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 1호점 오픈런…“방금 산 한정판 리셀 좀” [가봤더니]

슈프림 1호점 오픈…아시아 두 번째
사전 예약 시스템에도 긴 줄 이어져
“국내 짝퉁 제품 단속 나설 수도”

기사승인 2023-08-19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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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프림 1호점 오픈런…“방금 산 한정판 리셀 좀” [가봤더니]
11시 오픈 전 사전 예약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사진=안세진 기자
슈프림 1호점 오픈런…“방금 산 한정판 리셀 좀” [가봤더니]
사진=안세진 기자

“예약 성공했는데 어디로 가서 줄을 서면 되나요?”

미국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이 19일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에 한국 첫 매장을 선보였다. 오전 11시 오픈 전 뜨거운 햇빛에도 불구하고 긴 줄이 도산공원 앞에 길게 늘어섰다. 

슈프림은 1994년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창업자는 제임스 제비아다. 설립 28년이 지났지만 매장이 있는 국가는 미국·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 6곳에 불과하다. 이번 도산점으로 인해 한국은 슈프림 매장을 보유한 7번째 나라가 됐다.

현장엔 안전요원들도 여럿 있었다. 매장이 위치한 구역이 차량 이동이 많은 좁은 골목이다 보니 이들의 역할이 필수적이었다. 전날 QR코드를 통해 사전예약을 받았지만 시간대별 입장고객뿐만 아니라 당일 현장 입장을 하고자 하는 소비자들도 섞여 더욱 복잡했다.

슈프림 1호점 오픈런…“방금 산 한정판 리셀 좀” [가봤더니]
슈프림 1호점 첫 번째 방문객이 포즈를 취하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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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프림 관계자가 국내 한정판 무궁화 티셔츠를 입고 있다.   사진=안세진 기자

오전 11시. 본격적인 입장이 시작됐다. 가드들은 사람이 많은 만큼 안전에 유의해 천천히 앞 사람을 따라 움직이라고 요청했다. 사전예약에 성공한 5명이 순차적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방문객이 양손을 높이 하늘로 찌르는 포즈를 취하며 뒤를 돌아봤다. 작은 환호가 들려왔다,

이날 소비자들이 이렇게 ‘오픈런’을 하는 이유는 국내 한정판 제품 때문이다. 슈프림은 한국 한정 티셔츠와 후드를 선보였다. 제품 앞면에는 한국 국기의 파란색을 배경으로 한 슈프림 로고가, 뒷면에는 국화 무궁화가 그려져 있었다. 슈프림 매장 앞 도산공원에는 태극기와 무궁화가 바람이 흔들리고 있었다. 슈프림 도산점도 이를 보고 영감을 받은 것이었을까.

슈프림 1호점 오픈런…“방금 산 한정판 리셀 좀” [가봤더니]
입장 고객들이 구매한 슈프림 제품들을 들고 나오고 있다.   사진=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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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입장했던 오모씨(34)가 커다른 슈프림 쇼핑백 서너 개를 들고 매장을 나왔다. 330만원어치를 구매했다고 한다. 그를 둘러싸고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리셀 제안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들의 손에는 지폐 여러 장이 들려 있었다. 관광 가이드는 리셀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지만 오모씨는 개인 소장용이라며 정중히 거절했다.

기자의 질문에 오모씨는 “미국 유학생활 시절 슈프림 가방을 사게 되면서 처음 슈프림 브랜드에 빠졌다”며 “한국의 첫 번째 슈프림 매장 오픈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첫 번째 고객으로써 세레모니를 하게 되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슈프림은 언더에 있던 스트리트 문화를 오버로 끌어올린 패션 브랜드”라며 “국내에도 진출하고자 했지만 그간 상표 문제가 있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이번에 진출에 성공하게 되었는데 해외에서의 혼잡 문제 등을 사전 예약 시스템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해 들어온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 최모씨(32)는 “한국에서 오프라인으로 슈프림 제품을 살 수 있게 되어서 좋다”며 “가격은 한국과 미국 가격이 비슷한 것 같다. 한정판 제품의 경우 구매제한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제한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의 경우 직원들이 불친절한데 한국은 굉장히 친절했다”며 “사이즈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는 등 고객 응대가 좋았다. 아마 문화 차이 때문이지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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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짝퉁 문화, 슈프림 대응 나설까

그간 국내에서는 슈프림 본사의 상표권이 등록돼 있지 않아 짝퉁 제품이 버젓이 유통됐으나 단속할 근거가 없었다. 실제 쿠키뉴스가 상표권 등록 여부를 알 수 있는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슈프림(SUPREME)'을 검색해본 결과 다수의 국내 업체가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슈프림과 비슷한 로고와 색상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상표권 등록으로 국내에서 법적 보호를 받게 돼 가품 단속 제재가 강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앞서 슈프림을 운영하는 챕터4 코프는 지난해 9월2일 특허청으로부터 슈프림 상표권 출원 공고를 받았다. 출원공고는 심사 결과, 상표 등록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고지된 날로부터 2개월간 이의신청이 없으면 상표권이 등록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슈프림이 한국에 진출했다고 해서 짝퉁 제품이 더 늘거나, 반대로 줄지도 않을 것”이라며 “일단 리셀 플랫폼들이 그간 짝퉁 문화 개선을 위해 시스템 정비를 이어나간 만큼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리셀가는 지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진출로 인해 앞으로 슈프림의 홍보 마케팅 등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상표 관련 문제로 이제야 한국 진출을 한 슈프림 입장에서 짝퉁과의 직접적인 대응을 해나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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