에서 설거지할 때 보고 싶다고 데려가고, 주말 되면 바깥 공기 마시라고 내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한 애정이 오히려 해를 끼치는 사례다.

식물은 본래가 한 자리에 자리 잡고 사는 생명체다. 지금 위치에서 햇빛 쪽으로 고개 돌리고, 엽록체를 모아 놓는 등 조건을 최적화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런데 주인이 갑자기 자리를 옮긴다면? 식물을 왔다갔다 옮기며 괴롭히지 말자. 

[이생안망] “또 죽였네” 이놈의 식물 똥손, 진짜 어쩌지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 아이가 이상해요…실시할 수 있는 구호 조치
이미 키우고 있는 식물이 있는데 ‘시들시들’ ‘비틀비틀’ 예전 같지 않다면? 성급히 작별 인사를 나누는 대신 증상을 먼저 살펴보자. 빠르게 대처한다면 소생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A. 어느 날 위쪽 잎이 누렇게 변해 후드득 떨어진다.
→ 분갈이를 해보자. 흙 속 영양분이 소진됐거나 화분 속 뿌리가 꽉 차서 성장이 어려운 상태일 수 있다. 화분 뿌리가 배수 구멍으로 빠져나온 경우 역시 분갈이를 하라는 신호다.

B. 나무 아랫부분에 달린 잎들이 누렇게 혹은 검게 뜨며 떨어진다. 흙은 촉촉한데 식물이 시들하다.
→ 과습 증상 중 하나다. 검게 변한 잎과 줄기를 잘라낸 뒤 뿌리를 확인한다. 뿌리를 화분 밖에 몇 시간 내지 반나절 꺼내놓고 말린다. 심하게 썩은 뿌리는 잘라낸다. 이제 흙을 갈아줄 차례다. 썩은 흙은 버린다. 화분 바닥에 자갈이나 망을 깔아 물이 잘 빠질 수 있게 해준 뒤 새 흙으로 채운다. 
→ 잎이 너무 무성해 통풍이 안 됐을 수도 있다. 가지치기 하거나 큰 화분에 옮겨 심어 잎과 잎 사이 공간을 확보한다.

C. 잎이 가장자리를 따라 갈색으로 타 들어 간다.
→ 강한 햇빛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럴 때는 화분을 그늘로 옮긴다.
→ 공기가 매우 건조해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상한 부분을 잘라내고 물을 자주 분무해 공중 습도를 높여보자.
[이생안망] “또 죽였네” 이놈의 식물 똥손, 진짜 어쩌지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 전문가가 추천하는 생존왕
아파트에서 살기 제일 적합한 식물은 열대 관엽식물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몬스테라가 대표적이다. 평소엔 밝은 창가 쪽에 둬서 일조량을 충분히 확보해준다. 겨울엔 실내에 들여 춥지 않게 해주면 오래 살 수 있다.

야자수류, 벤자민류(고무나무류), 필로덴드론류도 생명력이 강한 편이다.

취재도움= 손관화 연암대학교 스마트 원예계열 가드닝 교수
참고자료= ‘산타벨라처럼 쉽게 화초 키우기’(산타벨라 저·중앙북스), ‘나도 초록 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허성하 저·한빛라이프)

jjy479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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