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보안경비원의 하루…"인력난 여전, 지켜진 것 없어" [가봤더니]

-늘어난 공항 수요 대비 보안 경비 인력은 ‘미달’
-보안 경기원 "무늬는 정규직, 현실은 3조 2교대"
-인천공항, “자회사와 노사관계 개입 안 해”
- 공항 내 보안 인력, 항공사 운영과도 직결 

기사승인 2023-05-02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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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보안경비원의 하루…
오전 10시, 많은 인파로 붐비는 인천공항.   사진=조은비 기자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7일까지는 ‘황금연휴’ 기간으로 불린다. 인천공항공사는 이 기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떠나는 국제선 승객이 131만67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8일 오전 10시쯤 인천공항은 승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많은 인파 속의 눈에 띈 이들은 바로 ‘보안 경비원’이었다. 수많은 승객 틈 사이로 분주한 모습이 역력했다. 무전기는 쉴 새 없이 울렸고, 사방으로 바삐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인천공항 보안경비원의 하루…
출국장 앞에 사람들이 모여자 보안 경비원이 관리하는 모습.   사진=조은비 기자 

◇ 늘어난 공항 수요 대비 보안 경비 인력은 ‘미달’

최근 인천공항에서 전자충격기, 총기, 실탄 등 위해물품이 발견되면서 항공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 데다 황금연휴 기간을 맞아 해외로 떠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보안 경비원들은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인천공항의 보안경비 정원은 1729명인데 현재 약 180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천공항 측은 보안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인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들은 아직까지 인력 확충 없이 5월 황금 연휴기간에 대비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18년 넘게 특수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정원(가명·42)씨는 “부족한 보안 경비 인원으로 늘어난 항공 수요를 따라가려니 하루 평균 2만보를 걷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보안경비원의 하루…
인천공항 경비 요원이 제공한 일일 활동량. 

◇ 무늬는 정규직…현실은 3조 2교대  

최씨는 인력 부족 문제의 원인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을 받쳐 주지 못하는 하향 평준화된 처우를 꼽았다. 최 씨를 포함한 보안 경비원(특수경비원)들은 이른바 ‘인국공 사태’의 당사자다. 과거에 용역업체 소속이었던 이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인천공항의 신설 자회사, 인천국제공항보안에 흡수됐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고용은 안정됐지만 업무량은 늘고, 처우 개선은 미미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씨처럼 수십 년간 일해온 노동자들과 2년차 신입들의 월급이 같거나 소폭 차이 난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처우로 기존 인력은 떠나가고, 신규 인력도 채워지지 않을 수밖에 없다.  

최씨는 인천공항에서 기동타격대 소속으로 제1, 2여객터미널 내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일을 처리한다. 이 모든 업무를 ‘3조 2교대’로 감당하는 반면,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은 4조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최씨는 인천국제공항보안 소속 직원들은 최근 경영진들과 내년 제2여객터미널 4단계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4조 2교대로 근무 형태를 바꾸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서는 확답을 얻지 못했다. 

인천공항 보안경비원의 하루…
8명의 보안 경비 인력이 인파를 통제하는 모습.   사진=조은비 기자 

최씨는 부족한 인력이지만, 각 층마다 일정한 장소에 보안 경비 인력이 배치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오를 조금 넘기자 보안 경비원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 연예인을 보기 위해 입국장에 수백 명의 팬들이 모여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보안 경비 인력들이 입국장 주변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보안 경비원들은 연예인을 향해 달려드는 인파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공항 밖까지 인솔했다. 이들은 유명 인사를 인파로부터 지키고, 공항을 찾은 팬들이 다치지 않도록 상황을 통제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인천공항은 세계 서비스 1위 항공사”라며 “음지에서 우리들의 노고가 서비스 1위를 만들었지만, 성과급이나 직접 고용은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최씨를 비롯한 보안 경비원들은 “이번 황금연휴 기간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만큼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황금연휴라 더욱 업무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보안경비원의 하루…
인천공항 보안 경비인력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조은비 기자 

같은 시각 분주한 이들 근처에는 보안 경비원들과 비슷한 복장을 한 이들도 보였다. 이들은 대테러를 담당하는 순경 이상급 경비원으로 인천공항 자회사 소속이 아닌 경찰대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대 소속 경비원들도 인천공항 자회사 경비원들과 똑같이 공항 보안 업무를 담당하지만, 활동 반경에는 큰 차이가 있어 보였다.  

그동안 공항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인천공항 자회사 소속 보안 경비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던 반면, 경찰대 소속 경비원들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보안경비원의 하루…
인천공항에서 환자가 발생해 보안 경비원들이 응급처치를 하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인천공항 보안경비원의 하루…
인천공항에서 환자가 발생해 보안 경비원들이 소방대원과 함께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인천공항 보안경비원의 하루…
인천공항에서 쓰러진 외국인 승객을 소방대원과 함께 처치하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 “인천공항 자회사지만, 본사는 노사관계 개입 안 해”  

현행 노동법상 인천공항은 직접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회사의 노사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천공항공사는 자회사의 부족한 인력에 대한 신규 채용 계획, 인건비 등을 결정하지만 자회사 노동조합과는 교섭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2017년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모자회사 노사공동운영 협의를 만들자는 의견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단체교섭권은 갖춰져 있지 않지만, 자회사 노동조합이 포함된 공식적인 협의회를 만들어 운영 노동 조건을 협의하도록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인천공항지역지부 노조는 교섭을 수없이 시도했다고 전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아니니 권한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인천공항 보안경비원의 하루…
보안 경비원에게 탑승 정보를 묻는 승객들.   사진=조은비 기자 

 ◇ 공항 내 보안 인력, 항공사 운영과도 직결된 문제  

20년 넘게 인천공항에서 보안 경비원으로 일하는 허서원(가명·47)씨는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들이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서는 비용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경비 인력은 인천공항을 운영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책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우리와는 한 번도 대화하지 않고, 현장 상황과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데 무엇이 개선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7일 황금연휴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해 시설과 인력 확충 대비를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보안 경비원들은 “보안 경비 인원을 충원했다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최근 보안 검색대에서 위해물품을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질타받자 줄였던 검색 보안요원을 이전처럼 늘려주겠다고 했지만, 경비 인원 충원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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