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개발서 손 떼는 韓 제약사들

기사승인 2022-12-20 0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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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 개발서 손 떼는 韓 제약사들
쿠키뉴스 자료사진

제약바이오 업계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 손을 떼고 있다.

팬데믹 상황이 안정화하는 가운데 이미 글로벌 기업의 경구투여 치료제가 상용화해 시장을 선점했다. 수요가 지속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후발주자로서 신약 개발을 지속하는 것은 투자가치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올 하반기에만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주요 기업 가운데 대웅제약, 동화약품, 종근당 등 3곳이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이들 기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을 승인받았지만, 환자 모집이 어려워지고 임상시험 비용도 증가하면서 진행을 중단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미국 머크앤드컴퍼니(MSD)의 ‘라게브리오’가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팍스로비드는 지난해 12월27일, 라게브리오는 올해 3월23일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둘 모두 경구투여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으며, 경증 환자의 중증 이환을 예방할 목적으로 쓰인다. 입원 및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팍스로비드가 89%, 라게브리오가 30%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는 팍스로비드를 주로 처방하되, 팍스로비드 병용금지 약을 복용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라게브리오를 대안으로 활용한다. 

국내 시장은 두 치료제의 독주 체제지만, 코로나19 경구투여 치료제 처방률 자체가 높지 않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앞서 3월까지만 해도 처방률이 7.5%에 불과했다. 동절기에 접어들어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한 영향으로 처방률이 상승했지만, 이달 1주 차에는 35.8%로 여전히 30%대에 머물렀다. 국내외 시장을 선점한 경쟁제품이 있는 환경에, 수요의 규모와 지속성도 불확실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그동안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해왔던 기업들은 줄줄이 손을 털고 있다. 대웅제약은 앞서 9일 공시를 내고 ‘DWJ1248′의 중증 환자 대상 임상 3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의 변화와 백신 접종률 상승 등으로 임상 결과를 확보하기 어렵고, 개발 전략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DWJ1248는 대웅제약의 췌장염 치료제 ‘호이스타정’의 개발명으로, 대웅제약은 앞서 2020년 12월31일 식약처로부터 국내 임상을 승인받아 개발을 진행해 왔다. 다만 대웅제약은 구충제 성분인 ‘니클로사마이드’를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지속할 방침이다. 
 
동화약품도 지난달 11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동화약품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DW2008의 코로나19 중등증 환자 대상 국내 임상 2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엔데믹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임상 환자 모집의 어려움 및 사업타당성 결여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임상 2상을 중단 결정했고, 향후 개발 방향성을 재정비할 예정”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DW2008는 천연물 신약으로 동화약품이 당초 천식 및 비염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다. 앞서 2020년 11월24일 식약처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승인받았고, 같은 해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단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화약품은 “정부 과제와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단과 과제 중단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종근당은 ‘CKD-314’을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앞서 7월1일 공시를 통해 코로나19 폐렴으로 진단받아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CKD-314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3상 시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종근당은 “코로나19 발생률 감소 및 대다수의 백신 접종으로 인한 중증환자로의 이행률 감소로 임상시험 진행이 어렵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CKD-314는 종근당의 혈액항응고제 및 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주’의 개발명이다. 종근당은 나파벨탄주를 폐렴 증상이 있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4월15일 식약처로부터 3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당초 종근당은 2상 결과만으로 상용화를 위해 조건부허가를 신청했지만, 식약처가 효과성 검증을 위한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며 반려했다. 이에 3상을 서둘러 진행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완성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결국 개발을 포기했다. 

기업들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앞으로도 추진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에 비교적 취약한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현재 무역지적재산권(TRIPS) 위원회에서 코로나19 관련 진단기기와 치료제의 지식재산권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6월 WTO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개발도상국에 한해 향후 5년 동안 면제한다고 결의하면서, 진단기기와 치료제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치료제가 지식재산권 면제 대상이 되면, 아프리카를 비롯한 일부 지역 개발도상국이 제약사의 특허권에 따른 제한을 받지 않고 코로나19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다. 다만 이런 혜택이 적용되는 경우, 해당 국가 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된 치료제는 수출이 금지되고, 전량 국가 내에서만 소비할 수 있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계속해서 강행하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연구원장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풍토병화되고 있고, 이미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이 출시한 치료제가 적지 않기 때문에 투자 대비 산출의 극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도상국에서 지식재산권이 면제된다고 해도, 현지에 생산 인프라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오리지널사가 현지에서 라벨링만 차별화해서 저렴하게 치료제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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