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문화예술’ 된 게임… 그러나 ‘갈 길 멀다’

게임, 문화예술법 제정 50년 만에 문화예술로 편입
반색 표한 게임업계 “그동안의 노력 결실”
이용자 신뢰 회복·장르 다변화 등 과제 해결 시급

기사승인 2022-09-13 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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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문화예술’ 범주에 포함하는 ‘문화예술진흥법(문화예술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드디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꿀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해결해야 될 과제도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침내 ‘문화예술’ 된 게임… 그러나 ‘갈 길 멀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승래 의원실

게임, 문화예술법 제정 50년 만에 문화예술로 편입

지난 7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문화예술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게임은 애니메이션, 뮤지컬과 함께 대중 문화예술로써 자리매김하게 됐다.

게임이 문화예술로 인정받기까지는 5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972년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은 문학, 미술, 음악 등에 이어 2013년 만화 등을 포함시키며 점차 문화예술의 범주를 넓혀갔다. 하지만 게임에게만은 유독 허들이 높았다. 2014년과 2017년 게임을 문화예술에 포함시키기 위한 개정안 발의가 있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 2020년 조승래 민주당 의원이 재차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서 게임은 문화예술기금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고,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지원의 범위도 넓어졌다.

K콘텐츠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게임은 이번 법안 통과로 문화 예술적 영향력까지 갖추게 됐다. 게임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이미 많은 지표를 통해 입증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게임 수출액은 콘텐츠 수출액(18조6000억원)의 69.5%에 해당하는 12조9200억원이다. K팝을 포함하는 음악산업 수출 비중(6.9%)의 10배가 넘는다.

조 의원은 “게임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산업”이라며 “게임이 문화예술로 인정되면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고, 게임산업에 활력이 더해지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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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컴 3관왕에 오른 네오위즈의 'P의 거짓'.   네오위즈

 게임업계 “그동안의 노력 결실…게임중독 질병코드 반박 논제 생겼다”

게임업계는 이번 법안 통과에 반색을 표하고 나섰다. 게임산업은 그동안 콘텐츠 산업 수출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흥보다는 규제의 대상으로 취급됐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은 국내에서 그동안 부정적인 인식으로 지원·육성보다 규제 대상에 가까웠다. 문화예술 영역에 포함되지 않아 영화, 음악, 만화 등 다른 장르와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며 “게임이 대한민국 문화예술에 편입된 것을 적극 지지하고 환영하며 올바른 게임 문화 확산과 인식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업계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여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록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이 올해 초부터 본격 시행됐다.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 중독 등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게임이 문화예술로 편입되면서, 이러한 시도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음악과 연극, 영화 등에 중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게임도 같은 사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산업은 2004년 ‘바다 이야기’ 사태 이후 일종의 원죄가 생겼다”며 “결국 게임 질병 코드 도입 논의도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이 쌓여서 발생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게임은 ‘문화예술’이란 강력한 버프를 얻었다”면서 “이제 게임중독을 질병화에 대한 반박 요소가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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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에서 진행된 마차시위.   쿠키뉴스DB

법적으론 문화예술 편입됐지만…이용자 신뢰 회복 급선무

다만 국내 게임업계가 해결해야 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하다. 떨어지는 게임 품질, 확률형 아이템 등 과도한 과금 유도 시스템으로 생긴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업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국산 게임의 장르 편향화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 게임사 신작 대부분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구글플레이 최다 매출 순위만 봐도 13일 기준으로 국산 MMORPG 6개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일편률적으로 양산형 MMORPG를 찍어내면서, 이용자들의 피로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PC와 모바일 등 고착화 된 플랫폼을 탈피하길 바라는 목소리도 적잖다. 

평소 게임산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관계자 A는 “사실 국내 게이머 전체를 놓고 보면, MMORPG를 즐기는 이용자의 비중은 생각 이상으로 낮은 편”이라며 “하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MMORPG의 매출 비중이 매우 크기에 계속해서 비슷한 게임을 출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게임의 지위가 문화예술로 격상된 만큼, 게임사들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면서 “대표적인 문화예술인 영화계도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코미디,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처럼 게임업계도 이제는 위치에 맞는 책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땅에 떨어진 게임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하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과도한 과금 유도와 확률형 아이템 등의 논란으로 한국 게임에 대한 민심은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해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는 다양한 부정 이슈의 중심에 서며 이용자들의 대규모 ‘트럭시위(트럭에 비판 메시지를 담아 특정한 장소를 배회하는 시위)’를 맞닥뜨리기도 했다.

당시 국내 이용자 사이에서는 “국내 게임업계는 게임을 게이머를 위한 작품이 아닌 수익을 위한 상품으로만 바라고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일각에서는 “카지노에서도 당첨확률은 공개하는데, 한국 게임은 그런 최소한의 조치도 없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몇몇 게임사가 불통 운영으로 뭇매를 맞으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납득하기 힘든 운영으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 팬들의 마차시위를 촉발한 카카오 게임즈가 일례다. 이용자들은 “카카오게임즈가 미숙한 운영과 소통부족으로 이용자들과 각을 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A 관계자는 “결국 핵심은 국내 게임업계가 이용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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