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품은 오랜 꿈, 이제는 ‘나빌레라’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1-03-23 1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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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품은 오랜 꿈, 이제는 ‘나빌레라’ [볼까말까]
tvN 월화극 ‘나빌레라’ 포스터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칠순을 맞은 할아버지는 가족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표정으로 케이크에 촛불을 분다.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는 손녀의 물음에 할아버지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옆에 앉은 할머니가 할아버지 대신 그의 소원을 줄줄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자식들의 성공과 평안이고, 두 번째는 눈 감는 날까지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건강히 지내는 것이다. 할머니는 “원래 우리 나이 되면 바라는 것은 그것밖에 없다”면서 할아버지에게 동의를 구한다. 할아버지는 “그렇다”고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이게 정말 할아버지의 소원일까. 

지난 22일 처음 방송한 tvN 새 월화극 ‘나빌레라’는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박인환)과 스물셋 꿈앞에서 방황하는 발레리노 채록(송강)의 성장 드라마다. 배우 박인환이 발레에 도전하는 덕출을 연기한다. 그의 연기 인생 첫 미니시리즈 주연이다. 최근 다양한 작품서 활약한 송강은 덕출에게 발레를 가르쳐주는 발레리노 채록 역을 맡았다.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드라마 ‘터널’의 이은미 작가가 드라마 대본을 집필했다. 

첫 회에서는 덕출이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만 했던 꿈인 발레를 배우기 위해 나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덕출은 어릴 적 발레를 보고 한눈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시대와 삶의 무게에 꿈을 꿈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살아온 인물이다. 성실하게 일해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을 키워낸 그는 가까웠던 친구가 하나둘 세상을 뜨는 것을 지켜보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보기로 한다. 그게 바로 발레다. 덕출은 우연히 발레를 연습하는 채록을 보고 매일 같이 스튜디오에 방문해 “발레를 가르쳐달라”고 하지만, 채록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사실 채록은 처음 겪는 슬럼프에 힘들어 하는 중이다. 

장르극과 ‘19금’이 난무하는 안방극장에 오랜만에 찾아 온 휴먼 드라마다. 인물을 섬세하게 살피는 시선과 연출이 특징이자 강점이다. 박인환은 황혼에 꿈을 찾는 역할을 오랜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로 완성한다. 박인환은 잔잔한 분위기인 이 드라마의 중심을 잡는다. 짧은 순간에도 눈빛과 표정에 여러 감정이 스친다.

덕출이 발레를 하는 이유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무엇인가 이뤄내고 싶어서도 아니다. 단지 그는 오랜 소원이자 꿈이며, 자신이 열렬하게 좋아하는 것을 지금 하고자할 뿐이다. 화면 속 덕출이 정말 발레에 빠져 있으니, 시청자도 절로 그 마음에 몰입한다. 노년에 접어든 캐릭터가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이야기의 전면에 나서는 드라마는 드물다. 그래서 더 반갑다. 

◇ 볼까
마음에 오랜 시간 꿈을 간직해온 사람에게 추천한다. 장르극이 지겨워진 시청자에게도 권한다.

◇ 말까
감동적인 이야기에 곧잘 눈물을 흘리는 시청자라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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