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좀 미안하다? 석고대죄해야”

[이영광의 간(間)보기]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 대표

기사승인 2022-11-07 05: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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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좀 미안하다? 석고대죄해야”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 대표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이 지금 우리 경제 전반에 도미노처럼 타격을 주고 있다. 안 그래도 레고랜드 문제 이전부터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로 경제가 어려웠다, 그런데 흥국생명 채권 파동까지 이어지면 연말엔 줄도산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지금 경제 상황을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 보고자 지난 2일 서울 영등포시장역 근처 금융정의연대 사무실에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 대표와 만났다. 다음은 김 상임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경제 어려운 건 금리 올렸기 때문”

-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데 레고랜드 발 채권시장 불안이 지금 우리 경제 전반에 도미노처럼 타격을 주고 있는데 현재 경제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금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대해서는 다 일치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경제위기라고 해서 금융당국도 비상 경제 대책위원회를 10월 중순에 개최했거든요. 코로나 때 경기 부양한다고 돈을 많이 찍었잖아요. 또 미국이나 우리가 사실 제로 금리였어요. 그리고 코로나가 일정 정도 끝났다고 보니까 물가가 오른 거죠. 미국은 금리 다루는 데를 연방준비제도 위원회라고 하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에서 물가 잡겠다고 금리 인상하는 거죠.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할 때 스텝이라고 해요. 금리를 0.25%P 올리거나 내리면 베이비 스텝이라고 해요. 이게 통상적인 금리 인하 폭인데 이거보다 조금 더 높으면 빅스텝이라고 해요. 이거보다 조금 더 큰 스텝은 자이언트 스텝이라고 해서, 0.75%의 폭으로 오르거나 내려가는 때를 말합니다. 다음 단계는 울트라라고 합니다. 그래서 울트라 스텝은 1%P의 금리 인상 및 인하를 말하는데 미국이 물가를 잡겠다면서 연방준비제도위원회에서 강력하게 금리 인상 정책을 선포하고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금리 따라잡으려고 베이비 스텝과 빅스텝을 했어요. 지금까지 미국과 우리나라 금리가 역전됐을 때가 몇 번 있었는데, 미국 금리가 더 높으면 아무래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라든가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빠져서 미국 국채를 사는 게 더 낫잖아요. 우리나라 현재 금리가 3.0%예요. 2020년 5월 0.5%였는데 21년 8월 베이비 스텝으로 0.75% 후 6차례 금리 인상했습니다. 현재 금리는 3%인데 다음은 빅스텝이 예상됩니다.
금리를 설명해드리는 이유는 그만큼 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많이 오르면 그다음 연동되는 게 뭐겠습니까. 환율과 대출 금리가 오르는 거죠. 지금 대출 금리가 기준 금리만 하더라도 거의 지금 한 3%P 가까이 올랐는데, 가산 금리까지 합쳐버리니까 더 오른 결과가 된 거죠. 대출금리는 기준 금리에다가 가산금리를 더해서 산정하는데, 은행이 또 가산금리까지 올렸기 때문에 결국 대출 금리는 4%에서 5%까지 오르고 현재 6% 이상 된 거죠. 내가 부담하지 않아야 될 금리가 오르다 보면 국민들은 아무래도 지갑을 닫잖아요. 정부가 물가를 잡는다고 했지만, 대출 금리가 오르니까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게 되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저는 이게 제자리 찾아가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 지금 금리 올려서 경기가 어려운 거예요?
“굉장히 어렵죠. 제가 지금 말씀드렸잖아요. 금리가 오르니까 대출 금리가 오르고 대출 금리가 오르면 기업 대출 금리도 연달아 오릅니다. 또 하나는,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회사채 발행이에요. 예를 들어 회사채 금리가 예전에는 5%면 됐는데 지금 16%로 올랐다고 가정하면 원래 자신들이 부과하지 않아도 됐던 이자를 더 부담하는 거잖아요. 특히 건설회사 같은 경우에는, 부동산 버블이 꺼져가는 시기인데 대출 금리가 오르니까 부동산 분양 시장이 얼 수밖에 없죠. 부동산 시장이 얼었다는 것들은 PF 대출도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그러면 지금 제일 어려운 사람들은 국민들뿐만 아니라 기업도 어렵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더 어렵고요. 달러까지 올랐으니까요. 지금 건설회사를 중심으로 9월부터 회사채 발행도 잘 안되고, 된다고 하더라도 금리가 높고 아파트 분양 시장이 얼어붙으니까 건설회사 신용과 건설 경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9월부터 심화된 현상이죠.”

- 시장에서는 연말 줄도산할 가능성에 이야기 나오는 것 같은데 어느 정도 가능한 건가요?
“그건 예측 불가능이죠. 정부가 대책을 잘한다든지 자금이 풀린다면 좀 달라질 건데, 아무래도 건설회사 중심으로 도산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죠.”

“채권시장안정펀드, 타이밍 늦어”

- 정부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9월에 주식이 많이 떨어졌어요. 주식이 추가로 더 많이 떨어질 것 같으니까 공매도도 활성화되죠. 그러니 소액주주들은 일시적으로 공매도 중지해야 된다는 요구도 있었지만, 정부는 공매도 중지까지 하지 않고 증시안정기금으로 펀드 운용을 발표했습니다. 즉 증시안정 펀드(이하 증안 펀드)죠. 이에 영향인지 9월 주가가 폭락하다가, 지난주부터 하락을 멈추고 있습니다. 증시는 증안펀드가 나와서 불안감이 조금 해소되었지만 늦었죠. 주가를 상승시키자는 게 아니에요.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었을 때는 주가 하락 폭을 좀 줄일 수가 있었는데, 8월부터 하락 폭이 너무 가팔랐죠.
두 번째, 레고랜드 사태 때문에 지금 회사채 시장이 경색됐거든요. 그래서 정부가 회사채 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책 회의를 통해 50조 원+α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 조성했어요. 그래서 50조 원을 채안펀드 기금으로 조성해서 지원하겠다고 했고, 얼마 전에는 정부가 금융지주 회장들을 모았어요. 우리, 국민, 하나, 신한 그다음에 농협까지 5대 금융회사 지주 회장도 모여서 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해야 된다면서 금융지주 회장들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시그널을 줬어요. 그래서 지금 채권 시장이 안정되었냐고 하면 장담은 못 하겠어요. 레고랜드에 대한 지급 보증을 사실상 철회했던 김진태 강원도지사로 인해서 채권시장이 요동쳤죠. 신용경색으로 줄도산 이야기들이 나오고 위기감이 조성되니까 채안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건데, 이것도 좀 타이밍이 많이 늦지 않았나 해요.
9월 28일, 김진태 도지사가 법원에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합니다. 이때 대책을 강구했어야 해요.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레고랜드를 만들기 위한 SPC 목적 회사로 강원도가 만든 공사예요. 레고랜드를 만들려면 건설 자금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이 건설 자금을 어디서 조달했냐면, 강원중도개발공사에서 강원도가 지급보증하고 ABCP를 발행한 거예요. 이 ABCP는 자산유동화회사(SPC)가 매출채권, 부동산, 회사채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고 통상 3개월 만기의 단기 유동화증권으로 만기가 긴 일반 대출에 비해 금리가 낮습니다. 이 ABCP를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한 거예요. 그런데 이 기업이 법원의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철회해서 부도가 난 겁니다. 그런데 강원도의 회생 신청으로 일파만파로 채권시장이 요동치게 되니까 김진태 도지사와 강원도는 화들짝 놀라서 ‘지급 보증 철회한 적이 없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상 법원에 회생 신청한 것은 강원도가 지급 보장을 안 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에요. 사실상 지방자치단체가 지급 보증을 철회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 못 믿죠.
“사실 국가기관은 AAA 등급이에요. 안전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되니까 회사채를 못 믿는 거죠.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회사 회사채들은 발행이 힘들 거니까 자금 조달이 안 되는 겁니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신용등급이 좋아도, 대한민국 내 회사이므로 대한민국보다 신용등급이 높을 수 수는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한 축으로 회사채가 발행이 안 돼서 자금 조달이 안 되는 게 하나가 있고, 한 축은 PF 대출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대출이 안 되는 게 있어요. 왜냐하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불안한 거예요. 건설사들은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니까 분양이 어렵고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해준 것도 부도나게 생겼는데 신용경색이 돼서 자금 경색으로 이어지는 거죠. 그러니까 줄도산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김진태, 폭발물에 총 쏜 것”
“김진태, 좀 미안하다? 석고대죄해야”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 대표

- 지금 상황에 이른 결정적 역할을 한 게 레고랜드 사태로 봐도 될까요?
“결정적 계기는 맞죠. 레고랜드 사태는 한마디로 불안한 금융시장에 김진태 지사가 신용경색에 신호탄을 쏜 거죠. 쉽게 말해서 폭발물이 있는데 거기에 총을 쏜 거예요. 그게 폭발하니까 이어서 흥국생명 채권 사태 등 도미노 현상으로 쭉쭉 금융시장에 신용 경색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 정부에서는 레고랜드 사태에 대해 대처하기 위해 50조 플러스알파를 투입할 거 같은데 어느 정도 들어갈까요?
“50조 가지고는 부족하죠. 그래서 정부도 알파를 이야기한 거죠. 채안펀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나왔고 증안펀드는 90년에 나왔던 대책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전혀 비상하지 않다고 보이는 거죠. 이번에 50조로 끝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일어나는 건설사의 부실이 결국 어디로 가겠습니까. 은행의 부실 아니면 PF 대출을 많이 한 증권 회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요. 과거 IMF가 시작될 때는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졌으며 이로 인한 금융회사의 부실로 인해서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심지어 은행도 부실이 되어 공적자금을 투입했습니다. 물론 IMF 때는 외환위기로 달러 외환 보유고가 부족해서, IMF 자금을 지원받아 국가부도 사태 위기를 넘겼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IMF 위기와 비슷하다고까지 지금은 단정적으로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최소한 은행이 부도 날 가능성은 적기 때문입니다.

“김진태에게 ‘바보야 문제는 경제”라는 클린턴의 선거 구호 들려주고 싶어“

- 김진태 지사는 한 달 더 빨리 갚겠다고 했는데.
“좀 과격한 표현일 텐데요. 사람을 칼로 찔러서 상해를 입혔어요. 그런 후 형사처벌 같은 큰일 났으니까 합의금으로 돈 주겠다는 거예요. 2천50억은 줘야 될 돈이에요. 줘야 될 돈을 주면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건, 저는 정말 염치없는 후안무치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레고랜드가 잘 됐다 못됐다는 건 차치하고 김진태 지사가 9월에 회생 신청을 들어간 것이 정치적 행위라고 보는 거죠. 옛날에 미국 대통령 선거 때 클린턴 대통령의 유명했던 선거 구호가 있잖아요. ‘바보야 문제는 경제’라고 했잖아요. 그 말을 지금 김진태 도지사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 레고랜드에서 이어진 흥국생명 채권 파동은 금융권 전반에 큰 파장이 일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이미 금융당국도 보험사를 긴급 소집하고 점검하는 등 긴장감이 확대되는 중이에요. 흥국생명이 채권 콜옵션에 대한 자금 조달에 실패하자 금감원에 통보한 결과인데요, 지급 비율(RBC) 157.8%로 업계 최하위권인 흥국생명은 IB 업계에도 재무 건전성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결국 콜옵션 상환 시 고금리와 모기업인 태광그룹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상 역대급 금융 파동으로 우려되고, 이미 보험업계 연쇄 상환 포기가 시작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충분히 그룹 자산으로 감당이 가능한 흥국생명부터 상환 포기하는 거로 의심이 되죠.
결국 금융당국의 관리에 허점이 보였다고 보고 있고요, 정부의 금융시장 관리가 부실하다고 해외자본이 해석하게 된다면 파급효과는 걷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불안 심리를 촉발시킨 흥국생명과 금융당국의 오판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추정됩니다. 레고랜드는 2,050억 원 규모 채권, 흥국생명은 5,571억 원으로 채권시장 불안이 일파만파로 확산일로입니다. 흥국생명 채권 사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요. 근데 경제 위기에 자신들만 잇속을 챙기면서 신용경색을 불러오는 파장이 큽니다.”

- 앞으로 경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속단할 순 없죠. 항상 이 위기가 더 올라가지 않도록, 폭탄이 안 터지도록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된다고 보고 있고요. 낙관할 상황은 아니라고 봐요.”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클린턴의 선거구호를 정치인들이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 정치가 경제에 잘못 개입했을 때 일어난 위기가 ‘김진태 발 레고랜드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만 살겠다는 흥국생명의 잇속 차리는 결정으로 신용경색은 확산돼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흥국생명은 이기적인 결정을 거두고 모 회사인 태광그룹은 롯데(롯데건설 채권을 롯데그룹에서 해결)처럼 나서야 합니다. 금융사들도 채안펀드 기금조성을 끝으로 뒷짐만 질게 아니라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나 하나만 둑에 있는 돌을 빼는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지만, 자신들만 살겠다는 행동으로 둑이 우르르 무너 질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