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둘 중 하나다. 딸아이의 잘못으로 벌어진 돌발사고, 아니면 원한으로 인한 악의적 보복 범죄. 진실은 당장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아야 하는 한 남자는 이리저리 휘둘린다. 두 가지 모두 충분히 벌어질 수 있기에 무엇도 선택하기 어렵다. 안개에 가려진 막막한 길에 뛰어든 이 남자는 과연 ‘좋은 사람’일까.
영화 ‘좋은 사람’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혼란에 빠진 평범한 고등학교 선생 경석(김태훈)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반에서 발생한 지갑 도난 사건이 시작이었다. 같은 반 학생 세익(이효제)이 범인으로 지목되지만, 경석은 억울해하는 그에게 진실을 말할 기회를 준다. 같은 날 밤 경석은 학교에 데려온 딸 윤희(박채은)의 교통사고를 마주하게 된다. 윤희를 친 트럭 주인 형섭(김종구)은 범인으로 세익을 지목한다.
뛰어난 몰입감이 압권이다. 우리 일상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경석의 시선으로 보면, 엄청난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영화가 주는 정보를 경석과 함께 하나씩 알아갈 뿐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눈앞에 가까워진 것 같은 진실은 어느새 다시 멀어진다. 바쁘게 움직이는 경석에게 집중하다보면 사건에 깊숙이 빠진다. 모든 인물과 모든 상황이 납득 가도록 구성한 이야기의 탄탄함이 장점이다.
제목인 ‘좋은 사람’은 든든한 영화의 동반자이자, 가장 큰 방해물이다. 제목을 떠올리며 영화를 보면, 사건에서 한발 떨어져 전체를 조망하는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네 글자 짧은 제목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고 진실을 알게 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힘이 있다. 반대로 제목과 관계없이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흥미로운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다른 제목이면 이야기의 매력이 더 잘 드러났을지 모른다. 제목으로 인해 발생하는 균열과 고민이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믿음과 의심에 관한 이야기를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영화다. 새로운 주제로 한눈 팔지 않고, 처음 설정한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한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일상 서스펜스의 매력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