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신록의 새로운 질문들

기사승인 2021-04-28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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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김신록의 새로운 질문들
배우 김신록.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이승희 제공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한창 찍고 방송이 나갈 때는 정신 없었는데 ‘괴요일’ 없는 첫 주를 맞이하니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작품을 마치니 작품성과 대중성을 한꺼번에 갖춘 작품에 출연했다는 실감이 들어요. 참 행운이죠.” JTBC 드라마 ‘괴물’ 종영 후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배우 김신록은 오지화로 지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이처럼 운을 뗐다. 약 7개월 전 ‘괴물’의 첫 번째 대본 리딩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출연진과 제작진이 “어쩐지 잘 될 것 같다”고 말을 나눴지만 “이 정도의 반응을 얻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괴물’은 가상의 도시 만양에서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인물들의 내밀한 심리를 그린 드라마다. 높은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받았다. 배우 김신록은 이 드라마에서 문주경찰서 강력계 팀장이자 이동식(신하균), 박정제(최대훈)의 친구인 오지화를 연기했다.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외부자인 동시에 내부자인, 중간 점에 선 인물이다. 

오지화는 저마다의 이유로 괴물이 된 사람들 사이에서 이성과 이해로 버티며 관찰자 역할을 했다. 때로는 길잡이가 되기도 했다. 흔들림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그는 자신의 혼란과 스스로를 향한 혐오를 인정하고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김신록은 자신이 연기한 오지화를 “믿음과 불신의 경계에서 믿으려는 마음을 지켜내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오지화는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예요. 소중한 사람들이 겪는 일을 지켜보는 관점을 가진 인물이죠. 지화의 관점은 고정되지 않고 계속 움직여요. 때로는 의심하다가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기도 하지만 믿고 싶어 하죠. 시청자는 오지화가 가운데에서 잘 버텨내는 모습을 보며 안정감을 느낀 것 같아요. 시청자가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인물을 그려내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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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신록.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이승희 제공

믿을만한 인물이었던 덕분일까. 추적극이지만 복수의 쾌감보다 피해자의 고통에 중점을 뒀던 이 드라마에서 오지화는 주요한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람 생명 빼앗는 놈들한테 이해, 동기, 서사 같은 걸 붙여주면 안 된다”는 대사는 그의 목소리를 통해 힘을 가졌다. 

“배우는 인물의 발화에 공감할 때 가장 강력하게 연기할 수 있어요. 내용이나 감정적으로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그 대사에 완벽하게 공감하며 연기했죠. 그 대사를 말하는 순간은 오지화의 말하기와 작가, 연출의 말하기가 합치한 순간이었어요. 그 말에 공감한 시청자의 말하기 또한 합치한 순간이기도 하고요.”

이토록 믿음직스러운 오지화는 왜 20년 전 자신과 정반대인 이창진(허성태)과 결혼했다가 헤어졌을까. 드라마 후반부에 오지화가 직접 이창진과 결혼한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두 사람의 서사를 조금 더 알고 싶어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김신록은 “허성태 배우의 연기를 보며 이창진의 진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창진은 한 번 결혼한 전력이 있고 숨겨진 아들도 있었는데 말하지 않아서 오지화와 1년 만에 이혼했다는 설정이었어요. 처음엔 막연하게 ‘20년 전 나에게 결혼 사기를 친 나쁜놈’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죠. 과거 오지화의 마음을 모르는 채로 되짚어간 거예요. 허성태 배우가 지화가 없는 장면에서 '우리 지화’라는 대사를 알토란처럼 챙겨 연기했어요. 그 연기를 보면서 이창진이 오지화에게 가졌던 마음이 진심이고, 순수했다는 걸 역으로 잡아낸 거예요. 덕분에 16회에서 이창진에게 건네는 말들에 공감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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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신록.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이승희 제공

주로 연극무대에서 활약했던 김신록은 tvN ‘방법'으로 드라마의 맛을 느꼈다. 20대 때 잠시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연기를 업으로 삼고 출연한 작품은 ‘방법’이다. 모르는 길이니 한번 가보자고 마음먹고 발을 뗐다가 새로운 재미를 만났고 “또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 만난 작품이 ‘괴물’이다. 

“‘방법’을 촬영하면서 속으로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또 하고 싶었는데 ‘괴물'과 인연이 닿았죠. ‘괴물'은 처음으로 16회까지 책임져야 하는 작품이었어요. 기간도 길었고 몫도 커진 만큼 마냥 재미있다기보다 궁금한 것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방법’을 할 땐 제가 탐구하고 알았던 방법을 몰래 시도하는 마음으로 적용해 연기했어요. 저만 아는 비밀 레시피를 사용했는데 그게 통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괴물’로 넘어오니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이제 차차 새로운 레시피도 필요할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잘 살펴야 할 것 같고요.”

연기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뤄지는지. 배우는 무엇인지. 배우와 인물, 배우와 관객은 어떤 관계인지. 김신록은 지금껏 자신이 품은 궁금증에 답해가는 방식으로 작업해왔다. 질문을 구체화하고 탐구하기 위해 직접 작품에 뛰어들고 무대에 섰다. 카메라, 미디어, 드라마… 새로운 환경을 만난 그가 새로운 질문을 만든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신록은 “드라마 현장에서는 이제까지 탐구했던 방식과 다른 방법으로 탐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매체 연기는 두 번의 현장성을 발휘해요. 촬영 현장에서는 카메라와 모니터를 보는 감독을 설득해야 해요. 후반 작업을 마치고 모니터로 만나는 시청자와 함께 또 한 번의 현장성을 만들어 내야하고요. 이 두 번의 현장성, 연극과는 또 다른 시간성을 만들어내는 일을 잘 해내고 싶어요. 그 비밀을 알고 싶어요.”

inout@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