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퐁시티 거주남, 싱크대 앞에서 대기"…'설거지론'이 뭐야?

온라인 달군 신조어 논란
여성 혐오·외벌이 남성 무시 배경
"퐁퐁남, 내 얘기" 일부 남성들 공감도

기사승인 2021-10-26 15: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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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DB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지난 주말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설거지론' '퐁퐁남' 등 신조어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26일 남초·여초 온라인 커뮤니티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지난 주말(22~24일)부터 이날까지 이같은 신조어들과 관련한 게시물들이 잇따르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설거지론이 뭐예요? 여기저기 논쟁 중이네"라고 물었을 정도로 화제다. 

'설거지'는 주식 시장에서 사용하는 은어다.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 작전세력이 급등시킨 주식을 개인 투자자에게 넘긴다는 의미다. 해당 종목에 더 매수세력은 없고 개미들만 비싼 가격에 물려 남게 되는 것.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설거지론'도 비슷한 시각에서 출발한다. 젊은 시절 다수의 남성과 자유분방한 성적 관계를 가져 온 여성이 결혼은 연애 경험이 없거나 적고 열심히 노력해 좋은 직장을 얻은 남성들과 하는 상황을 설거지에 비유한다. 

취집(취업 대신 시집) 여성에 대한 분노를 담은 여성 혐오론이다. 일부는 전업주부인 여성이 남성의 삶을 착취한다고 주장한다. 

'전업 주부와 사는 남성'를 무시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설거지론에서 파생된 표현이 '퐁퐁남' '퐁퐁단' '퐁퐁시티'다. 퐁퐁남은 설거지론에서 설거지 중인 기혼 남성을 의미한다. 설거지할 때 쓰는 세제 이름을 붙인 것이다. 결혼 생활 주도권은 여성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남성은 노동, 집안일 등 각종 의무를 책임만 지고 아내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채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퐁퐁단'은 퐁퐁남이 모인 집단을, '퐁퐁시티'는 이런 남성들이 많이 사는 도시를 조롱하는 말로 쓰였다. 누리꾼들은 동탄신도시와 같은 젊은 근로자가 많이 사는 신도시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이같은 신조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성과 남성, 기혼 남성과 미혼 남성, 연봉 비교 등의 갈등 구도로 나타난다. 

여성 혐오를 배경으로 한 설거지론에 여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은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가 담겨있고, 편협한 남성주의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반발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기혼 남성 상당수도 발끈했다. 설거지론에 반발하는 남성들은 이같은 신조어를 외치는 미혼 남성을 두고 '도태된 남성'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기혼 남성 중 일부는 '퐁퐁남'에 적지 않게 공감하는 분위기다.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주말에 유튜브 보면서 설거지를 한 나는 퐁퐁남" "설거지하다 다친 내가 퐁퐁남이다" 등 집안일을 하는 자신의 처지를 희화하한 남성들의 글이 잇따랐다. 

IT 기업에 다니는 한 누리꾼은 "퐁퐁시티 거주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현재 고무장갑 끼고 싱크대 앞에서 대기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일부 누리꾼은 "주변에 결혼한 지인 중 이런 사람이 꽤 있다" "불편하긴 하지만 현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 직장인이 블라인드에 공유한 '퐁퐁단 자가진단법'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진단법은 '아내가 자신(남편)을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자신의 수입이 평균 이상이다' '아내에게 경제권을 맡기고 있다' 등 20개의 문항으로 구성됐다. 이 직장인은 "10개 이상 해당시 '확진'"이라고 덧붙였다. 

이 글에 누리꾼들은 "8개가 포함됐다" "음성이다" "확진이다" "다 내 얘기" 이라고 반응해 눈길을 끌었다.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