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타잖아, 볼 틈 없어”…방역 패스, 현장선 ‘혼란’ [가봤더니]

한전진 / 기사승인 : 2021-12-09 06:00:13
- + 인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연말 회식 취소가 이어졌다는 한 자영업자   한전진 기자
QR코드를 찍기 위해 대기중인 손님들   한전진  기자

지난 7일 오후 8시 20분 서울 마포역 인근의 한 호프집. 가게 안에는 2차로 술을 마시러 온 손님들이 연신 “여기요!” “여기요!”를 외치고 있었다. 중년의 부부는 주방과 20평가량의 홀을 모두 담당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방에서 치킨을 튀기던 아내는 기자의 ‘방역패스’ 물음에 “접종까지 확인할 틈이 있겠나”라며 “지금 치킨이 탄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전날 정부는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를 식당·카페 등 16개 업종에도 확대했다. 앞으로는 식당·카페에서도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기존에는 수기 명부, QR코드, 080 안심콜로 입장객의 연락처와 거주지 등의 정보만 수집해왔었다. 취식 고객 관리가 훨씬 엄격해진 것이다. 정부는 계도 기간을 거쳐 13일부터 이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내쉰다. 매출도 줄어 종업원도 감축한 상황에 이 같은 방역패스 조치가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미접종 손님이더라도 우기기 시작하면 돌려보낼 수도 없어 양심껏 체크하길 바라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마포 고기골목 인근 삼겹살집에서 계산을 하던 종업원 A씨는 “보통 7시 이후부터 9시까지 손님들이 반짝 몰리기 시작하는데, 일일이 확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라며 “알아서 찍고 지나가시는 분들이 계속 늘고는 있지만, 모른 척 지나가는 손님까지 체크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만취하면 화를 낼 손님들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백신패스’ 시행에 대한 소식도 모르고 있었다. 같은 골목의 한 토속 음식점에서도 ‘명부 적으세요’ ‘안심콜 하세요’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점주 B씨는 “‘방역패스’ 단어를 듣길 들었지만, 현재와 같이 유지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한 고깃집 점주는 방역패스 시행이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백신 접종 여부까지 확인해야 해 사실상 수기명부는 의미가 없어졌다  한전진 기자

안심콜와 수기 명부 작성이 금지된다는 기자의 설명에 그는 “지금도 아르바이트생 한명이 홀과 입구를 오가며 수기 작성과 안심콜을 유도하고 있는데, (방역패스) 시행은 업주 입장에서 큰 문제가 될 것 같다”라며 “가게 손님 대다수가 고령이라 QR코드를 찍는 것조차 어려워하는데 다음 주부터는 손님들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냐”라고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백신패스 입장을 위해선 쿠브 앱(COOV)이나 카카오톡 앱에 백신 접종 정보를 연동시켜 QR코드를 찍어야 한다. 스마트폰조차 낯선 고령의 연세에는 힘든 일이다. 수기명부나 안심콜을 활용하려면 백신 접종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 더군다나 미접종자라면 48시간 이내의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하다. 

방역의 책임을 자영업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요 감염 시설은 교회나 직장 등인데 식당과 카페 같이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시설에만 방역 조치가 엄격하다는 것이다. 계도기간이 끝나면 정부는 방역패스 미준수 사업장에 150만원, 이용자에겐 10만원 등의 과태료가 부과할 방침이다. 주로 식당과 카페의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공덕역에서 화로구이 집을 열고 있는 점주 C씨는 “식당을 하는 업주들의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 아니냐”라며 “손님들은 과태료가 적으니 막무가내로 들어올 것이고 이에 대한 피해를 식당만 입는 것은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미크론 등 변이는 교회 등 시설이 문제인데 왜 자영업자만 책임을 지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 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자영업자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보건당국은 방역패스라는 새 방역수칙을 도입해 사실상 집합제한 행정처분을 내려 자영업자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통계에 근거해 확진자 발생 비율이 높은 종교, 직장시설 등에 대한 방역패스를 도입하고 방역패스 적용 업종을 위한 손실보상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도 “방역 패스로 피해를 보는 모든 단체와 연대해 신뢰를 저버린 방역정책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항쟁할 것”이라고 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