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심사만 수차례… 간호법 제정 여전히 ‘안갯속’

직역단체 간 첨예한 대립에 정치권 눈치 보기 판세

기사승인 2022-02-17 06:10:01
- + 인쇄
법안심사만 수차례… 간호법 제정 여전히 ‘안갯속’
대한간호협회가 16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과 불법진료·불법의료기관 퇴출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사진=노상우 기자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10일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 논의가 이뤄졌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대한간호협회를 제외한 의료계 대부분은 국회가 간호법을 제정한다면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는 10일 간호법 관련 법안 3건만을 상정해 원포인트로 심사했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과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발의한 간호·조산법이다. 법안에는 지역공공의료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간호정책, 간호인력 확보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이 명확히 규정돼 있다. 또한 노인·장애인 등에게 요구되는 간호·돌봄 제공체계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간협은 의료법이 치료 중심으로 돼 있고,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료인을 위한 법이기 때문에 의료기관 밖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선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협, 병협 등은 의료법이 의료에 대해 통합적으로 규율하고 있고,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통해 보건의료 직종에 대한 부분도 규율돼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맞서고 있다. 

법안소위에는 이례적으로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과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신 회장은 “의료법으로 인해 간호사들이 일하는데 굉장히 제한을 받는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일하지만 근로환경, 처우개선에 대해 다룬 게 이번이 처음이다. 또 보건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인구도 초고령화사회로 가고 있고 질병 구조도 급성기질환에서 만성기 질환으로 간다. 이런 측면에서 간호사나 간호보조인력이 의료기관에서만 일할 수 없다. 지역사회에서도 간병·돌봄 체계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의료법에서는 전혀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간호법안 철회에 동의하고 동참하고 있지만, 간호법 내용에 문제가 있는 조항을 폐기 수정하고, 간호조무사의 요구사항인 전문대 양성과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 등을 반영하면 간호법 제정에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요구에 간협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간호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함께 하지 못했다. 

제1법안소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간호법이 특정 직역을 위한 법이 아니라 변화된 의료환경, 국민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요구들을 반영해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는 이유로 여러 의원이 발의했다”며 “보다 깊이 있는 검토를 위해 계속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심사만 수차례… 간호법 제정 여전히 ‘안갯속’
국회 앞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사진=노상우 기자

간협은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수요일 국회 앞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신경림 회장은 “간호법 제정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를 넘어 터무니 없는 악법 프레임 씌우기에 급급한 의협에 엄중히 경고한다”며 “보건의료 정책의 근간을 붕괴시키는 비상식적인 입법이라 주장하는데 간호법에 규정된 법률 우선 적용 원칙은 간호에 관한 통합적 법률이라는 간호법 특성에 따른 기본적인 입법 형식일 뿐이다. 또 간호사 단독 의료기관 개원에 대해서도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현장을 수시로 떠나고 살인적 노동 강도에 쓰러져 가는 간호사 등의 간호인력들의 처우개선에 지속적으로 눈감고 있다. 간호법에 대해서 거짓말과 허위 주장을 반복하는 의협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간협은 오는 3월9일 대선 전 간호법 제정을 바라고 있다.

법안심사만 수차례… 간호법 제정 여전히 ‘안갯속’
국회 앞 1인 시위에 나선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간호단독법 저지 10개 단체 공동비상대책위원회는 간호단독법 철회를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지난 14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국회에서 발의 및 심의돼야 하는 법안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법안이어야 한다. 그런데 간호단독법은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보다는 간호사 직역에게만 혜택을 부여하는 잘못된 법안”이라며 “간호법은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와해시켜 일선 진료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기존 보건의료체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철회해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시위는 의협, 간무협을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간협이 간호법 제정 추진을 강행할 경우 단체행동 등 특단의 대책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간호법 제정에 대해서 대선 후보들은 긍정적인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간호법 제정 요구와 관련해) 숙원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저도, 의원들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대선 전 법 제정을 완료하겠다는 게 목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법안심사소위원회도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열리게 됐다”며 “국민의힘에서 시간을 끌고 있는 것 같다. 향후 논의하기로 했는데 대선 전에 국회에서 법안소위가 진행될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법안심사만 수차례… 간호법 제정 여전히 ‘안갯속’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