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대부(The Godfather)’와 계(契)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입력 2021-09-22 16: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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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대부(The Godfather)’와 계(契)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대부(The Godfather)>를 통하여, 미국의 번영 뒤에 가려져 있던 그 추악한 이면을 ‘갱스터 영화’(gangster films)라는 양식을 빌려 해부하였다. 본래 ‘갱’이라는 말은 ‘노예’, ‘죄수’, ‘막벌이꾼’ 등의 집단을 뜻하는 것이었으나, ‘범죄자 집단’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한국에서는 흉악하고 무법적인 ‘직업적 범죄자’를 뜻하는 말로도 쓰이는데, 이에 해당하는 영어가 갱스터(gangster)이다.

20세기 최고영화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대부>는 3부에 걸쳐 제작되었는데, <1부(1972)>에서는 아버지 돈 비토 꼴레오네(말론 브란도)의 쇠락과 권력의 세습을 통한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의 성장, <2부(1974)>에서는 비토의 젊은 시절과 성장과정 및 마이클의 조직 구축과정과 가족의 붕괴, <3부(1990)>에서는 마이클의 사회적 성공과 비극적 종말을 나타내었다. 이 영화에서는 비토 일가의 모습을 통하여 ‘선과 악’이 교차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조직을 위한 폭력’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정의와 불의에 대한 구별이 분명하지 않고 법이 힘 있는 자들의 편인 시대상을 반영함으로써, 미국 자본주의의 추악한 뒷모습을 파헤친 ‘반자본주의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속 ‘비토 일가’(조직)의 부패는 미국의 부패상을 암시한다. 개인의 삶이 한 개인의 역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개개의 요소가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면서 결합하여, 어떤 기능을 수행하도록 협동해나가는 체계를 조직(組織, organization)이라 한다. 영화 속의 조직(마피아)은 ‘상호부조(相互扶助, social support)의 공동조직’을 의미한다. 상호부조란, 다수의 개인 또는 집단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식적․의도적으로 함께 행동할 때 성립되는 사회적 관계를 말한다. 전통적인 촌락사회에서는 대부분 농경을 생업으로 영위했는데, 농경은 그 작업의 성질상 공동노동이 필수적이므로 이러한 생업양식과 관련하여 상호부조의 조직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발달되어 왔다. 즉, ① 계, ② 오가통(지방의 말단 행정구역을 일정 호수를 기준으로 소지구로 세분하여 구성한 행정조직의 일종), ③ 두레(협력의 합리성을 강조한 제도로써 ‘작업 공동체, 즉 상호협동조직)’, ④ 향약(마을내부의 갈등과 분쟁을 예방하고 마을의 통합을 이루기 위한, 전통적인 공동체의 규범으로, 덕업상권(德業相勸), 과실상규(過失相規), 예속상교(禮俗相交), 환란상휼(患難相恤)이란 4개 조목을 기반으로 한 유교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조직) 등이 있다.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대부(The Godfather)’와 계(契)

이 중에서 ‘계(契)’에 대해서 살펴보자. 한자로 계(契; 맺을 계․나라이름 글․성 설)자는 ‘약속’이나 ‘계약’의 뜻으로, 나무에 글을 새기어 한 쪽씩 나누어 가졌다는 데서, ‘맺다’, ‘약속하다’, ‘꼭 들어맞다’ 등의 뜻으로 쓰였는데, 우리나라에서 ‘협동단체’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이 계는 농경사회에서 혈연관계를 초월하여 주민들끼리 상호부조․친목․공동 이익․금전 융통․자녀교육 등을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돈이나 곡식․피륙 등을 추렴하여 그것을 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조직된, 상부상조의 민간협동단체이다. 그런데 현대산업사회에 와서는 여가선용과 친목을 도모함과 동시에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사회적 신분상승의 기회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람이 사는 목적은 행복이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것이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행복추구를 위한 공동체로서의 조직의 ‘공동선의 추구’라는 윤리가 무너질 때, 더구나 그 윤리가 처음부터 잘못되었을 때, 그 조직은 해체되고 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배타적 개인주의를 배제하고, 사회성과 협동정신에 바탕을 둔 국가관과 형제애를 고취하고, 건전하고 생산적인 즐거움을 추구한다.” 이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하버드 대학교 ‘푸딩 클럽’의 창립 취지문이다. 조직이 국가이든 조그만 단체이든, 음미해 볼 만 하다. 그 클럽 출신 중에는 미국을 이끌어 온 걸출한 인물들이 많았다. 존 F. 케네디를 포함한 다섯 명의 미국 대통령과 작가 T. S. 엘리어트 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푸딩 클럽의 출신이다. 그 글에 담긴 뜻 때문은 아니었을까?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