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수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이영광의 간(間)보기] 박동희 스포츠춘추 대표기자

기사승인 2023-03-20 06:00:08
- + 인쇄
2017년 이후 6년 만에 열린 야구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조별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WBC가 처음 열린 2006년 그리고 2009년만 해도 대한민국은 4강과 준우승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연속 조별 예선 탈락하고 있다.

오랫동안 야구를 취재해 온 박동희 스포츠춘추 대표기자는 이번 WBC에서 예선 탈락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해 지난 16일 전화 연결해 한국 야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한국 야구 수준은 딱 그 정도”

“한국 야구 수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박동희 스포츠춘추 대표기자(박동희 제공)

- 6년 만에 열린 WBC에서 한국은 예선 탈락했어요. 한국에 대한 총평 해주세요.
“한국 야구 대표팀이 노력해서 좋은 승부를 펼치고 싶어 했으나 결과는 그에 따라주지 못했는데요.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가장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한국 야구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회였다고 봐요. 한국 야구의 수준이 딱 그 정도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된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 그런데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요?
“대표팀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잖아요. 그리고 2009년 제2회 WBC에서 준우승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야구의 수준이 세계적이라고 평가했었는데 시간이 지나 잘 살펴보면 2015 프리미어12에서 우승한 이후로는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어요. 일본의 최정예 베스트 멤버가 나오는 프리미어12와 전 세계 올스타 선수들이 나오는 WBC 그리고 올림픽을 국제대회라고 한다면 2009년 WBC 이후 국제대회 성적 보자는 거예요. 2013년 WBC 때 예선 탈락했고 2017년 WBC에서 또 예선 탈락했어요. 그리고 2015년 프리미어에서 우승하긴 했지만, 그 이후에는 우리가 준우승했었어요. 그런데 사실 프리미어12는 일본 아니면 한국이 우승할 수밖에 없는 대회예요. 비근한 예로 2021년에 열렸던 도쿄 올림픽을 보자고요. 우리 대표팀이 노메달이었어요. 그러면 한국 야구가 최정상이라고 생각했던 2009년 이후로는 계속 우리가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성적을 낸 적이 없다는 거예요.
우리가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자고요. 일본 프로야구에서 1할 치던 타자가 한국에 왔을 때 좋은 성적을 냈어요.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선수 중에서 류현진 제외하고 성공한 선수가 있냐는 거예요. 오승환 정도밖에 없어요. 그것만 봤을 때 도대체 한국 프로야구가 언제 국제 정상이었냐는 거죠. 사람들은 ‘어떻게 2009년 WBC는 우리가 어떻게 준우승했습니까? 거기다 2006년 초대 월드 베이스 클래식 대회에서 어떻게 4강에 든 거죠’라고 얘기하잖아요. 제가 그때 다 현장에 나가봐서 취재를 해봤는데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 팀들은 이 대회에 대한 연구를 거의 하지 않았어요. 그냥 이른바 공보고 공치기였어요. 한국 투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한국 투수가 오른팔이나 왼팔 투수인 정도 말고 어떤 공을 던지는지 잘 분석이 안 됐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2013년 WBC부터 전력 분석을 하고 들어오는 거예요.”

- 그럼 우리나라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나요?
“그런데 저는 여기서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게 있잖아요. 우물 안 개구리가 나쁜 말은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전 세계 야구는 메이저리그를 제외하고 보면 다 우물 안 개구리예요. 축구 같은 경우에는 유럽 5대 리그가 있잖아요. 그래서 서로가 각 리그마다 재미가 있고 선수들이 다 이동하잖아요. 그러나 야구는 갈 곳이 메이저리그밖에 없어요. 메이저리그 모든 선수 전 세계에서 좋은 선수들 다 모여 있거든요. 그리고 나머지 리그라고 한다면 일본과 한국 리그밖에 없어요. 우리가 우물에서 탈출해서 망망대해로 나가야 되잖아요. 그 망망대해가 하나밖에 없는데 거기로 가려는 개구리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러니까 경쟁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럼, 우물이라도 아름답게 생태계를 만들면 되는데 우리는 그 우물의 깊이가 갈수록 얇아지는 거죠.”

- 왜 얇아져요?
“우리 고교 야구팀들은 많아졌는데 상대적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팀이 많이 늘어나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요즘에 워낙 출산율이 적다 보니까 야구하려는 아이들도 적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야구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이라든가 테크닉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어도 일본과 미국에 아직 떨어지는 수준이죠. 가령 한국 프로야구의 평균 구속은 예전과 지금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런데 일본 프로야구의 평균 고수가 상당히 높아졌어요. 높아진 이유가 훈련의 첨단화 그리고 예전에 일본 투수는 웨이트 트레이닝 많이 하지 않는데 이제는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일단 공의 구속이 올라갔죠, 일본은 원래 제구가 좋았던 데다가 공의 스피드까지 빨라지는 거예요. 그럼 당연히 우리가 상대하기 어렵겠죠.”

“한국 야구 수준 올라갔는데 일본은 더 올라가”

- 1990년대에 한일 슈퍼게임이 있잖잖아요. 엄청나게 깨진 기억이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프로야구 수준은 똑같나요?
“그때보다 수준이 우리는 많이 올라왔는데 일본은 더 많이 올라간 거예요. 우리는 일본 프로야구만 봐왔는데 우리가 정말 봐야 될 건 대만 프로야구예요. 대만 프로야구가 우리처럼 인기가 꽤 많다가 각종 승부 조작으로 팬들이 외면하는 리그가 됐어요. 우리 프로야구도 왜 팬들이 등을 돌리겠습니까? 선수들이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진 것도 있겠지만 선수들이 그동안에 팬들에게 너무 큰 실망감을 줬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프로야구가 지난해 600만 관중을 넘어서긴 했으나 프로야구 10개 구단 관계자가 인정하듯이 공짜 표 돌리지 않았으면 600만 못 넘었어요. 실질적인 600만도 아니에요. 그러면 우리는 대만 프로야구를 봐야 돼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대만 프로야구처럼 되지 않도록 해야 될까를 고민해야 하거든요.”

- 호주에게 패배한 거잖아요. 호주가 야구하는 나라인가요?
“저도 호주에 가서 직접 취재해 본 적이 있는데 호주는 그렇게 야구가 인기가 있는 나라는 아닙니다. 호주는 럭비나 축구 같은 스포츠가 더 유명한 나라인데 그래도 호주에서 프로야구 해요. 호주 프로야구도 수준이 그렇게 떨어지지 않아요. 비근한 예로 질롱 코리아가 처음에 호주 리그에 참가했을 때 굉장히 자만했었죠. 얼마나 연승을 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는데 연승은 고사하고 팡팡 지다가 한국으로 돌아왔거든요. 그래서 그때 선수들이나 코치 스태프 얘기 들어보면 호주 선수들이 의외로 빠른 공을 던지고 파워가 좋다는 얘기였어요.”

- 호주전에서 강백호 선수가 2루타 치고 어이없게 아웃됐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강백호 선수가 당연히 일부러 그러지 않았을 것이고 그때 너무 기쁘다 보니까 흥분해서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진 것 같은데요. 이게 강백호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를 보게 되면 강백호 선수처럼 플레이 중인데도 발이 떼 져서 세레모니한 선수들이 간혹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왜 문제가 되지 않았냐면 그 상황이 정확히 인플레이 상황인지인지 아닌지 모르는 내야수들이 많았었고 설령 인플레 상황인지 알아도 만약 태그 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치사하다는 얘기를 들을까 봐 못한 선수도 있고 그 상황을 유심히 쳐다보는 내야수도 없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KBO 리그에서 흔히 하는 행위를 강백호 선수가 했는데 그걸 호주 내야수가 아주 잘 캐치하고 태그아웃한 거죠.”

“벌어진 점수 차가 한국과 일본의 야구 격차”

- 그건 기본 중 기본인데 교육이 안 된 건가요?
“당연히 배우죠. 그러나 그런 걸 깜빡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던 리그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똑같은 하던 행동이 나온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기회로 강백호 선수뿐만 아니라 유소년 선수들까지도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을 것 같아요.”

- 보통 한일전은 점수 차이가 얼마 안 나는 데 이번엔 많이 났잖아요. 점수 차가 왜 많이 났을까요?
“사실 2009년 WBC에서도 초반에 한일전은 점수 차이가 컸어요. 벌어진 점수 차가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의 수준의 격차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봅니다.”

- 체코전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제가 봤을 때 체코전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뛰었는데 체코 투수들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죠. 마음 같아서는 체코를 콜드게임으로 이기면 좋을 텐데 체코 투수들 공을 초반에만 두들기고 경기 중반부터 거의 제대로 대응을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체코 투수들의 수준이 높은 건지 한국 타자들의 수준이 낮은 건지 모르죠. 그런데 시간을 돌려서 2021년 도쿄올림픽을 돌아보면 그때도 이스라엘 투수를 상대로 제대로 못 췄거든요. 그런 거 보면 한국 타자들의 수준이 체코에 딱 7점만 뽑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여요. 그게 냉정한 것 같아요.”

- 지금 KBO리그가 10개 구단이잖아요, 이게 실력 저하를 불렀다는 지적도 있던데.
“그런 면이 있죠. 예전 같으면 한 6개 구단 8개 구단만 됐어도 각 구단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액기스 선수들이 가죠. 그런데 이제 구단 수가 늘어나면서 선수는 많이 필요하지만, 그 선수들은 다 A급은 아니고 실력이 좀 떨어지는 선수도 어차피 선수가 필요하니 이 구단 저 구단 가다 보니까 선수들의 질적인 성장보다는 양적인 성장이 된 측면도 많은데요.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10개 구단이 지금 체제가 오히려 선수가 많아지면서 가능성 있는 선수 많아졌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예전에 6개 구단 체제라고 해서 한국 야구가 세계적이었나요. 8개 구단이었다고 해서 야구가 세계적이었나요. 아니었어요. 그건 우리 야구계가 그냥 내놓는 여러 가지 가설 가운데 하나고 오히려 리그가 리그의 구단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야구하겠다는 선수도 늘어날 거 아니에요. 취업의 문이 넓어지니까요, 그리고 예전에는 구단이 적을 때는 가능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라진 선수들이 많아요. 지금은 1군에서 뛸 기회가 많다 보니까 예전처럼 그냥 사장되는 선수들이 많이 줄었죠. 그래서 저는 국제대회 성적과 10개 구단 체제는 아무 연관이 없다고 봅니다.”

“훈련만이 답이라고? 증거 내놔야”

- 해결책 중 하나로 훈련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 하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훈련이 답이라는 사람들한테 얘기하고 싶은 게 뭐냐면 훈련만이 답이라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는 성공했는데요. 그러면 그 지도자를 믿고 따르는 선수가 보통 많은 부상으로 선수 생명이 단축되거나 아니면 그 감독이 떠났을 때 자리를 못 잡고 방황하던 선수가 많아요.
일본이 훈련량이 많아서 우리를 큰 점차로 이겼을까요? 아니에요. 제가 일본 중고등학교를 다 취재해 봤었는데요. 일본 고교야구 명문 팀은 하루에 딱 두 시간 단체 훈련해요. 나머지는 학업과 병행하는 거예요. 오타니 선수 역시도 하루에 고교 시절에 단체 훈련 2시간씩 하고 나머지는 공부한 다음에 자기 훈련을 했거든요. 도대체 훈련이 곧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이론은 어디서 나왔냐는 거죠. 올림픽 같은 데 보면 소방관이라든가 교사라든가 변호사들이 금메달을 따잖아요. 그 사람들 훈련할 시간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근데 우리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진천 선수촌에서 먹고 자고 하잖아요. 그 선수들은 훈련량이 모자라서 그러면 메달을 못 딴 걸까요? 아니에요. 훈련도 양이 아니라 질이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의 그 훈련 지상주의자들이 말하는 건 보통 양이예요. 선수 혹사시킨 게 들통날까 봐 그 선수를 호텔에 처박아 놓은 지도자들이 지금 나와서 훈련만이 답이라는 소리를 하고 있거든요. 그 사람은 그런 얘기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한테 말하고 싶어요. 훈련만이 성과라고 한다면 증거를 내놓으라고요. 호주가 우리처럼 훈련량이 많을까요?”

- 아니요.
“그런데 왜 우리를 이겼을까요. 근본적으로 패배에 대한 원인을 살펴봐야죠. 훈련을 더 많이 해야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선수를 짐승 대시하는 사람들이에요. 자기의 성공을 위해서 선수들을 갈아 넣었던 사람들이에요. 정말 저라면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나는 신이다>보다 더 많은 사람이 볼 거예요.”

- 그러면 기자님이 생각하시는 방안은 뭔가요?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거예요. 이게 뭐냐면 양궁을 예로 들어 양궁 올림픽 메달 종목이에요. 이 종목을 우리가 꼭 금메달 따야 되고 우리가 세계 최고예요라고 한다면 체육계가 총출동해서 머리를 싸매고 경기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고민을 해야 돼요. 그런데 WBC는 거의 다 프로 선수들이 나오잖아요. 그러면 이 국제대회를 위해서 뭔가 준비하는 게 아니라 국제 대회 이벤트잖아요. 이벤트에서 우리가 성적이 나쁠 수도 있고 좋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저는 이 다음번 이벤트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성적을 낼까보다는 우리 KBO 리그를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실력이 늘어나는 리그로 만들어낼지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KBO리그를 더 풍성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국제대회에서 당연히 좋은 성적을 내겠죠. 양궁 같은 경우에는 진짜 올림픽의 모든 인생을 거는데 프로야구 선수들이 인생을 걸어야 할 곳은 WBC가 아니라 KBO 리그거든요. WBC에 실망한 팬들이 계신다면 KBO 리그 보면서 또 재미를 찾으시면 되거든요. 우리가 할 일은 KBO 리그를 세계 정상급 리그로 만들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이 노력해야 하는 거죠.”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