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국산 톡신… 경쟁력 지속하려면?

영업실적 견인 요소로 꼽히는 톡신
수출용 제품 국가출하승인 두고 식약처와 이견
“행정처분 부당”

기사승인 2022-11-16 06:00:06
- + 인쇄
잘 나가는 국산 톡신… 경쟁력 지속하려면?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실적에서 보툴리눔 톡신의 매출 기여가 확대되는 추세다. 

대웅제약과 휴젤 등 톡신 제제를 취급하는 주요 기업들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지속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중이다. 미국, 중남미 등 대규모 시장의 의약품 당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해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3015억원, 영업이익 3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7%, 26.7% 상승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3319억원, 영업이익은 301억원이다. 대웅제약은 영업실적 견인 요소 가운데 하나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꼽았다. 수출을 확대 중인 가운데 환율이 급등하자 매출에 우호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나보타는 지난해의 두 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3분기 나보타가 벌어들인 매출액은 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액 209억원 대비 93.3%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수출 규모는 142억원에서 3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2% 늘었다. 나보타는 미국, 동남아시아, 중남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 9월 영국에 출시되면서 유럽 시장도 진출했다. 대웅제약은 연중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도 나보타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휴젤 역시 영업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올해 3분기 매출액 707억원, 영업이익 2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5%, 영업이익은 18.3% 증가한 수치다. 대표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의 기여가 요인으로 꼽힌다. 보툴렉스의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67% 성장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위축됐던 중국 시장이 점차 회복되고, 남미 시장 점유율이 대폭 확대된 효과가 컸다. 중국 시장의 경우 봉쇄령 완화로 인해 의료·미용 수요가 회복세를 보였고,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지역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59% 증가했다. 유럽 시장의 경우 아직 출시 초기로, 시장 안착 단계에 있다. 보툴렉스는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현재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휴젤은 북미와 호주로 시장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호주와 미국 의약품 허가 당국에 각각 보툴렉스의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6월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휴젤은 내년 1분기 중으로 현지 법인을 통해 캐나다와 호주 시장에 보툴렉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3000억 초과 수출실적… 국가출하승인 견해차 여전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수출액은 2억1620만달러, 약 2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수출액은 총 2억3569만달러(3108억원)이었다. 앞서 2020년도 수출액은 2억528만달러(2710억원)로, 올해는 3분기만에 2020년도 한 해 수출액을 넘어섰다. 

다만 지속적인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수출용 제품의 국가출하승인을 둘러싼 법적 마찰이 반복돼, 톡신 업계와 당국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출하승인은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백신, 혈액제제, 항독소 의약품을 국내 출하 전 식약처가 검토하는 절차인데, 보툴리눔 톡신 역시 대상이다. 수출용 제품은 경우에 따라 국가출하승인이 면제된다.

지금까지 업계에는 국내 도매상을 통한 수출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식약처는 국내 도매상에 수출용 제품을 넘기는 행위도 국내 판매에 포함된다고 판단,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을 국내 판매한 사례로 적발했다. 휴젤을 비롯해 메디톡스와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등 톡신 제제를 취급하는 기업들이 같은 이유로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았다.

정부와 업계의 조율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기존에 유지되던 관행을 갑작스럽게 불법으로 치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행정처분을 받은 제테마 측은 “수출유통구조상 식약처가 그동안 문제 삼지 않았던 유통관행을 따랐을 뿐, 식약처가 무리하게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 법을 해석하여 나온 조치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행정처분에 대한 즉각적인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국비엔씨 역시 행정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비엔씨 측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제조 및 판매하고 있는 대다수 국내 기업들 역시 수출용 의약품에 대해서는국가출하승인 절차 없이 오랜 기간 판매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국내 유통되어 사용된 적이 없는 한국비엔씨의 수출용 의약품에 대하여 약사법 위반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한 이번 조치는 명백히 부당하다”고 밝혔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