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에 검사 급증… 줄줄이 헛걸음

3일부터 고위험군 아니면 신속항원검사
시민 질문에 의료진 진땀… 정확도 다소 떨어져 

기사승인 2022-02-03 15:12:37
- + 인쇄
확진자 폭증에 검사 급증… 줄줄이 헛걸음
서울 은평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신속항원검사소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방역당국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진단·검사 체계를 변경했지만, 확진자 급증에 따른 검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검사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3일부터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전국 선별진료소, 호흡기전담클리닉이나 지정된 동네 병·의원에서 유전자 증폭(PCR) 검사가 아닌 신속항원검사를 받게 돼있다. 신속항원검사는 PCR 검사와 달리, 검사 후 15~30분 뒤면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설 연휴 기간 동안 확진자가 급증해 이틀 연속 2만명을 넘어서면서 서울 시내 선별진료소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날 오전 10시40분쯤 찾은 은평구보건소 선별진료소 뒤에 설치된 신속항원검사소에서는 ‘오전검사가 종료되었습니다’라는 배너가 설치됐다.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고자 신속항원검사소를 향했지만, 보건소 관계자의 ‘오전검사가 종료됐으니 2시 이후에 다시 줄을 서달라’는 목소리가 반복됐다. 

진단·검사 체계가 달라지면서 시민들의 질문은 곳곳에 배치된 의료진에게 향했다. ‘오늘 꼭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약국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사서 해도 되는가’, ‘검사를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등 시민들의 질문으로 의료진들이 진땀을 뺐다.

확진자 폭증에 검사 급증… 줄줄이 헛걸음
신속항원검사용 자가검사키트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다른 선별진료소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1시쯤 영등포구 선별진료소에서는 관계자가 “오전에 오신 분들에게 번호표를 배부했다. 아직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4시 15분 이후에 줄을 서면 오늘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안내했다. 검사를 받기 위해 보건소를 방문한 이들은 “예전에는 PCR 검사를 바로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검사를 받기 더 어려워졌다. 유효기간도 하루뿐이라 실질적으로 더 번거롭다”고 지적했다.

오후 1시30분쯤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선별진료소 신속항원검사소는 ‘금일 마감’이라는 배너를 설치했다. 해당 관계자는 “오늘은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없다. 급한 분들은 약국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사서 이용해달라. 키트에서 ‘양성’으로 확인되면 바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반복했다. 병원 면회를 목적으로 검사를 받으러 온 A씨는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정부가 말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비판했다. A씨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약국에서 자가검사키트를 빨리 구해달라고 말했다. B씨는 “회사에서 코로나 검사 결과를 가져오라고 했는데, 선별진료소에서도 검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동네 병·의원의 검사·치료 참여도 시작됐지만, 어느 병원으로 가야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도 제때 공지되지 않았다. 정부는 진료체계 전환에 맞춰 코로나19 검사·치료에 참여하는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명단을 이날 오전 11시50분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등에 게시했다. 정부는 전날까지 3일 운영을 시작하는 병·의원이 343곳이라고 밝혔지만,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181곳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오후에 20개 정도 병·의원이 추가돼 오늘부터 200여개 병·의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확진자 폭증에 검사 급증… 줄줄이 헛걸음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시민.   사진=박효상 기자

신속항원검사의 정확성에 대한 문제도 여전하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사람 중 76.1%만 PCR 검사에서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31일 광주·전남·경기 평택·경기 안성 등 4개 지역의 41개 선별진료소에서 시행한 신속항원검사 8만4000건 중 687건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신속항원검사 양성 후 진행한 PCR 검사에서도 양성이 뜬 경우는 523건이었다. 164건(23.9%)는 실제 감염되지 않은 ‘가짜 양성’인 셈이다.

‘가짜 양성’은 PCR 검사에서 다시 걸러지지만, 실제 확진자가 음성으로 나온 ‘가짜 음성’에 대해서는 보완 방안이 미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신속항원검사상 음성이 나온 경우에는 비교적 정확도가 높아 일부 위음성 가능성을 감수하고라도 음성으로 간주한다고 답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확진자 폭증에 검사 급증… 줄줄이 헛걸음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