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이기 힘들다” 노태우 국가장에 시민단체 반발

기사승인 2021-10-27 17: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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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이기 힘들다” 노태우 국가장에 시민단체 반발
노태우씨가 향년 89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27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전 대통령 노태우씨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진행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에 5·18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2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국가장 결정에 “유감스럽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단은 “국가장의 대상은 국민에게 존중받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노씨는 12·12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이런 사람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른다는 건 희생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5·18기념재단은 5·18민주유공자유족회·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5·18구속부상자회 단체와 함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광주 시민 학살의 공범인 죄인의 장례 비용이 국고로 부담된다”면서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군부 실세로서 자신 또한 책임이 무거운 1980년 5월 학살에 그는 광주 시민과 국민에게 단 한번도 직접 사죄하지 않았다”며 “2011년 펴낸 <노태우 회고록>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광주 시민들이 유언비어에 현혹된 것이 사태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국민 통합, 화해와 용서는 온전한 반성과 사죄를 전제로 가능하다”면서 “학살자들은 시민들에게 사과한 적 없고, 우리 시민들 또한 사과받은 적 없다”고 강조했다.

광주 시민단체협의회 역시 성명을 통해 “노씨는 대통령이기 전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군대를 동원해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반란의 수괴”라며 “이런 노씨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어서 국가장의 대상이 되는지 문재인 정부에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씨에 대한 국가장 결정은 아직 미완성인 5·18의 진실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진실을 왜곡하고 끝내 참회하지 않은 학살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노씨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장례의 명칭은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이다. 장례위원장은 김부겸 국무총리가, 장례집행위원장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맡는다. 장례 기간은 5일장으로 10월 26∼30일이다. 영결식과 안장식은 10월30일 거행되며 장소는 장례위원회가 유족 측과 논의해 추후 결정한다.

행정안전부는 “12·12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역사적 과오가 있지만, 직선제를 통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했으며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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