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이전’에 ‘벙커 위치 공개’까지… 난감한 국방부 

국방부 “언급 적절하지 않아” 답변 꺼려

기사승인 2022-03-21 17: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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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 이전’에 ‘벙커 위치 공개’까지… 난감한 국방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현지 기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 용산 이전을 설명하던 도중 보안 시설의 위치를 노출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를 거세게 지적하고 있다. 당사자인 국방부는 공개적 언급을 꺼리는 모양새지만 내부에서는 강제 이전에 따른 불편한 속내가 읽힌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기(국방부‧합참) 근무하는 분들의 말을 들어 보면 여유 공간이 상당히 있다. 부속건물도 많아 필수시설 옮겨가면 분산배치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하 벙커가 있고 비상시에는 통로로 연결 돼 NSC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윤 당선인은 벙커를 비롯한 보안 시설의 위치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공세에 나섰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하통로가 있다 이런 것들은 보안 사항”이라며 “청와대가 이전하면 언론에 청와대 경호‧방호, 국방부‧합참 등과 관련한 정보가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이 안타깝고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 측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어제 프레젠테이션 자료에 손 한번 얹어놓은 것”이라며 “조감도에서는 사실상 광활한 잔디밭 중 하나를 짚은 것이다. 그게 보안시설 누출이라고 하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B2 벙커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된 바 있다. 군 통수권자가 그렇게 소홀하게 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B2 벙커를 구축한 지난 2012년 함참이 이를 외부에 소개한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사자인 국방부는 다소 난감한 모양새다. 국방부 측은 구체적인 공개적 언급을 꺼리고 있다.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2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거기에 대해서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 인수위나 당선인 관련 발언에 대해 국방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국방부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불편함도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방부 관계자는 “부대 이전 사업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하고 있다. 강제 이전된 부대는 이사비를 제외하고 리모델링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든다”라며 “윤 당선인을 꼽았던 사람들이 자신의 손모가지를 잘라야겠다고도 얘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