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학교도서관진흥법, '청소년 독서 권리'로 개정해야

[정윤희의 문화민주주의 (2)] 학교 현장 사서교사 도서관 대비 48% 수준

기사승인 2023-02-27 08:44:00
- + 인쇄
어렸을 적 독서의 기억은 훗날 나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힘이 되었다.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은 수업을 마치기 전에 우리에게 항상 책을 읽어주셨다.

그땐 선생님께서 책을 읽어주시는 소중함을 몰랐지만 스무 살을 넘기고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할 때 선생님의 목소리가 은은하고 나지막하게 떠올랐다. 선생님의 낭독은 사춘기였던 내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위로받는 치유의 독서였고, 이러한 독서 경험은 청소년 독서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실효성 없는 학교도서관진흥법, '청소년 독서 권리'로 개정해야
사서 교사도 없는 비정상적 교육 환경에서 독서를 강조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미지=픽사베이

'국민독서실태조사 2021'에 따르면, 청소년들에게 독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물었더니 ‘좋은 책 소개와 정보 제공, 학급문고의 확대, 학교도서관 이용의 편리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학교는 청소년의 독서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청소년 독서력 향상을 위한 책문화 환경을 위해서는 학교도서관 설치, 장서 확충 그리고 사서교사가 필수적이다.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좋은 책을 발견하는 역량, 글쓰기, 문해력, 독서토론 등 독서교육을 전담하는데 우리나라 학교 현장은 사서교사가 크게 부족하다.

'학교도서관진흥법'은 사서교사 배치를 ‘학교당 1명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 교육통계서비스(KES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학교도서관에 배치된 전담인력은 총 5617명으로 학교도서관 수 대비 48% 수준이며 이중 사서 자격을 보유하지 않은 인력이 1964명이나 된다.

청소년 독서환경이 이렇게 열악한데 2023년 공립 중·고등학교 사서교사 채용규모는 2022년 215명의 5분의 1 수준인 42명뿐이며, 사서교사는 대구·충북을 제외한 경기도 등 17개 모든 시·도가 2022년보다 대폭 축소했다.

'제3차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에는 2030년까지 학교도서관 수 대비 사서교사를 50%까지 충원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는데 초·중·고등학교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 배치를 100%로 채워야 정상적인 공교육이다.

학교도서관에 책이 부족하고 사서교사까지 없는 비정상적인 교육환경을 만들어놓고 독서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의 독서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 개정과 청소년들이 차별받지 않고 독서할 수 있는 책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이며 책문화생태학자이다.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 경기도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전라북도 도서관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유튜브 〈정윤희의 책문화TV〉를 진행하고 있다. 제6기 대통령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책문화생태론》, 《청소년 독서토론 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도서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되는가》 등을 썼다. 
unigood7311@hanmail.net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