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키트 개당 6000원”… 약사들 “공급가 그대론데?”

10곳 중 7곳에서는 구매 가능… 가격 제한에 진통은 여전
편의점 판매는 아직

기사승인 2022-02-16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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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 “키트 개당 6000원”… 약사들 “공급가 그대론데?”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노상우 기자

“약국으로 들어오는 공급가는 그대로인데, 6000원에 팔라고 하면 손해보라는 소리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4일 대용량 포장으로 공급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약국과 편의점에서 낱개로 판매할 경우 개당 가격을 6000원으로 지정했다. 15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된다. 기존에 제조업체에서 1개, 2개, 5개 등으로 소량 포장해 공급한 제품은 해당하지 않는다.

15일 오전 서울 일대 약국에서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둘러싼 혼란이 있었다. 대다수 약국은 이미 소분을 마쳐서 판매를 준비했지만,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곳도 있었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일대 약국 10곳 중 자가검사키트를 소분해 판매하는 곳은 7곳이었다. 나머지 3곳은 품절이거나 판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분된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약국의 약사 A씨는 “미리 사들여온 소량 포장된 키트는 판매를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 한 업체의 자가검사키트 권장 판매가는 1만6000원이다. 대용량으로 산다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소분까지 해야 하는데 6000원으로 지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키트를 판매하고 있는 다른 약국 약사 B씨는 “마스크 대란 때보다 더하다. 그때는 정부에서 공급했는데 지금은 약국마다 사입 가격도 다 다르다”라며 “조달청에서 공공수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공급할 때 개당 2420원에 들어온다고 하는데, 약국은 사정이 다르다. 조달청에서 약국으로 공급을 해주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제대로 된 공지를 받지 못했다는 약사도 있었다. 약사 C씨는 “어제 뉴스를 통해서 소분 판매 시 가격을 6000원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뉴스를 보고 알아야 되는 게 맞나”라고 지적했다.

政 “키트 개당 6000원”… 약사들 “공급가 그대론데?”
15일 오전 편의점에서 자가진단키트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사진=노상우 기자

편의점 판매는 아직 지지부진한 듯 보였다. 일부 판매점에서는 소분된 자가검사키트를 준비해뒀지만, 바코드에 입력되기 전이라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자가검사키트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자, 입구에 ‘자가검사 키트 품절’이라는 종이를 붙인 편의점도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CU는 래피젠 제품 100만개를 확보해 이날 전국 1만5800곳 점포에 배송한다. 세븐일레븐은 ‘휴마시스 코비드-19 홈테스트’ 키트 100만개를 소분해 17일부터 판매한다. GS25는 래피젠 자가검사키트 80만개를 확보했으며 15일 오후5시부터 판매한다.

대한약사회는 편의점의 소분판매, 물량 부족을 두고 정부를 비판했다. 약사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자가진단키트 물량 부족 사태는 키트로 선별진료소에서 우선 검사하게하고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를 해주겠다는 잘못된 발상으로 초기 선별진료소와 지자체 등에서 과도한 물량을 확보해 국민이 시중에서 구입할 물량이 없어져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가진단키트를 의료기기 판매업 허가도 없는 전국 모든 편의점에 완제품도 아닌 소분해 판매토록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에 대해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로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한다”며 “자가진단키트는 검체 채취 방법 뿐 아니라 적절한 유통품질관리가 되지 않으면 정확도, 민감도 등이 영향을 받아 공중보건에 위해를 일으킬 수 있어 3등급 의료기기로 허가됐다. 현재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를 득한 편의점은 정상적인 관리하에 판매가 이뤄지는데 모든 편의점에서 이를 면제하고 혼합 판매하게 하는 조치는 있어서는 안되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물건을 주지 않고 가격만 6000원으로 정리하는 바람에 기존에 공급된 1~2개 소포장 자가진단키트는 판매를 할 수 없게 됐다.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가격만 정하니 반발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 키트 하나에 6000원이라는 것만 머릿속에 남는다. 기존 키트와 달리 소분해서 판매하는 것만 6000원이라고 제대로 안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단키트의 원활한 수급이 우선되고 나서 순서를 풀었어야 했다”며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우격다짐으로 일이 진행돼 아쉽다. 소분 과정도 위생에 대해 신경써야 하는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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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판매 중인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사진=노상우 기자

식약처는 편의점 소분 판매와 관련해 “자가검사키트의 면봉, 검체추출액 용기 등은 멸균 밀봉돼 있고, 필터마개(캡슐)의 경우는 점액을 필터링하기 위한 용도로 외부 노출되더라도 정확도 등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다만 보다 안전한 관리를 위해 소분 과정에 대한 매뉴얼을 판매처 측에 배포했다. 편의점에서 낱개로 판매하는 경우 낱개 판매 매뉴얼을 준수하도록 당부했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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