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를 모르는 ‘펜트하우스’ [TV봤더니]

기사승인 2021-03-23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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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를 모르는 ‘펜트하우스’ [TV봤더니]
사진=SBS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다 ‘프리패스’다. 납치와 폭행은 물론이고 살인도 빠지지 않는다. 캐릭터와 개연성이 무너진 자리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만 남았다. 버튼만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지상파 오후 10시대 드라마지만, 제작진도 방송국도 멈출 생각은 없어 보인다. SBS 금토극 ‘펜트하우스’ 시즌2(이하 ‘펜트하우스2’) 이야기다.

지난 20일 방영한 ‘펜트하우스2’ 10회는 폭력 전시회와 다름없었다. 드라마 속 절대악인 주단태(엄기준)가 배로나(김현수)를 죽인 진범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살인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제작진은 주단태가 배로나의 머리를 날카로운 트로피 조각으로 찌르는 장면을 효과음까지 넣어 연출했다. 화면엔 피가 난무했다. 극 중 배로나는 고등학생, 미성년자다. 

가학적인 장면도 이어졌다. 천서진과 결혼한 주단태는 그에게 잔인한 폭력을 휘둘렸다. 주단태가 천서진에게 내민 부부계약서에는 ‘잠자리를 원할 때 언제든 응한다’는 항목이 있었다. 카메라는 이 부분을 확대해 보여줬다. 주단태는 천서진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채찍을 휘둘렀다. 주단태가 천서진을 폭행하고 감금하는 내용은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펜트하우스’ 10회는 19세 이상 시청가다. 하지만 ’19금’ 표시가 어떤 폭력도 허용하는 프리패스권은 아니란 점이 문제다. ‘펜트하우스’는 공공재인 전파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해지는 지상파 드라마다. 영화관이나 OT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가 아니다. 지상파는 영향력이 크고 공공성을 중시해야 한다. 방영 후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지나치게 폭력적인 내용과 도를 넘은 연출이 불쾌하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펜트하우스’는 시즌1 출발부터 각종 폭력을 쏟아내며 내달렸다. 청소년 납치·폭행 장면을 연출해 지난 1월 방심위로부터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기도 했다. 비판도 잇따랐지만, 시즌이 바뀐 후에도 폭력 수위와 선정성은 변함없다. 전개를 거듭할수록 점점 심해져도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니, ‘순옥적 허용’으로 봐야 한다는 말도 있다.

‘펜트하우스’는 ‘펜트하우스’ 속 인물들과 닮았다. ‘펜트하우스’의 인물들은 더 높은 곳으로 향하려는 욕망을 감추지 않는다. 일그러진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펜트하우스’도 마찬가지다. 시청률 상승을 위해서라면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무엇을 해서라도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걸까. ‘펜트하우스’의 인물들과 김순옥 작가, 주동민 PD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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