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은 과도기. 민주당은 정체기”

[이영광의 간(間)보기]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 비서관

기사승인 2023-02-13 10: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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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컷오프 발표로 본선 레이스 막이 올랐다. 그러나 후보들은 윤심만 얘기하지, 당을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계속 검찰에 소환되며 사법 리스크만 이슈가 될 뿐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다.

지금의 정치 상황을 청년 정치인들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을 지낸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 비서관과 전화 연결해 정치권 이슈를 짚어 보았다. 다음은 박 전 비서관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국힘, 자유한국당으로 회귀할지, 아니면 이준석 체제 이후 보수정당을 유지할지 가로에 서”

“국힘은 과도기. 민주당은 정체기”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 비서관(박성민 제공)

- 현재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중이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계속 검찰 조사를 받고 있잖아요. 지금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국민의힘은 과도기인 것 같고 민주당은 정체기로 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금 전당대회 하고 있다 보니 윤석열 대통령에 장악당하는지 아니면 비윤 후보가 선출돼서 건강한 긴장 관계를 만드는지 사이에서 싸우고 있는 과도기인 것 같아요. 이게 단순히 권력 다툼이나 세력 간의 충돌보다도 어떻게 보면 국민의힘의 이미지를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로 돌릴 건지 아니면 이준석 대표 체제 이후 젊은 사람들도 참여했던 보수 정당으로 만들 건지 그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사실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갈 거라는 건 이준석 대표가 쫓겨날 때부터 나오던 말 아닌가요?
▶“이준석 대표가 당원들에 의해서 정당하게 선출된 대표죠, 그런데 소위 말하는 윤핵관들 내세워서 이 대표 무리하게 쫓아낸 뒤로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았고 과거로 돌아갔다고 볼 수밖에 없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죠. 지금도 보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누가 윤심인지 감별해 주는데 이렇게 하는 것 자체가 퇴행적인 모습이죠.”

-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이 있는데.
▶“당무 개입 강하게 하는 이유가 뭘지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공천 리스트를 뽑아놓은 것 같아요. 사실 공천이 정말 예민한 거잖아요. 근데 본인의 뜻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공천 다 줘야 되는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보니 무리하게 행동하는 거라고 봐요. 과거 총재 겸임하던 시절도 아닌데 대통령이 나서서 안철수 의원 보고 적이라고 하고 김기현 의원은 관저로 불러서 식사했다는 건 다 공개되면서 윤안연대 같은 거 한 번 썼다고 집단 린치하는 식으로 행동하는 게 정말 민주주의가 후퇴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죠. 너무 과하게 개입하는 순간 이게 분명히 반작용이 있거든요. 옛날에도 독재 정권이 강하게 작동했기 때문에 민주화 세력이 이건 아니라고 들고 일어난 거잖아요. 윤석열 대통령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행태에는 분명히 부작용이 따른다고 생각해요.”

- 근데 친윤계 주장은 역대 대통령 모두 여당 전당대회에 관심있었다고 얘기했는데
▶“근데 관심이 있는 거와 개입하는 건 다른 거죠. 여당 전당대회에 관심 있을 수 있죠. 본인 생각도 가질 수 있고요.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권력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행동을 조심해야 되는 거거든요. 특히 내부 당 돌아가는 상황 같은 것을 고려할 때도 당내에서 논의되고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는 사항을 존중하는 자세도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세예요. 당내에서 대통령의 뜻과 다른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서 이걸 하겠다면 그 과정에 개입해 강하게 막을 수는 없는 거죠. 왜냐하면 입법부와 행정부가 분리돼 있잖아요. 당이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응원하고 함께 합을 맞추는 거와 대통령의 뜻에 따라서 지배당하고 대통령 때문에 해야 할 말 못 하고 대통령 때문에 특정을 왕따 시키고 이런 건 완전히 다른 문제죠.”

“대통령이 당비 300만 원? 대통령 쪽팔리게 만드는 것”

- 대통령실에서 하는 말이 의원의 10배인 당비 300만원이나 내는 데 왜 말을 못 하는 건데.
▶“돈 많이 내는 만큼 발언권이 있다고 얘기하고 싶은 건가요? 헛소리죠. 저는 이런 식으로 대통령실에서 당비 300만원 얘기하는 건 대통령 쪽팔리게 만드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가 세련되지 못한 대응이고 그리고 말도 안 되는 거죠. 이준석 대표도 본인 당비 200만원 냈다고 얘기하잖아요. 근데 이준석 대표는 막 쫓아냈으면서 당비 기준으로 스피커가 있고 없고를 구분하는 건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죠. 대통령이 당비 300만원 내니까 할 자격 있다고 얘기하는 건 진짜 대통령 우습게 만드는 거예요.”

- 나경원 의원이 김기현 후보와 손잡은 건 어떻게 보세요?
▶“지금 당장은 나경원 의원이 본인 목숨 건지겠다고 숨통 트이는 길을 선택한 것 같은데 정치인 나경원으로서는 영원히 죽는 길을 선택한 거 아니겠어요. 워낙 왕따를 심하게 당했잖아요. 사실 4선 중진 의원이고 원내대표까지 역임한 사람을 당에서 매질하는 경우는 없거든요. 그렇게까지 나경원 의원을 궁지로 몰았으니까 본인도 아마 위기감이 강했을 수는 있어요. 그러니 아마 김기현 의원과 울며 겨자 먹기로 손을 잡았다고 생각해요. 사실 국민들은 나경원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 있게 지켜봤던 거거든요. 만약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 행태에 대해 강하게 저항했다면 정치인 나경원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거죠. 저기까지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고 국민들은 이미 판단을 끝내셨겠죠.”

- 유승민 의원 불출마는 어떻게 보세요?
▶“그분이 똑똑하고 바른말 잘하시는 것 같은데. 뭔가 항상 선택에 있어서 소위 말하는 정무적인 판단력이 좀 떨어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는 게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을 가끔 만날 때가 있거든요. 그럼 더 빨리 결정하지라는 아쉬움 섞인 얘기를 제가 되게 많이 들었어요. 사실 유승민 의원이 좀만 더 빨리 결정해서 반윤의 깃발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면 이렇게 대통령이 무리하게 당에 개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승민 의원의 존재감이 더 빛을 냈을 거로 생각해요. 근데 본인이 스스로 별의 순간을 놓친 거죠.”

- 천하람 변호사가 당 대표 후보로 나왔잖아요. 천하람 변호사의 출마 선언 이후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
“저는 천하람 변호사가 이준석 대표를 넘어서겠다고 이야기 하는데에  주목해요. 그러니까 보수 정당에 있는 젊은 정치인 중에서 어떻게 보면 다른 차원으로 한 발 더 올라서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봐요. 본인이 정치적으로 단순히 청년 정치인으로 머무르는 게 아니라 그걸 넘어서서 원앤온리(one and only) 정치인 천하람으로서 성장하겠죠. 대선 고민도 할 수도 있을 거로 생각해요.”

“민주당, 낡아가고 있어”

- 민주당 입장에선 부러울 것 같은데.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젊은 정치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거 맞아요. 당의 비상식적인 체제가 나은 긍정적인 효과이기도 한 것 같거든요. 당이 완전히 퇴행하면서 부정적인 면도 훨씬 많지만, 정치라는 걸 놓고 봤을 때 워낙 당이 이상하고 비상식적인 만큼 그 문제를 비판하는 젊은 청년 정치인들에게 공간이 확 트인 거죠. 그런 점에서는 젊은 정치인들이 지금 당장 대통령실에 찍히고 이런다고 하더라도 별로 그게 중요하거나 개의치는 않아 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생각과 철학을 좀 더 국민들에 알릴 수 있는 시기를 만났다고 생각해서 좋은 기회라고 봐요. 저를 포함한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도 새로운 공간 만들기 위해 분발해야죠.”

- 민주당은 너무 오래 586세대가 자리 잡고 있는데.
▶“저는 우리 당이 낡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처음 입당할 때만 해도 민주당이 젊은 정당이고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늙은 정당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지금은 우리 당의 이미지가 되게 올드하고 어떻게 보면 다양한 의견과 토론이 허용되지 않는 꼰대 정당처럼 보여요. 하지만 무조건 ‘586 일괄 용퇴’ 주장은 과하다고 봐요. 586 세대 중에서 분명 좋은 정치를 하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반면, 586 정치인 중에 정치를 하는 소명을 잃어버린 채 자리보전만 생각하시거나 사리사욕 채우기 위한 정치 하시는 분들도 여럿 존재하죠.
또 시대에 맞는 당의 전략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관성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우리 당의 모습을 가만히 보면 싸우는 방식이나 사용하는 단어, 정치 프레임이 과거로부터 답습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예전에 했던 쉽고 익숙한 것을 찾기 마련이잖아요. 그러다 보면 젊은 층이나 중도층을 유입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생깁니다. 집토끼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토끼들도 오고 싶은 곳이어야 의미가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청년 정치인들이 더 많이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당의 방향에 대해서 제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제 문제의식이고, 당내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이유에요. 단순히 누구 물러가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결국 실력이겠죠.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가 동시에 가야 해요. 그리고 또 최근에 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아져 가는 게 큰 문젠데, 최근에 보면 외려 비교적 젊은 초선의원들이 국회에서 하는 질의나 발언에서 문제가 자주 생기고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져 점수를 깎아 먹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것 같아요. 팬덤에 지나치게 구애하거나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서 무리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 처음에 민주당은 정체기라고 하셨잖아요. 그것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지금 민주당발로 끌어가는 아젠다나 이슈가 없기도 하고 뭐든 얘기해도 검찰 수사 때문에 다 묻혀요. 기사만 보더라도 비교가 된단 말이에요.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하다 보니 정치 이슈가 계속 나오고 지금 반윤과 친윤이 싸우고 반윤에서 국민들이 가능성을 보기도 하고요. 근데 지금 민주당은 어떻게 보면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 아니면 비판 이 두 가지 종류의 하나만 드러나게 되고 있어서 지금 당이 정체기에 머무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우리가 전략적으로 이 돌파구 만들기 위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게 어떤 방식일지는 저도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당 안에 여러 가지 기구가 만들어지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나 그걸 계속 만들 게 아니라 어떤 거에 집중해야 되는지 우선순위를 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요.
윤석열 대통령이 3대 개혁 얘기했을 때 ‘OK 그럼 3대 개혁 받고 우리는 이거’라는 식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게 있었어야 된다고 봐요. 이런 식으로 조롱하고 비판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3대 개혁 나온 내용은 몇 개 없지만 ‘OK 이런 시각에는 우리도 공감한다. 하지만 이건 안 된다. 우리 대안은 이거’라는 식으로 세게 치면서 우리가 그 아젠다를 우리가 먹고 갈 수 있었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죠.
또 선거제 개혁이라는 이슈가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면 ‘OK 선거구제 우리도 좋아. 우리는 이거’라고 세게 받고 그 논의를 계속 이어가면서 ‘윤석열 대통령 너 얘기해놓고 왜 이거 안 해? 왜 국민의힘 왜 너네는 이거에 동참 안 해’라는 식으로 아젠다가 계속 생명력을 갖고 끌어갈 수 있고 우리가 그런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비판에서만 그치는 게 아닌가 해요.”

“곽상도 무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 곽상도 전 의원 무죄 판결에 대해 어떻게 보세요?
▶“제가 그걸 보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고 생각했는데요. 이게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하면 사회적으로 봤을 때 상당히 이례적인 금액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그 대가관계가 청탁에 있어서의 대가관계를 뭔가 확신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한 거잖아요. 그렇다면 그사이에 뭐가 그사이 그게 만약에 재판부에서 곽상도 의원을 보고 준 게 맞다라고 판단하려면 그건 검찰에서 입증을 해냈어야 된다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아니니 봐주기 수사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다 떠나 정말 50억원이라는 금액을 그 젊은 나이에 그 몇 년 일하고 퇴직하면서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도대체 몇이나 되나요? 근데 그게 곽상도 의원을 보고 한 게 아니라 그 아들이 아파서 또는 회사에 기여한 바가 있어서 50억원을 줬다는 설명도 말이 안 되는 거죠.”

- 지난주 조국 전 장관 재판이 있었고 유죄가 나왔죠. 그중 조민 씨 장학금 600만원 하고 곽상도 전 의원 비교하기도 하던데.
▶“저는 똑같이 등치시켜서 ‘이건 유죄인데 저건 왜 무죄냐’라고 보는 시선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아요. 사안마다 다른 거니까요. 하지만 결국 핵심은 이게 법이 공정한 잣대로 작동하고 있느냐죠, 특정한 사람에게 엄격하게 또 객관적으로 집행된다고 얘기하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과연 그렇게 적용되고 있고 법이 과연 평등하고 과연 법이 항상 정의롭냐고 했을 때 이번 곽상도 의원 관련된 건을 보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꼭 조국 전 장관 딸과 결부시키지 않아도 이 판결 자체로도 충분히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 8일 이태원 참사 책임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야 3당이 탄핵했는데.
▶“저는 잘했다고 봐요. 그러니까 지금 대통령실과 여당에서는 ‘의회주의 파괴다, 역풍 불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오히려 그런 이야기가 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하고요. 일단 이렇게 큰 참사가 벌어졌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부가 있었냐는 걸 전 물어보고 싶어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 대통령이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고 장관이든 국무총리든 내려오고 결과적으로 책임지는 사람들이 있었단 말이에요. 근데 지금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잖아요. 근데 어떻게 이걸 그냥 냅둬요?
그리고 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게 아니고 알아서 거취 정리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줬어요. 그다음에 해임 건의안 처리했는데 거절했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로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 정부에 대해서 그냥 손 놓고 화만 내요? 그건 유가족들에 대한 도리도 아니고요.”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