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금리인상…증시 흐름 ‘안갯속’

기사승인 2023-01-13 17: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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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금리인상…증시 흐름 ‘안갯속’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리인상을 단행했음에도 코스피는 상승 마감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했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다.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 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지난해 4월부터 총 일곱 차례 금리를 인상해 현재 기준금리는 연 3.5%다.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4.25~4.5%인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1%p로 좁혀졌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의 3.25%에서 25bp(bp=0.01%) 인상해 3.50%로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기준금리는 2008년 12월 10일(4.0%) 이후 14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는 여전히 높은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0%(전년 동월 대비)로, 8월(5.7%) 이후 5%대의 고물가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대 후반(지난해 12월 3.8%)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날 코스피는 어닝쇼크 없이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99(0.89%) 오른 2386.09에 장을 마쳤다. 개인이 7804억원 순매도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680억원, 2149억원 사들이자 지수는 상승했다.

간밤 공개된 미국 CPI가 둔화했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6.5%를 기록해 예상(6.5%)에 맞으며 전월(7.1%)을 밑돌았다. 6개월 연속 둔화한 것으로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소폭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2월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며 물가 상방 압력 축소와 이에 따른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에 코스피는 전날 미국 증시와 동조화된 모습으로 장 초반 2400선까지 근접했지만 2400선 돌파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과 관계없이 기업의 실적발표 기간이 도래하면서 증시 상승 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상장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대부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 CPI 하락, 원화 환율 급락 등 호재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하지만 미 증시와 마찬가지로 선반영 인식이 있는 재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 상단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 금리인상 동결예상…미국 연준에 촉각

시장은 올해 금리인상이 계속될지 주목하고 있다. 경기침체 부담으로 내년 초까지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없이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이 0.25%p 이상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한차례 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면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1.5%p로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공개된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에 ‘금리인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사라진 것에 주목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높은 수준을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게 한은 진단이나 이날 통방문에 근거하면 1~2월 5%대 유지 후 하락세를 전망해 연준의 감속이 확인될 경우 인상 종료에 대한 명분은 강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3개월째 이어지는 헤드라인과 근원물가 둔화 흐름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속도 조절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 힘이 실리고 있다.

하나증권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컨센서스에 부합했지만, 물가 둔화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컨센서스에 부합하긴 했지만 6개월 연속 둔화 지속 확인과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중요한 건 미국의 금리인하 타이밍이다. 미국이 0.25%p이상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한차례 인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 이는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원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는 데 영향을 미치고,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스텝(25bp 금리인상, 1bp=0.01%)을 전망하고 있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의 경우 물가의 수준도 고려하겠지만 결국 경기의 방향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인하가 경기 연착륙으로 약화한다면 올해 연준의 금리 동결 기간은 다음 인상을 위한 쉬어가는 구간이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서 움직였던 가격변수들은 다시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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