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과학과 민주주의 맞게 적용해야”

[이영광의 간(間)보기]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기사승인 2022-01-31 0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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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발표된 전날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17,532명을 기록했다. 28일 기록한 17,542명보단 10명 줄었지만, 주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확산세가 꺾었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델타 변이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월 말 3월 초엔 일일 확진자가 10만 명 넘을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일일 확진자 만 명이 넘은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29일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와 전화 연결해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당분간 감염 억제하려는 동력이 존재하지 않아”

“방역패스, 과학과 민주주의 맞게 적용해야”
             ▲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정재훈 제공)

- 오미크론으로 우세 종이 바뀌면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만 명을 넘었잖아요.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지금은 오미크론 변이의 우세종화가 완료가 됐고 그렇다면 앞으로 방역이 강화될 요소라고 하는 건 추가 접종률 조금 올라가는 것 정도일 텐데요. 추가 접종률도 감염 예방 효과에서 본다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또 감소하는 비율도 있고요. 그래서 당분간 감염 억제하려는 동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확진자가 증가하는 비율이 지난주부터는 주 단위로 두 배 정도씩 높아지죠. 이런 속도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요. 정점이 어디일지 예상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이 속도가 최소 4주 이상 이어질 거로 생각합니다.”

- 오미크론이 우세종 된 것이 다른 나라에 빠른 건지 아니면 비슷한 건가요?
“우리나라는 일단 유입과 유행 시작이 다른 나라보다 조금 늦었다고 볼 수 있고요. 그게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여러 정책의 효과라고 생각 하는데요. 그럼에도 지금은 워낙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 능력이 높기 때문에 그걸 다른 정책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시거든요. 그렇다면 지금은 백신 접종으로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 말고 사회적 거리 두기나 다른 진단 검사를 통해 억제하는 효과가 그렇게 크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늦게 시작하고 조금 더 유행이 길게 이어질 수 있지만, 정점에서의 절대적인 크기는 그래도 다른 나라만큼 크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 그럼 사회적 거리 두기를 더 강화할 필요는 없다고 보세요?
“방역을 더 강화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봐야 될 것 같아요.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환자나 사망자가 늘어나게 됐을 때 방역 강화를 반드시 검토해야겠죠. 그러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확진자가 늘어나는 만큼 중환자 늘어나는 속도는 따라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는 유행 증가 추세를 계속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지금은 유행이 너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방역 강화에 대한 의견이 나올 수가 있는 지점이지만 저는 우리 의료체계가 준비된 만큼 감당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렇다면 정점에 도달하고 나서 우리가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고민도 저는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 왜 그게 필요할까요?
“우리가 이때까지 너무나 당장 어떻게 할 건가에 대한 고민만 했죠. 그런데 영국이나 다른 나라들의 사례 보면 유행 정점에 도달하고 유행 정점에서 내려가는 시기에서 방역을 더 이상 강화하지 않고 가급적이면 방역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갔었거든요. 그래서 만약에 우리가 유행 정점에 도달한다는 확신이 있고 유행 정점에서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상황이라면 그때는 방역 완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단계적 일상회복이나 코로나19와의 공존이라는 게 무작정 방역을 강화하고 조인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거든요. 특히 추가 접종률이 많이 높고 경구용 치료제도 있고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이라서 2월 말이나 3월 초 그다음에 4월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아까 조금 말씀하셨는데 의료체계는 감당할 수준인가요?
“델타 변이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중환자 병상이 버틸 가능성이 얼마만큼 되냐에 대한 고민이었잖아요. 그런데 델타 변이를 넘어 오미크론에서는 중증 환자에 대한 대비 능력도 중요하지만, 경증 환자가 어떻게 진료할 것인지 그다음에 자가격리자에 대한 지원과 정책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중환자 병상은 델타 변이를 겪으면서 많이 늘어난 상태이고 거기에 더해서 경구용 치료제라든지 아니면 추가 접종률도 올라갔기 때문에 중환자 체계가 버틸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버틸 수 있게 만들어야 되고요.
그런데 오미크론 변이에서는 경증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에 있어서 경증 환자의 진료 체계나 감당할 수 있는 의료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내냐가 이번 연휴와 연휴 끝나는 주에 가장 쟁점이 될 거고요. 수만 명 이상의 확진자를 한 2~ 3개월 정도까지는 저희가 다뤄야 되거든요. 그러면 그걸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1차 의료기관이 어떤 식으로 오미크론 진단과 치료와 격리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겠죠.”

“오미크론으로 인한 유행 2주 정도 당겨져”

- 교수님은 3~4월 사이 큰 유행이 올 거로 전망하셨잖아요. 말씀하신 큰 유행의 시작이 지금인지 아니면 이와 별개로 또 다른 유행이 올까요?
“저는 제가 그때 말씀드렸던 3월 4월의 큰 유행이 한 2주 정도 당겨진 채로 왔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우리가 유행 정점이 3월에 도달할지 아니면 2월 말에 도달할지 아니면 4월에 도달할지 아직 모르는 상태이지만 제가 말씀드렸던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대규모의 유행이 도착했고 점점 커지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이번 유행이 끝나면 어느 정도 코로나는 잡힐까요?
“저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 희망적인 견해도 있고 아니면 약간 부정적인 견해도 있고 중간 정도인데요. 오미크론 변이가 워낙 전파 능력이 높아서 이번의 유행은 엄청나게 진행이 될 겁니다. 그다음 유행도 오긴 오겠지만 오미크론 유행만큼 강력하거나 심각한 정도의 유행은 아닐 거란 개인적인 예상을 가지고 있거든요. 큰 유행을 한번 겪고 지나간다면 점차 코로나라는 게 특별하지 않은 과정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 하지만 오미크론보다 더 전파력이 센 변이가 나올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
“분명히 그럴 가능성은 있죠. 그런데 오미크론 변이까지만 해도 매우 전파력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당수의 인구 집단이 자연 감염을 통해서 면역력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요. 다음 변이가 등장하겠지만 그다음 변이 등장이 우리나라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대응만큼 어렵지 않을 거라는 희망 정도 가지고 있어요.”

- 일부에서는 어차피 70%는 걸려야 끝날 거 같은데 빨리 걸려서 집단면역으로 가는 게 낫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던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미크론 변인은 아직 전파력도 매우 높고 중증화율도 독감보다도 한 몇십 퍼센트 이상 최대 2배 정도까지 높은 상태이고 접종하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상태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의료 체계가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고 가급적이면 접종 통해서 안전한 상태에서 접근하는 게 좋은 것이지 감염병이라는 게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은 거죠. 그래서 저는 그런 거에 대해서 위험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 백신 접종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제가 최근 데이터까지는 못 찾아봤는데 성인 인구의 95%가 2차 접종까지 되어 있는 상태이고 추가 접종률도 대상자의 60% 이상 접종이 되고 있으니까 접종에 있어서의 국민적인 참여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봐야 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라든지 방역 강화 없이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접종률이 높으니 모든 정책에 있어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식당이나 카페에 대해 방역 패스 필요하지만”

- 방역 패스 제도가 법원에 의해 잇따라 제동 걸리는데.
“방역 패스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방역 해야되는 상황이고 거기에 있어서는 절차적인 정당성이라든지 국민들의 기본권에 대한 고려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방역 패스가 한정된 시간과 영역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정된 시간과 가치를 넘어선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 저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근거도 필요하고 절차적인 정당성이나 타당성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때문에 식당이나 카페에 대해 유행이 급증하는 시기에 있어서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나머지 영역에 대해서 방역 패스를 적용하는 데 있어서는 정말 신중할 필요가 있는 거죠.”

- 그럼 마트나 백화점은 방역 패스 적용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저는 마스크 착용이라는 게 매우 중요한 정책적인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적 모임 제한이나 영업시간 제한이 중복으로 규제되는 상태에서 방역 패스를 추가로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크기가 크지 않을 거거든요. 반면에 마스크 착용이 없고 감염의 위험이 높고 접촉이 밀접한 곳에 대해서는 방역 패스의 적용이 과학적이거나 아니면 방역의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거죠.”

- 방역체계 전환했잖아요. 일단 지금까지는 의심스러우면 검사받게 했지만 이젠 60세 이상이거나 아니면 의료진이 “당신은 좀 가서 받으시오” 하는 경우 또 자가진단키트로 양성인 경우에만 PCR 검사받게 했는데 괜찮을까요?
“괜찮다기보다는 PCR 검사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역량이 모자라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 시점에서 자가진단 검사라든지 신속 항원 검사는 어느 정도 성능이 떨어지지만 불가피한 측면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위음성에 대한 위험도 있고 PCR 검사가 기존에 감당해 왔던 전파를 억제하는 효과에 대한 기대하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빨리 발견하고 치료하고 아니면 자가 격리하거나 방역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불가피한 조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조치로 유행 확산 속도 억제하는 효과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저는 확진자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거기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려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신속 항원 검사가 음성이라더라도 정말 이게 완전히 음성이란 판단 내리기 어려워서 음성이 나온다더라도 조심하셔야 된다는 거죠.”

- 밀접접촉자 기준도 달라지잖아요. 왜 달라지는 거죠?
“밀접 접촉자에 대해서 14일 내지 10일이라는 엄격한 기준 유지해 왔던 이유가 확산 방지를 위한 목적이 컸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경증 환자가 많이 늘어나게 된 시점에서는 오히려 자가격리 기간이 너무 길게 되면 사회경제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사람들의 인원 숫자가 많이 감소하는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측면들에 대응하기 위해 저는 매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기초적인 수칙 잘 지켜야!”

- 동네병원도 코로나19 검사 참여하게 되잖아요. 그럼 일반 환자와 섞여서 더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저도 매우 우려가 되는 부분이고요. 1차 의료기관에 방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람들이 되게 많고 사람들 사이에서의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분명히 있죠. 그런데 다른 측면으로 본다면 이미 경증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사람들이 늘어난 상태에서 그 안에서 마스크 착용 잘하고 의료기관 내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래서 1차 의료기관에서의 교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동선 분리라든지 자세한 지침이나 가이드 제공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안에서 진단 검사나 감염 관리라는 측면에서도 1차 의료기관이 조금 더 신경을 써야 되고 신경을 쓸 수 있게 정부나 당국이 도와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 오늘(29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되어 국민들이 이동하면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 커 보이는데.
“저는 명절이 이때까지 유행을 더 증가시키는 효과가 그렇게까지 크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이유가 이미 전파 능력이 너무 높아서 추가적인 요소 때문에 전파 속도가 더 가속화되는 것들이 명백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적인 수칙과 어르신들에 대한 보호라는 관점에서는 저는 그래도 명절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르신들에 대한 추가 접종이라든지 아니면 어르신들에 대한 보호라는 관점에서 기초적인 수칙들을 잘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한 4주에서 길게는 두 달 정도까지는 확진자가 증가하는 시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그게 지나가고 나면 그래도 과거로의 복귀가 어느 정도는 가능할 거라는 희망적인 예상 정도는 가지고 있습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