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페이퍼컴퍼니에 ‘부글부글’...일감 줄어 지역업체 경영난 악화

입력 2023-06-27 11: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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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페이퍼컴퍼니에 ‘부글부글’...일감 줄어 지역업체 경영난 악화
사진=강원 태백시청 시민게시판 캡쳐.
강원 태백시에 최근 부적격 건설업체인 일명 ‘페이퍼컴퍼니’가 늘고 있어 관련업계는 물론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태백시청 시민게시판에는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회사를 방문한 경험담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전문업체에 공사를 의뢰하려고 방문했더니 사무실이 텅 비어있었다”며 “부도가 났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 빈 사무실이려니 하고 나오다가 주변에 물어보니 타지역에서 면허를 가지고 와서 입찰도 여러 건이나 된 잘나가는 업체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업체가 유령처럼 들어와 태백시 예산만 쏙 빼먹고 가버린다면 가당키나 한 것인가”라며 “시가 수시로 점검을 해 이런 업체에게 입찰제한이라든지 어떤 식으로든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취재진이 시 담당공무원과 제보가 들어온 두 곳의 업체를 방문해 보니 외벽에 그럴듯한 간판만 있고 사무공간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A회사의 경우 사무기기 위로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고 문서 등 종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또 다른 B회사는 가정집 같은 곳에 건강원에서나 볼 수 있는 즙 짜는 기계만 있고 역시 사무기기 등은 찾기 어려웠다.

지역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C씨는 “페이퍼컴퍼니로 인해 입찰 확률이 떨어지고 장비도 지역 장비도 아닌 외지 장비를 불러 쓴다. 심하게는 볼펜 등 사무용품이나 가구도 지역에서 구입하지 않는다”며 지역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호소했다.

이들 페이퍼컴퍼니들은 지역에 면허를 상주시키거나 아니면 입찰 직전에 업체 등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시에서 첫 실사를 할 때만 보여주기식으로 사무실 요건을 갖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한편 앞서 이상호 태백시장은 물리적인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를 가려 내기 위해 담당부서에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건설업 등록기준 충족 여부를 상시 단속하여 관내에 주소만 둔 페이퍼컴퍼니의 수주를 뿌리 뽑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백=김태식 기자 newsenv@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