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탄핵소추 기각되면 국민의 불행”

[이영광의 간(間)보기]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사승인 2023-02-20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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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 압박을 받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지난 8일 통과되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총투표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가결했다.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탄핵은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있어야 하는 데 없어서 탄핵하기엔 무리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법을 좁게 해석하지만, 임기제가 아닌 장관은 넓게 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헌법학자는 이번 이상민 장관 탄핵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16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이상민 탄핵, 국회가 책임 묻는 절차로써 나름의 의미 있어”

“이상민 탄핵소추 기각되면 국민의 불행”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상희 교수 제공)

- 지난 8일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통과 되었어요. 대통령이나 대법관에 대한 탄핵은 있었지만, 장관에 대한 탄핵은 처음이잖아요. 탄핵 과정 어떻게 보세요?
“우리 헌법상 탄핵제도는 두 종류로 나뉩니다. 대통령이나 장관같이 일반적인 징계 절차 이용하기 어려운 권력형 공직자를 파면하기 위한 탄핵이 그 하나고, 법관처럼 엄격한 신분 보장받는 경우에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협력으로 그 직을 박탈하는 탄핵이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또 대통령 탄핵과 일반 장관 탄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탄핵은 국민이 직접 선거로써 선출하는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장관에 대한 탄핵은 해임 건의권과 더불어서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에 하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권력분립이 엄격한 대통령제 체제에서 국회와 정부 간의 갈등이 있을 때 헌법재판소라는 사법적 판단 과정을 통해 그것을 해결하는 장치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본다면 이태원 참사와 같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 지켜야 되는 행안부 장관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국회가 책임 묻는 절차로써 나름의 의미 있다고 보입니다.”

- 탄핵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어야 하잖아요.
“지금 이 사건 같은 경우 형사법적 의미에서의 구체적 법률 위반 여부는 변별해내기 어렵습니다. 특히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정조사 또한 정부 측의 비협조로 참사의 행정적 원인을 면밀히 따져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국무위원이자 행안부 장관이라면 의당 헌법의 명령에는 충실하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헌법은 국민의 안전과 자유, 행복을 영원히 보장할 걸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재해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도 정부에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적으로 명시한 법이 재난안전법이고 행안부 장관은 이 법률에 따라 재해예방과 국민 보호 의무의 최전선에 자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행안부 장관은 이런 의무들을 총체적으로 해태한 위법이 있습니다. 탄핵 사유로서의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때라는 것은 이런 위법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는 세월호참사에 대한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잖아요.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그 탄핵 결정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 지는 건 분명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 할 수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요. 헌법의 명령을 총체적으로 위반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면죄부를 주었고, 그 여파는 현재의 이태원 참사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경우는 또 달리 보아야 합니다.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행안부 장관이 하여야 하는 업무는 재해 안전법 등의 법률에 매우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입니다. 재난 컨트롤타워로서의 행안부 장관의 역할이나 직무내용은 이미 확보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이미 우리는 유사한 재난을 수차례 경험하였습니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누차에 걸쳐 간접경험 하기도 하였고요. 그렇다면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방책이 이미 집행되었어야 했습니다. 특히 이태원의 경우에는 사전에 수많은 경보가 울렸었고요. 그럼에도 행안부 장관은 이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지요.
그뿐 아닙니다. 행안부 장관은 그날 무엇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일에 그 지역에서는 세 가지의 경비 수요가 있었습니다. 대통령 경호라는 경비 수요와 대통령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집회를 관리해야 하는 경비 수요, 그리고 핼러윈 데이를 맞이해서 이태원에 집중되는 군중들을 통제해야 하는 경비 수요가 그것들입니다. 그런데 행안부 장관 혹은 그의 통제하에 있는 경찰은 이 세 가지 수요 중에서 대통령 경호와 집회 관리에만 경찰력을 동원했습니다. 또,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에 대한 경비 소요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기로 묵시적 결정을 하였고요. 나름 정책적인 선택을 한 것이지요. 이런 것들이 헌법상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봐야 되는 거죠.”

“해임 건의안 통과, 탄핵 소추안에 영향 있을 듯”

- 야당이 처음부터 탄핵한 게 아니고 해임 건의안 발의해서 통과시켰는데 대통령이 안 받아들이니까 탄핵 소추안 통과시킨 거잖아요. 이것도 영향이 있을까요?
“당연히 영향이 있죠. 헌법에서 국회에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권을 부여한 것은 장식이 아닙니다. 물론 해임 건의에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위헌이라거나 불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대통령은 그것을 성실히 존중하여야 할 정치적, 헌법적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국회와 대통령의 권력 사이에 나름의 견제 장치를 만들어 둔 우리 헌법의 정신에는 어긋난다고 보는 것입니다. 해임 건의가 부정된 상황에서 국회가 탄핵소추로 나아간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국회의 대정부 견제권을 제대로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게 됩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서도 탄핵 심판의 과정에서 이런 절차들은 고려할 것입니다. 즉,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중대 참사가 발생하였음에도 정부가 그에 대한 정치적 내지는 행정적 책임 추궁하지 아니할 때 국회는 그 정부를 대신해서 책임 추궁하고자 먼저 해임건의안 발의해 통과시키고, 그것이 부정되자 탄핵소추권 발동한 것이라면 의당 헌법재판소는 이런 절차적 과정 감안하여 탄핵 여부의 결정에 임해야 하는 것이지요.”

- 지금 국회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잖아요.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이루어지면 국회의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 되어서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 심판 절차를 주관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법사위원장이 여당 의원이기에 자칫 탄핵 심판 과정에 충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원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법사위원장의 직무상 의무는 자신이 속한 정당의 방침을 초월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법사위원장으로서 탄핵소추위원이 되었으면 소추위원의 역할에 충실해야지요. 만약에 그 직무를 고의로 소홀히 한다든지 또는 변호사 선임을 지체해서 탄핵 심판 절차에 뭔가 지체나 하자를 야기하게 되는 경우 직무상 의무 위반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국회의장이나 야당의 주도하에 법사위 위원장 개임(교체)까지도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회주의 파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

-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탄핵이 의회주의 파괴라고 반발하는 것 같던데.
“탄핵소추가 의회주의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또는 의회주의 파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기껏해야 여당을 무시하고 야당이 독주했다는 의미 정도일 것인데요. 사실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에서 다수당이 결정권을 가지고 정국을 주도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죠. 문제는 그 다수당이 절차를 위반했다거나 중요한 정보 같은 걸 가려버린 채 밀실에서 결정했다면 문제가 되겠지요. 하지만 이번 탄핵소추의 경우 의회주의의 기본이념인 공개와 토론의 틀은 벗어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탄핵 발의가 있었고 여당 측 의원들이 그 논의에 임할 기회는 얼마든지 부여했지 않았나요? 그 점에서는 의회주의의 파괴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레토릭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또, 정부 권한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종의 워치 독으로서의 국회의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에 부응하지 않은 정부가 되려 의회주의  본연의 자리를 무시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헌재 재판관 2명의 임기 종료로 교체될 거잖아요. 이게 탄핵 심판에 영향이 있을까요?
“사실은 두 가지의 영향이 걱정됩니다. 새로 임명되는 재판관의 성향이 어떤 쪽이냐에 따라 극단적인 편향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 그 하나입니다. 또 하나는 헌법재판의 정족수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때에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생겼는데, 헌법재판소의 재판은 재판관 7명 이상이 참석해야 하거든요. 재판관 2명의 임기가 만료되고도 새 재판관들이 제때 임명되지 못하면 이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두 명의 헌재 재판관 임명이 탄핵 결정의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탄핵 심판의 절차에 영향을 미쳐서 자칫 잘못하면 심판 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거죠.
그런데 이런 재판 지연은 그 자체보다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탄핵소추가 되면 행안부 장관의 직무가 정지됩니다. 탄핵 심판의 절차가 지연되는 만큼 행안부의 지휘부 복원에 지체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기각되면 현 장관이 복귀할 것이고 인용되면 새 장관이 임명될 것인데 탄핵심판절차가 지연되면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상태로 행안부의 직무에 큰 공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 탄핵 심판은 원래 6개월이잖아요. 6개월이 넘어도 상관없나요?
“보통 헌법재판소법에서 그렇게 정했습니다만,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헌재도 이를 훈시규정으로만 보고 있습니다. 그보다 더 길어도 아무 문제 없다고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심판 절차가 더 지체되면 그만큼 국정 공백이 길어지겠죠. 그게 문제죠.”

- 이번 탄핵 심판에서 관전 포인트는 뭘까요?
“첫 번째 포인트는 법사위원장의 태도입니다. 두 번째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와는 다르게 국민의 안전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헌법적인 책무를 헌재가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죠.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헌재 결정이 어떻게 되든 이 사태를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 발전해나갈 것인지 아니면 이전투구를 계속하며 아주 퇴행해버릴 것인지라는 점입니다. 앞의 두 포인트는 어떻게 되어도 그 나름의 해법이 존재할 것입니다만, 세 번째 문제는 우리 국가의 발전 또는 사회통합에 아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단순한 관전자의 입장이 아니라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정치권을 다그치며 정부 압박하는 행동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아”

- 이상민 장관 탄핵 소추안에 대한 헌재 재판이 어떻게 결론 날 거로 예상하세요?
“현재로서는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탄핵소추가 기각되어 행안부 장관의 책임을 묻지 않게 될 경우, 과연 우리 국민들은 누구 믿고 우리의 생명과 안전과 재산을 맡길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한 답이 사라져버리게 됩니다. 이번 탄핵이 기각된다는 것은 이 점으로 인해 국민 모두의 불행이 되는 거죠. 우리 사회에는 더 이상 국가가 존재하지 않고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질서 혹은 각자도생의 세상으로 타락하게 된다는 선언이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탄핵소추가 기각되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불행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시민사회라도 나서서 이 탄핵이 인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 어떻게요?
“의견서를 제출한다든지 또는 여러 가지 목소리 내는 방식도 있겠죠. 사실 이 사건은 이상민 장관이 그 자리를 유지하느냐 또는 파면되느냐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국가는 무엇이고 그들의 삶에 정부는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선언을 하는 사건입니다. 국민들이 축제에 가서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편안히 즐길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자기 삶과 안전은 자기가 알아서 단속해야 되는지, 각자도생 이전투구의 일상을 보내어야 하는 것인지, 또는 어떤 참사가 일어났을 때 국민들은 그에 애도하며 국가, 정부와 더불어 반성하고 삶의 방식을 개선해 나가는 사회가 될 것인지 아니면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종국에는 저런 참사가 나에게도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사건입니다. 헌법재판관들이 이런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하겠습니다만, 시민사회 또한 정부로 하여금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헌법재판소를 향해서 행안부 장관 또는 정부의 책무를 분명히 가려주도록 압박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시점부터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보수를 전액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로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했는데 이 법은 어떻게 보세요?
“국민 감정상으로는 일도 안 하면서 월급 받아 가는 게 밉기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리 좋은 법안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탄핵 심판의 기간을 축소해서 그런 문제가 생길 기간을 한정하는 게 더 낫죠. 지금 법대로만 기간을 지키더라도 6개월이지 않습니까. 6개월 정도 월급을 준다고 해서 우리가 특별히 잘못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게 조금 나쁜 의미에서 포퓰리즘 같은 법률인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인식을 계기로 해서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원칙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게 나을 듯합니다. 월급이라는 것이 성과급의 성격만이 아니라 생활급의 성격도 가지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면 몰라도 노동을 안 하니까 월급 주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리 좋은 입법례는 아닐 듯합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