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된 ‘대장동’ 진실게임… 다시 민주당으로 넘어간 공

조재연 대법관 기자회견 통해 “김만배 모른다”
국민의힘 이재명-故 김문기 관련 추가 자료 공개

기사승인 2022-02-23 19: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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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작된 ‘대장동’ 진실게임… 다시 민주당으로 넘어간 공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동취재사진

다른 곳으로 향하는 듯했던 ‘대장동 그분’과 관련한 의혹이 다시 안갯속이다. 최근 직접적으로 이름이 거론됐던 조재연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결백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대장동 의혹 초기부터 줄곧 의심을 받았던 민주당의 대응에 다시 이목이 쏠린다.

조 대법관은 23일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만배 씨와는 공적‧사적으로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라며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그 누구와도 일면식도, 통화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 대법관은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을 근거로 최근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지목한 ‘대장동 그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조 대법관의 딸이 2019년 10월 천화동인1호가 62억원에 매입한 성남시의 고급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다거나 수원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이 후보가 대장동과 관련이 없다는 게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관의 이름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50억 짜리 빌라에 딸이 살았다는 주장이 있다. 또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이 후보의 대법원판결에 영향력을 미친 것 아니냐며 대법원의 재판 독립성에 심각한 모욕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법원 행정처와 조 대법관은 국민 앞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명백히 밝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마침내 (대장동) 그분이 대법관이라는 진술이 나왔다”고 썼다.

하지만 조 대법관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대장동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자신들의 가족, 친인척들도 대장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난 30년 가까이 현재 살고 있는 주거지에서 살고 있다”며 “딸들 역시 함께 거주하고 있다가 딸 하나는 2016년 결혼한 뒤 분가했고 이후 서울에서 살고 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다른 딸 하나는 지난해 결혼해서 죽전에 살고 있다. 막내딸은 현재 나와 함께 산다. 나와 가족, 친인척 중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연히 내가 모르는 사실이 있을 수 있어서 세 명에게 판교 타운하우스에 대해 알거나 얘기를 들었는지 혹은 그 근처에 가본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그 의혹이 아빠를 향해 제기되고 있다고 물어봤다”라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사실무근이라고 얘기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딸들의 거주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의향도 밝혔다. 조 대법관은 “주민등록등본을 포함한 필요한 자료를 대법원이나 검찰 등 기관에서 요청하면 즉시 응하겠다. 피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 자료를 언론에 공개할 수도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국민의힘도 이날 의혹 증폭에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아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 후보와 김 전 처장의 관계를 암시할 수 있다며 추가 자료를 공개했다. 

김 전 처장의 아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버지는 법을 어긴 것도 특혜를 받은 것도 없으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며 “아버지는 상부의 뜻에 따랐던 죄 밖에 없다. 직원을 보호해주지 않는 회사, 성남시의회의 징계 압박 등이 아버지를 벼랑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또한 “(아버지는) 시장님과 10년 넘게 일한 동료에게 칼을 꽂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변호사 때부터 연을 맺은 이 후보는 조문도 없이 모른다 기억 안 난다. 이렇게 일관되게 태도를 유지해왔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대장동 게이트의 윗선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단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왜 이 후보는 아버지를 몰랐다고 하는지 궁금하다”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알버트 공원에서 이 후보와 김 전 처장이 손을 잡고 아주 친밀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전 처장은 휴대전화 연락처를 엑셀 파일로 만들었다. 수정 날짜가 2009년”이라며 “해당 파일에 이재명 변호사라고 저장돼 있다. 성남시장 되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는 의미다. 서로 연락하던 사이라는 정황증거”라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은 아직까지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2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조 대법관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민주당 측은 “우리가 조 대법관을 그분이라고 지칭한 적이 없다. 우리는 대장동 그분은 이재명이 아니라고 얘기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전 처장과 이 후보의 관계와 관련해서도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장 시절에는 실제로 잘 몰랐고 오히려 나중에 재판과 관련해 연락하면서 그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고 김 전 처장의 유가족에게는 애도의 메시지를 남겼다. 민주당 측은 “고 김 전 처장에게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 뜻하지 않은 일로 이별을 고해야 했던 유가족들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헤아릴 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며 “다시 한번 정중하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 유가족들의 응어리진 마음이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