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게 왔다”, “풍선효과 시작”…강릉 4단계에 웅성웅성

비수도권의 풍선효과 우려도

기사승인 2021-07-20 04: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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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게 왔다”, “풍선효과 시작”…강릉 4단계에 웅성웅성
지난해 여름 강원도 고성의 한 바닷가.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강릉이 4단계라니 올 게 온 것 같습니다.”

강원도 강릉시가 비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시행키로 하자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방역조치 완화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방역당국은 ‘효율적’이지 않아 일률적인 단계 격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강릉시는 수도권 풍선효과 등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자 19일부터 2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시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수도권의 풍선효과,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 속도 등의 여러 요인으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강릉은 가장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라면서 “최근 강릉 표본조사에서 검출된 것은 모두 델타 변이로 확인됐다. 현재 급속히 확산되는 바이러스는 모두 델타 변이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젊은층의 동선이 겹치고 복잡해 어려움이 있다. 확산세가 급증한 지난 10일 이후 불과 8일 만에 4차 전이까지 발생했고, 3단계를 지속할 경우 이달 말까지 최대 하루 60, 70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어 부득이하게 (거리두기 격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고 여겼던 비수도권에서마저 거리두기 단계가 최고 단계로 격상되자 국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강릉마저 4단계로 격상한 것 보면 코로나가 정말 심각한다 보다”, “수도권 사람들이 다 비수도권으로 가니 코로나가 더 심해진 것 같다”, “차라리 잘 된 것 같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있다. 네티즌들은 “올 게 온 거다. 바닷가, 카페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더라”, “(거리두기 격상을) 더 빨리 해야 했다”, “여전히 온라인에 지역 맛집 정보 구하고 후기 사진 올리더라.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다”고 꼬집었다. 


“올 게 왔다”, “풍선효과 시작”…강릉 4단계에 웅성웅성
14일 오전 서울 신촌기차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07.14 최은성 인턴기자


한 지역에만 강화된 방역조치를 시행할 경우 인근 지역으로 관광객이 몰려 ‘비수도권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릉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손님들은 그냥 속초 갈 것 같다”, “강릉이 4단계면 동해로 가고 양양 가고 속초로 가겠지”, “정작 현지인들은 바다도 안 나간다고 한다. 이미 관광객들이 바글거려서”, “확실하게 전국이 다같이 4단계로 갔으면 좋겠다. 어차피 (단계) 올릴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격상시키는 게 낫겠다”라고 하는 등 불만과 우려 섞인 글들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피서객들이 타 지역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는 이미 시작됐다며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500명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고, 비수도권에서도 거리두기를 2~3단계, 강릉은 4단계로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수도권 환자 비율은 30%를 넘어섰다. 풍선효과는 이미 시작됐고, 바캉스 피크인 이달 말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이 미국처럼 땅덩어리가 넓은 것도 아니고 휴가철이다 보니 방역조치가 완화된 비수도권으로 가기 시작한 것”이라며 “게다가 국민들도 올해는 각오를 많이 했다. 그간 자제해오던 것들을 풀기 위해 예약도 많이 해놨을 거고 일부 취소하는 사례도 있긴 하지만 어떻게든 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새 거리두기 개편안’을 언급하며 “뒷문 열어 놓고 방안에 도둑을 몰아넣어서 잡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거리두기 최고 수위인 4단계 시행에도 방역에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델타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빨라 5~6월부터 계속 경고했지만 정부는 느슨한 거리두기 체계 시행을 밀어붙였다”라면서 “지피지기면 백전불패이다. 적은 델타 변이이고 우리의 방어막은 정부의 거리두기와 국민의 수칙 준수이나, 문제는 우리의 전략인 ‘거리두기 체계’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4단계라고 해도 유흥시설을 제외한 다중이용시설의 집합금지는 하지 않고 운영시간만 제한하고 있다. 낮 시간대에는 과거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라며 “6시 이후 (사적모임을) 제한하는 것으로는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시행률도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거리두기 1~3단계 적용은 각 지자체가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재 코로나 유행이 심각 단계이니만큼 1~4단계 모두 중앙정부가 컨트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자율과 책임이라는 말이 그럴싸하지만 이는 방임하는 것이고 무책임한 것이다. 책임전가의 위험도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확진자 수의 지역적 편차가 큰 상황이라 일률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올릴 순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백브리핑에서 “지역적으로 (확진자 수의) 편차가 큰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단계를) 맞추는 덴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효과성 측면에서 보면 (전국적 방역 강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지역의 시설 운영을 제한하고 규제하는 게 과연 효율적일까라고 보면 아닐 공산이 크다. 그 지역의 정서에도 반대 입장이 있다”면서 “지자체와 회의를 해보면 ‘지역 내 확진자가 한 곳도 발생하지 않는 곳이 허다한데 거기 식당도 10시 운영제한 시키고 영업제한 하라는 거냐, 수용이 안 된다’라고 하는 지역이 많다”고 설명했다. 

손 반장은 “지자체 입장도 거리두기 체계 자체는 지역 상황에 맞게 지자체에서 판단해 조정하도록 하되, 사적모임만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4차 유행은 비수도권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1주간(11∼17일) 코로나19 국내 발생 확진자는 일평균 1348.7명으로 직전 1주간 일 평균 992.4명 대비 35.9% 증가했고, 수도권 대비 비수도권에서 확산세가 증가했다. 

수도권의 직전 1주간 환자 발생은 일평균 799.0명(전체 대비 80.5%)에서 최근 1주간 990.4명(전체 대비 73.4%)으로 증가했으며, 비수도권의 직전 1주간 환자 발생은 일평균 193.4명(전체 대비 19.5%)에서 358.3명(전체 대비 26.6%)으로 늘었다. 

국내 주요변이바이러스 검출률은 47.1%로 전주대비 10.2%p 증가해으며,  그 중 델타형 검출률이 33.9%p로 전주 대비 10.6%p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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