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고 싶은, 그러나 피할 수 없는 ‘D.P.2’ [더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3-07-18 19: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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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고 싶은, 그러나 피할 수 없는 ‘D.P.2’ [더 볼까말까]
‘D.P.’ 시즌2 스틸. 넷플릭스

일본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김루리(문상훈) 일병은 부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한다. 욕설과 주먹질은 기본이고, 상관들이 그를 벌레 취급하며 코앞에서 해충 약을 뿌리기도 한다. 친구 조석봉(조현철) 일병이 상관들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탈영했다가 끝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뉴스를 보며, 루리는 얼이 빠진 채 중얼거린다. “뭐라도 해야지.” 힘없는 말소리를 격렬한 총격 소리가 뒤따른다. 눈 뜨고 보기 힘든 비극이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만 한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오는 2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시즌2를 볼 일이다.

동명 웹툰을 각색한 ‘D.P.’는 군무 이탈 체포조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 탈영 병사들을 쫓으며 군대 내 부조리를 맞닥뜨리는 이야기. 2021년 세상에 나온 시즌1은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받았다. 쿠키뉴스가 미리 본 시즌2 1~4화(전체 시리즈 중 7~10화)는 시즌1보다 무겁고 어두웠다. 사건이 크고 심각해서만은 아니다. 준호와 호열은 조석봉 사건 이후 저마다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순식간에 뒤바뀌고, 방관자와 피해자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시청자들은 그렇게 ‘D.P.’ 시리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한다.

시즌1에 이어 또 한 번 각색과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한층 대담하게 이야기 규모를 키웠다. 그가 겨눈 총구는 시스템을 향한다. 자신이 곧 시스템이라고 믿는 육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지진희)과 시스템에 길든 국군본부 군수사관 오민우(정석용), 시스템에 복종하다가 의문을 갖게 된 국군본부 법무장교 서은(김지현) 등 새 인물들을 통해서다. 시즌1에서 내내 충돌하던 박범구(김성균) 중사와 임지섭(손석구) 대위는 준호·호열 못지않은 티키타카를 보여준다. 한 감독은 18일 제작발표회에서 “지섭·준호, 범구·호열이 합을 맞추는 에피소드도 있다. 대본을 쓰면서 자연스레 이런 관계가 생겼다”며 “작품이 생명체로 느껴졌다. 작품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우리가 따라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피하고 싶은, 그러나 피할 수 없는 ‘D.P.2’ [더 볼까말까]
‘D.P.’ 시즌2 스틸. 넷플릭스

더 볼까

당연하지 말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D.P.’ 시리즈는 시청자를 빨아들이는 힘을 가진다. 그렇다고 작품이 메시지에 치우쳐 오락적 요소를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사연에 따라 버디물, 코미디, 액션, 공포, 사회고발, 심지어 뮤지컬까지 오가며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선사한다. 네 주연배우와 새로 합류한 지진희·정석용·김지현은 물론, 유튜브 스타 문상훈, 뮤지컬 배우 배나라, 신예 최현욱과 임성재 등 각 에피소드를 이끄는 배우들도 돋보인다. 드라마를 본 뒤 ‘저 배우 누구야’라며 검색창에 ‘D.P.’를 검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작품은 대체로 어둡고 우울하지만, 시즌1에 등장했던 배우를 시즌2에서 발견하는 순간에는 희미하게나마 향상심을 느낄 것이다.

그만 볼까

현실에 지쳐 위안을 얻고 싶다면 ‘D.P.’ 시즌2는 시작도 하지 말자. 작품 속 군 부대의 폐쇄적인 분위기와 상명하복 질서가 숨통을 조여올지도 모른다. 폭력 묘사는 시즌1보다 덜하지만 욕설 수위는 여전히 높다. 시즌1을 아직 보지 않은 시청자는 캐릭터들 간 역학관계가 쉽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D.P.’의 세계에 들어오고 싶다면 일단 시즌1부터 정주행하고 돌아오시길.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