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중환자 병상 포화…“치료도 못 받고 사망”

격리해제‧재택치료 기준 바뀌어야 

기사승인 2021-12-20 16:50:36
- + 인쇄
코로나 중환자 병상 포화…“치료도 못 받고 사망”
임형택 기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가 연일 1000명 안팎으로 발생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병상 효율화를 위해 중환자 격리해제 기준을 ‘증상발생 후 최대 20일까지’로 명확히 하고 재택치료 내실화 방안도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중환자 양산 시스템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 재원중 위중증 환자는 997명이다. 위중증 환자는 지난 16일 989명에 이어 17일 971명, 18일 1016명, 19일 1025명 등 연일 1000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중환자 병상은 사실상 포화 상태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80.9%로, 1337개 중 1082개가 사용 중이다. 현재 255개 병상만 남았다. 특히 수도권 내 중환자 병상 837개의 가동률은 87.8%에 달한다. 남은 병상은 서울 41개, 경기 54개, 인천 7개뿐이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1일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리고 있는 확진자는 510명이다. 대기시간별 병상 입원 대기자는 △1일차 76명 △2일차 96명 △3일차 60명 △4일차 이상 278명이다. 입원 대기자 중 70세 이상 고령층은 236명, 질환 및 기타사항으로 분류된 이는 274명이다.

수도권 내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기 환자도 △1일차 139명 △2일차 63명 △3일차 39명 △4일차 14명으로 확인된다. 입소대기자 255명 중 70세 이상 고령층은 45명, 질환 및 기타사항 분류자는 210명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염병 전담병원도 가동률이 70%대인데 병상이 없어 이송 중 사망한다. 중환자 병상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며 “1~2개 여력이 있다고 해도 의료인력이 없거나 못 쓰는 병상만 남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중환자 격리해제 기준을 증상발생 후 최대 20일까지로 명확히해 장기재원 환자를 방지하고, 증상이 호전된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전원조치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입원 시 사전 고지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러한 조치가 의료기관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는 “정부의 20일 이후 격리해제 기준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 기준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대부분 중환자실이 1인실로, 다인실로 구성된 우리나라의 중환자실 의료환경과 차이가 있어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20일 이후의 감염력은 낮아지겠지만, 일부 감염력이 있는 중환자가 있는 경우 다인실 위주의 우리나라 병상체계에서는 의료기관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위원회는 “해당 지침으로는 일반 중환자실 병상에 격리해제된 코로나19 중환자로 채워질 우려가 있다. 이는 곧 코로나19 감염환자 이외 일반 중환자들의 치료 제한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지금도 응급실에서 며칠씩 중환자실 자리를 기다리는 비(非)코로나19 중환자는 앞으로 중환자실에 입원이 거의 불가능할 수 있으며, 수술, 응급처치 등의 일반진료가 지연될 수 있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 교수도 “3주 만에 바로 못나온다. 의사 재량에 따라 격리해제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행 재택치료 기준을 유지할 경우 중환자는 더욱 늘어나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행 재택치료는 중환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이라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중환자 병상을 늘리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대안으로 연령 제한 없이 재택치료가 확대됐는데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집이 어떻게 중환자 병실이 되느냐”라면서 “집에서 기다리다가 증상이 안 좋아지는 거다. 가까스로 입원해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폐렴이 심해져서 에크모, 혈액투석까지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 있다. 재택치료를 강조한 것이 위중증 환자 및 중환자 병상 입원 증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상 부족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방법은 중환자 발생 수를 줄이는 것이다. 중환자 병실이 부족해서 재택치료를 확대한다는 것은 황당한 얘기”라며 “기준을 바꿔야 한다. 사망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 고령층, 기저질환자, 미접종자는 감염병 전담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빨리 입소시켜 케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으면 의미를 두기 어렵다. 빨리 치료해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지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라고 주장했다. 

천 교수도 자택 대기 환자 수를 줄여 중환자로 전환되는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현재 중증자 증가분 대비 사망자가 더 많은 상황이다. 이는 치료를 받지 못해 중환자로 카운팅 되지 않은 채로 재택대기 중 사망하거나 이송 중 사망하거나 응급실에서 사망한다는 의미다.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 집에서 대기하는 방식은 안 된다. 재택치료는 최소 50~60세 미만만, 그 이상은 최소 생활치료센터라도 입소시켜 항체치료제를 투여해 관리해야 한다”며 “초기에 증상이 없을 때 입원해서 주사 맞고 관찰해야 중증으로 안 넘어간다. 이미 폐렴으로 진행된 상태에서는 항체치료제도 못 쓴다”고 꼬집었다. 

이어 “초기 치료는 외래에서도 가능하지만 열나면 바로 중환자 병상 입원이다. 초기 치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 퇴직한 호흡기내과 전문가들을 통해 의료인력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