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무시하나”…대구시의원, 박정희 기념사업 비판

대구시의회 시정질문서 일방적 추진 비난 목소리
육정미 시의원, “민주적 절차 누락은 홍 시장의 독선”
이동욱 시의원, “찬반 떠나 시의회를 무시하는 느낌”

입력 2024-04-23 15: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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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무시하나”…대구시의원, 박정희 기념사업 비판
육정미 대구시의원. 대구시의회 제공

대구시의원들이 대구시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일방적 추진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육정미 대구시의원(비례)은 23일 열린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대구시가 비상재정체제까지 선언한 상황에서 박정희 동상건립을 위해 조례 제정 전 14억5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념사업의 옳고 그름에 앞서 공론화를 통한 여론수렴이 결여됐다는 점이 매우 우려되며, 대구시의 이러한 민주적 절차의 누락은 홍 시장의 독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 의원은 또 △조례가 제정되지 못할 경우 해당 예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공론화와 여론 수렴 없이 임의로 특정 인물의 기념사업을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시민의 혈세로 급하게 예산을 편성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따져 물었다. 

보충 질의에 나선 이동욱 대구시의원(북구5)도 “동상 관련 조례 내용이 단 세 줄, A4용지 반장이다. 구의원과 시의원 10여년을 하면서 이런 조례는 처음 봤다. 이걸로 (안건 심사를)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나”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또 “최소한 주민 의견 수렴 정도는 했더라면 시의회도 충분히 검토할 사항인데 그런 과정 없이 어느 날 동상 이야기와 함께 예산 조례가 올라왔다”며 “상임위원회와 사전에 조율 및 협의 과정도 없었는데 이런 문제를 다룬다는 건 찬성과 반대를 떠나 시의회를 무시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대구시 김선조 행정부시장은 “14억5000만원 예산은 대구시 일반 회계 11조 원의 0.013% 정도로, ‘재정 압박에 요인이 될 수 있느냐’는 시각 차이가 있다”며 “기념사업 조례에 민간 위탁 내용을 넣지 않아 간단하게 만들어졌다. 정부 예산안을 제출할 때도 예산부서 법안을 함께 제출하는 것이 상례로 매년 20건 이상씩 제출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조례안과 예산안이 같이 제출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6일 대구시는 ‘박정희 공원’(대구대표도서관 앞)과 ‘박정희 광장’(동대구역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건립하겠다며 관련 예산 14억5000만원을 반영한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