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양요섭이 어느 팬에게 보내는 늦은 답장

이은호 / 기사승인 : 2021-09-25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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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솔로 정규음반을 낸 그룹 하이라이트 멤버 양요섭.   어라운드어스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다 빛나고 있는데, 왜 나만” 그룹 하이라이트 멤버 양요섭은 지난 20일 발매한 정규 1집 ‘초콜릿 박스’(Chocolate Box)에 수록한 노래 ‘나만’에서 이렇게 읊조린다. 피아노 연주 위에 얹은 낮은 목소리엔 깊은 외로움이 깃들었다.

2009년 데뷔해 10년 넘게 활동 중인 ‘중견 아이돌’에게도 조급함에 마음이 흔들리던 시기는 있었다. 2년 전 의무경찰로 복무하던 때가 그랬다. 한겨울 서울 광화문 일대를 지키던 그는 부지불식간에 떠오르는 상념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사람들이 나를 잊은 건 아닐까’ ‘나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최근 서면으로 만난 양요섭은 “불안하고 초조했던 시간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 안의 그림자를 꺼내 노래로 만들었다. 정규 1집에 실린 또 다른 곡 ‘꽃샘’은 양요섭이 의무경찰로 복무하던 때를 떠올리며 쓴 노래다. ‘날 놓지 말아요. 날 사랑해줘요’라는 가사가 다크 초콜릿처럼 씁쓸하다.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음원사이트엔 “안 놓을게. 끝까지 붙잡고 따라갈게”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할게요”라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양요섭.   어라운드어스
한 번 터진 마음의 소리는 쉽게 멎지 않았다. 양요섭은 이번 음반에 ‘꽃샘’ 외에도 ‘드라이 플라워’(Dry Flower) 등 자작곡 네 곡을 더 실었다. ‘나만’은 팬이 SNS로 보낸 쪽지에서 영감을 받아 쓴 노래다. 쪽지에 담긴 이야기가 자신의 고민과도 비슷해 유난히 기억에 남았단다. 이 곡 마지막 구절인 “잠시 멈춰 가는 것뿐이야. 끝이 아냐”는 양요섭이 보내는 위로이자 응원이다.

“제가 쓴 노래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가사는 ‘나만’에 나오는 ‘위로의 말들조차 버거워’라는 구절이에요. 그때 제 마음이 딱 그랬거든요. 제게 쪽지를 보내주신 팬은 이 노래로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그 분께서 이 기사를 보신다면 답장이 많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나의 답변으로 조금은 마음이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중학생 때 음악을 시작한 양요섭은 여러 기획사를 옮겨 다니며 연습생으로 지내다가, 고등학교 동창인 이기광의 소개로 큐브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 한 팀으로 데뷔했다. ‘픽션’(Fiction), ‘비가 오는 날엔’, ‘쇼크’(Shock) 등 여러 히트곡을 낸 그룹 비스트다. 양요섭은 이기광과 함께 기획사에 들어간 것을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근본적인 선택”으로 꼽았다. 그는 “기광이가 얘기했으니까, 기광이를 믿었으니까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돌아봤다.

그룹 하이라이트.   어라운드어스
큐브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끝난 뒤에도 이들은 함께였다. 양요섭 등 네 멤버들은 기획사를 직접 차려 그룹 활동을 이어갔다. 팀 이름은 ‘하이라이트’로 바꿨다.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찬란한 순간을 함께 써내려가자’는 의미다.

아이돌 가수로 사는 12년 동안 “허투루 노래한 적은 없다”고 양요섭은 자신한다. 자신과 팬들을 연결해준 매개체가 노래라서다. MBC ‘복면가왕’에서 8번 연속 우승했을 만큼 가창력이 뛰어난데도 그는 여전히 노래가 어렵다. 양요섭은 “나는 지금도 내 목소리가 뭔지 고민하며 찾아가는 사람”이라면서 “이번 음반도 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의 일부”라고 했다. 음반에서 발라드는 물론, 알앤비, 댄스, 스윙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른 것도 그래서다. 그는 “이번 음반을 준비하며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더욱 다양한 스타일에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노래는 마음이나 감정을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잖아요. 그래서 아직도 노래하는 게 어렵고, 계속 연습하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경험을 하게 되고, 그 덕에 노래를 이해하는 방식이나 목소리에도 깊이가 더 생긴 것 같아요. 제 지난 솔로 음반 제목이 ‘백’(百), 하얀 도화지가 다 채워지지 않은 상태라는 뜻이었는데요. 이렇게 음반을 내고 계속 노래하면서 제 도화지를 채워가고 싶습니다.”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