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구단서 나온 배트 폭력…체육계에 만연한 악폐습

기사승인 2023-07-17 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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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구단서 나온 배트 폭력…체육계에 만연한 악폐습
SSG퓨처스파크 전경. SSG 랜더스 SNS

최근 프로야구 선수단 내부에서 폭행과 집단 가혹 행위가 일어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자취를 감추는 것만 같았던 체육계 악폐습 논란도 다시 대두되고 있다.

SSG 구단은 “12일 자체 징계 위원회를 열고 최근 배트 체벌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이원준에 대해 퇴단을 결정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구단에 따르면 지난 6일 SSG 2군 선수단이 머무는 인천 강화랜더스필드에서 A선수가 올해 신인인 B선수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B선수를 제외한 후배들을 모아놓고 단체 얼차려를 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이원준은 자신이 B선수 때문에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판단해 야구 배트로 B선수를 2대 때렸다. 이원준의 폭행 후에는 단체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은 D선수가 또 후배들에게 집단 얼차려를 이어갔다.

이후 퓨처스팀 코치가 우연히 B선수의 몸상태를 확인하다가 선수들의 가혹 행위를 뒤늦게 알고 구단에 보고했고, SSG 구단은 이를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SSG 구단은 배트로 후배를 폭행한 이원준의 행동이 프로야구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가장 강력한 제재인 퇴단 조치를 내린 동시에 KBO에 이원준의 웨이버 공시도 요청했다. 또한 얼차려를 지시한 나머지 2명(A, D선수)에 대해서는 KBO 상벌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 전했다.

이원준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로 남게 됐다. 2020년 5월 SSG 전신인 SK 와이번스의 훈련장 강화 퓨처스필드에서 당시 2군 소속이던 선수들이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 등 일탈을 했고, 2군 고참급 선수들이 물의를 빚은 선수들에게 물리적인 체벌을 가했다. 당시 3년 차 이원준은 체벌을 당한 많은 후배 중 한 명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체육계에는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2020년에 故 최숙현 사건으로 인해 스포츠 선수들의 인권 중요성이 대두됐다. 또 이듬해에는 스포츠 스타들의 학창 시절 ‘학교 폭력’을 저질렀던 일들이 공론화되며 가혹 행위 등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체육계의 악폐습은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체육계에서 폭력이 만연한 주된 이유로는 ‘성적 지상주의’가 꼽힌다. 그동안 한국 체육계는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있었다. 좋은 학교나 좋은 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지도자는 물론 선수까지 나서 폭력을 사용해 왔다.

합숙 문화도 체육계 악습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폭력과 체벌, 성추행 등 인권 유린은 대부분 숙소 현장에서 이뤄지거나 시작됐다. 선수들이 함께 생활 하다보니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선수단의 결속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폐쇄적인 공간이라 온갖 악폐습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이전과 비교해 체육계에서 악폐습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암암리에서는 여전히 악행이 진행되는 듯하다”라며 “결국에 성적을 위해서라면 ‘매가 약’이라는 인식은 한국 체육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부분에서 바뀌어 나가야 하지만, 결국엔 당사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자신도 모르게 한 폭력과 폭언이 언제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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