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 ‘경력있는 신생기업’ 전략 통할까

“지난해 BMS 미국 공장 인수 완수… 올해 숙제는 국내 공장”

기사승인 2023-01-07 06: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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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바이오로직스, ‘경력있는 신생기업’ 전략 통할까
쿠키뉴스 자료사진

업계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선두로 꼽히는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2011년 창립돼 약 12년의 업력을 쌓았다. 생산 거점은 인천 송도에 위치한 1~4공장으로, 생산 역량은 총 60만4000L 규모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 가동되는 4공장은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24만L)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기업들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생산을 다수 수주해 그동안 이른바 ‘코로나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가장 최근 실적인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1조6896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의 자본력이 뒷받침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상황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대조적이다. 지난해 6월 설립돼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신생 기업이다. 국내 생산 거점은 아직까지 확보되지 않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무대에서 10위권에 드는 CDMO 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거대 기업들이 장악한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구사한 첫 번째 전략은 자산 인수다. 지난달 31일 자로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오롯이 인수했다. 계약은 1억6000만달러, 한화 약 2080억원 규모다. 지난해 5월 인수 작업에 착수한 지 8개월만에 속전속결로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경험이 없는 롯데그룹으로서는 신규 사업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셈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면서 기존 BMS 임직원 99.2%를 승계해 모든 핵심 인력을 그대로 확보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설립은 최소 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러큐스 공장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BMS가 생산 중이었던 제품을 그대로 생산한다. 인수한 공장에서 곧바로 매출이 발생하게 됐다. 신생 기업이 창립 초기 매출 없이 견뎌야 하는 기간을 뛰어넘었다. 이 공장은 3만5000L 규모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생산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증설과 7000만달러(약 889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계획 중이다.

시러큐스 공장에 대한 향후 계획은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직접 제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 중이다. 이 자리에서 오는 10일 이 대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CDMO 사업 비전과 중장기 사업 전략을 소개하는 발표를 진행한다.

국내 생산 거점의 윤곽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생산거점을 둔 주요 CDMO기업이 집결한 인천 송도가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종근당바이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등이 위치한 충북 오송도 물망에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국내 공장 준공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시러큐스 공장 인수 마무리가 사업에 추진력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생산시설과 함께 경력이 15년 이상 된 전문인력까지 동시에 승계해 기존과 같이 안정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CDMO 신생 기업이지만, 신생이 아닌 듯한 역량을 확보하는 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목표가 시큐러스 공장 인수였다면, 올해 목표는 국내 생산 거점 마련이다. 이 관계자는 “가장 우선시했던 작업이 시러큐스 공장 인수였기 때문에 지난해 숙제를 이제 막 해결한 것”이라며 “올해의 숙제가 국내 공장 설립 계획인데, 이제 부지를 여러 군데 찾고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중으로는 국내 공장 설립 관련 사항을 모두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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