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방역패스’ 갈등 고조…국내서도 줄소송, 왜?

국내서 집행정지·가처분 신청 잇따라…“미접종자 차별” 주장
해외서 방역패스 논란 지속…“강제접종은 절대 안 돼”

기사승인 2022-01-07 18: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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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방역패스’ 갈등 고조…국내서도 줄소송, 왜?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 확인제)유효기간이 적용된 3일 서울 용산구 한 극장에서 관람객들이 입장 전 QR 체크를 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하는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놓고 전 세계 곳곳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해외서 방역패스 논란 지속…“강제접종은 절대 안 돼”

이달 15일부터 백신 패스 도입을 목표로 하는 프랑스에서는 백신 패스 법안에 찬성하는 일부 의원들이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지난달 전국적인 봉쇄 조처를 내린 네덜란드에서는 휘호 더용어 보건 장관 자택 주소가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코로나19 조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일이 발생했다.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장관의 지역사무소는 백신 반대론자로 추정되는 무리로부터 습격을 받았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며 거리 시위가 진행됐고, 벨기에에서는 영화관·극장·공연장 등 문화시설을 폐쇄하는 조치를 발표했다가 법원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미국에서는 방역패스와 관련한 법원의 판결이 엇갈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 텍사스 북부지방법원은 국방부가 군인에 대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것을 두고  “코로나19 대유행을 빌미로 정부가 자유를 박탈해선 안 된다”며 접종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예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 제5연방항소법원은 지난달 15일 “연방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백신 접종 의무화 명령이 26개 주에서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미첼 바첼레트 세계연합(UN) 인권최고대표는 지난달 9일 “백신 접종 의무화는 공중 보건 대책의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백신 접종 의무화는 강력한 공중 보건 목적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버·의대교수 등 줄줄이 ‘법적 다툼’ 나서

국내에서도 방역패스 적용을 두고 잡음이 거세다. 앞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적용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지난 4일 ‘학습권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정도의 합리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로 학부모 단체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학원 등에 적용됐던 방역패스 효력은 지난 5일부터 정지됐다.

전 세계 ‘방역패스’ 갈등 고조…국내서도 줄소송, 왜?
고등학교 3학년 양대림군 등 시민 1724명은 ‘방역패스’의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7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사진=노상우 기자

7일에는 고등학교 3학년 양대림군 등 시민 1724명이 ‘방역패스’의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양군은 “방역패스는 미접종자 차별, 징벌 수단에 불과하다”며 “최근 법원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했다. 방역당국은 국민께 사과하고 철회하기는커녕 즉시 항고하며 방역패스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지금 이순간에도 수많은 국민이 일상생활을 제한받고 있다. 헌재는 본 사안의 중대성·심각성을 인식해 조속히 심리를 거쳐 방역패스에 제동을 걸어달라”고 주장했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이 방역패스 시행 효력을 중지해달라며 낸 소송의 심문기일도 이날 열렸다. 이들은 “백신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백신 접종은 심하게 말하면 살인행위”라며 “방역패스로 사실상 백신을 강제하면 누군가에겐 생명권의 문제가 된다. 또 미접종자는 주홍글씨와 같은 사회적 수치의 대상이 돼 심각한 인격권을 침해받고 있다. 시설이용 제한으로 교육권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도 심하다.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독성이 약해지고 전파력은 강해진다. 효과가 미미하고 중대한 부작용이 많은 백신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방역패스’ 갈등 고조…국내서도 줄소송, 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에서 원고 측 관계자들이 출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용진 변호사, 박주현 변호사,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도태우 변호사.   연합뉴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를 대변하며 “과학과 의료계 현장을 무시하는 근거 없는 위험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손 반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데이터에서도 백신이 효과 없다거나 위험하다는 것은 나타나지 않는다. 전 세계에 과학계가 코로나19 치명률을 낮추는 데 백신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중환자와 사망자의 과반이 전체 성인의 6%에 불과한 미접종자다. 이들을 보호하고, 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방역패스가 필요하다. 현재처럼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상황에선 미접종자 감염을 차단할수록 의료체계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서 “방역패스를 둘러싼 혼란 등이 장기화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법원은 가처분에 대한 항고심이나 혹은 본안 판결을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방역과 인권의 조화로운 균형점을 찾기 위한 사회적 논의과정으로 이해한다. 방역패스는 높아진 백신 접종률을 토대로 안전한 일상회복을 위해서 도입했던 사회적 약속이었다. 모든 국민이 고통받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급적 피하고, 말 그대로 ‘방패’처럼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개선할 점이 있다면 정부는 열린 자세로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정부가) 방역 패스가 유일한 방책인 양 관성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의심하게 된다”며 “접종에 따른 실익이 명확하지 않은 청소년에게 방역 패스는 강요다. 방역 당국은 원점으로 돌아가 모든 국민의 결정을 아우를 수 있는 방역 체계를 모색해야 하며, 적극적인 대응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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