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이서 설거지 힘드네요”…돌아온 24시 영업, 희망 속 우려도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1-11-03 05: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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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이서 설거지 힘드네요”…돌아온 24시 영업, 희망 속 우려도 [가봤더니]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포장마차를 연 한 상인은 영업시간 제한 해제가 고무적이라고 했다. / 사진=한전진 기자
“두 명이서 설거지 힘드네요”…돌아온 24시 영업, 희망 속 우려도 [가봤더니]
종로3가 익선동의 고기골목에는 사람들이 몰려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 사진=한전진 기자
“두 명이서 설거지 힘드네요”…돌아온 24시 영업, 희망 속 우려도 [가봤더니]
익선동 고기 골목의 대포집들 / 사진=한전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사람 많아지는 건 좋은데 일이 늘까 걱정이지. 아줌마 둘이서 평일 번갈아 출근하는데, 설거지 거리가 너무 많아. 종업원을 더 뽑아줘야 하는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시행 첫날인 1일 오후 7시. 종로3가 익선동의 고기골목은 한창 붐비고 있었다. 골목 중에서도 맛집으로 알려진 가게들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이 늘어서며 긴 줄을 형성했다. 한 곱창집에서 번호표를 나눠주던 종업원 A씨는 “홀과 밖까지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라며 “사람은 늘어나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어 걱정”이라고 귀띔했다.

A씨는 “같이 일하던 외국인 아줌마들이 코로나19로 다 집으로 돌아간 상황”이라며 “영업시간이 늘어나고 사람들은 더 많이 몰릴 텐데, 이대로라면 일이 두 배로 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게서 갑자기 종업원을 다시 고용하는 게 여의치가 않은 모양”이라고 했다. 

종로3가 익선동은 오후 9시가 되어서도 불야성이었다. 친구, 연인, 회사원 등 술자리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테이블을 채우고 있었다. 8명이 모여 회식을 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날부터 사적 모임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수도권 기준 10명까지 가능하다. 현장의 자영업자들은 ‘위드 코로나’ 첫 시작을 두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고기 골목에서 석쇠구이 집을 운영하는 50대 B씨도 종업원 고용이 고민이다. 석쇠와 화로 등을 다루려면 어느 정도 경험자가 필요한데 당장 종업원 구하기가 별따기라는 것이다. B씨는 “석쇠에서 고기를 구워 손님에 내가야 하기 때문에 신입 아르바이트생를 쓰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기대만큼 손님들이 크게 늘 것인지도 확신이 없어 주저하고 있다”라고 했다.

B씨는 “방역정책이 워낙 자주 바뀌어 거리두기가 다시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느냐”라며 “직원을 아무나 뽑았다가 내보내야 할 상황이 올수도 있는데,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들과 쉴틈없이 일하곤 있지만 피로가 상당하다”라고 토로했다.

주점과 식당이 동시에 직원 채용에 나서다 보니 구인난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각역 보신각 인근 젊음의 거리에는 ‘직원 채용’ ‘알바 구함’ 등의 구인공고가 붙은 음식점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현재 구인·구직사이트 ‘알바몬’에서도 식당과 카페 등 야간 시간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공고 수백 건이 올라오고 있다.

“두 명이서 설거지 힘드네요”…돌아온 24시 영업, 희망 속 우려도 [가봤더니]
위드 코로나에 기대도 있지만 우려도 많다고 한 삼겹살집 점원은 말했다. / 사진=한전진 기자
“두 명이서 설거지 힘드네요”…돌아온 24시 영업, 희망 속 우려도 [가봤더니]
신촌의 주점들의 모습 6인 이상 모임도 눈에 띄었다. / 사진=한전진 기자
위드 코로나에 기대를 걸고 한 달전 종각에서 삼겹살집을 열었다는 C씨는 “일주일 전부터 구인 공고를 냈는데 아직 문의가 오지 않았다”라며 “아마 시급이 높은 주점이나 카페 쪽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그러지 않을까 싶다”라고 추측했다. 그는 “앞으로 야간 손님이 늘어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지금은 기존과 같이 10시에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후 11시가 넘어서자 종각 식당가 다수는 불이 꺼졌다. 신촌 등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졌지만, 회사와 대학가의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은 여전한 탓이다. 음식점 입장에서도 일손이 부족해 아직까지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은 드물었다.

신촌 연세로에서 만난 고깃집 사장 D씨는 “장사가 잘되는 곳은 원래부터 입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몰리던 곳”이라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다고 해서 예약전화가 늘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라며 “교육부에서 나서서 대학가에 ‘대면 강의를 열라’ 권고를 하는 등의 후속 조치가 있어야 체감 효과가 나타날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위드 코로나’에 희망을 걸어보겠다고 했다. 젊음의 거리에서 삼일 전 포장마차를 다시 열기 시작했다는 E씨는 “오후 10시 제한이 없어졌다는 것에서 희망을 가지고 있다”라며 “회사원 출근 등이 이뤄지면 아마도 전보다는 나아질 것이고, 같이 일할 사람도 더 데려와야 하지 않겠나”라고 기대를 품었다. 

한편 정부는 전날부터 ‘위드 코로나’ 1단계 계획을 시작했다. 수도권은 10명까지, 비수도권은 12명까지 모일 수 있고, 식당과 카페 등 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은 완전히 해제됐다. 단, 식당·카페에서는 예방접종을 마치지 않은 사람은 4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일상회복 연착륙을 위해 당분간은 유흥·체육시설 등에는 '방역패스'가 시행된다.

ist1076@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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