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내리막에 코인 올랐다…우크라이나 사태에 디커플링 주의보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2-03-05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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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내리막에 코인 올랐다…우크라이나 사태에 디커플링 주의보 [알기쉬운 경제]

지난해 가상화폐(코인)시장은 증시와 같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나스닥이 하락하면 코인도 하락세였죠. 미국 CNBC는 지난해 12월 기술주가 떨어진 점을 비트코인 하락 배경으로 지목했습니다. 비트코인과 기술주의 자산 간 동조화(커플링) 현상이 강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업계는 이러한 동조화 현상이 비정상이라고 평가합니다. 탈 금융을 지향하는 코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증시와 별개의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죠. 반면 동조화로 인해 앞으로 코인의 급락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증시와 코인 시장의 탈동조화(디커플링)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스닥은 하락했는데,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동안 14% 가까이 급등했죠. 보통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안전자산을 선호합니다. 그런데도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입니다. 이에 따라 코인은 증시와 다른 길을 걷게 됐습니다.

러시아가 가상화폐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미국, EU 등 세계에서 금융제재를 가하자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의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화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러시아 국민이 비트코인 사재기 나섰죠. 지난달 28일 가상자산 데이터업체 카이코는 루블화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테더와 루블화의 거래량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금융 시스템이 마비된 우크라이나도 가상화폐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카이코는 우크라이나 화폐 흐리브냐와 비트코인 간 거래도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로 쏟아지는 가상화폐 기부행렬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CNBC는 3일(현지 시각)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기부 규모가 5400만 달러 이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비트코인이 상승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비트코인 수요가 급등세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죠. 실제 러시아발 비트코인 수요가 급증하자 투자심리가 개선됐습니다. 가상화폐 데이터 조사업체 얼터너티브는 지난 2일 코인 시장의 투자심리를 알려주는 ‘공포·탐욕 지수’가 52로 중립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공포·탐욕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심리가 악화하는 ‘극도의 공포(Extreme Fear)’를, 100에 가까울수록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극도의 탐욕’을 나타냅니다. 지난달(20)과 지난주(25) 모두 ‘극도의 공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지수가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죠.

미국과 EU가 러시아의 스위프트(국제결제시스템) 퇴출에 이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도 제재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발표하자 가상화폐 가격은 급락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글로벌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러시아 국적 이용자와 IP를 차단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나 세력이 통제할 순 없다는 게 암호화폐의 규칙이기 때문이죠.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는 대러 제재 참여를 거부했습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장기적인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합니다.

이와 별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디커플링화 현상은 가상화폐 시장의 성숙도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가상화폐가 안전자산으로 취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에 따라 코인의 가격이 큰 격차로 뛰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안정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죠. 지금 코인의 움직임이 앞으로 코인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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