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읽어보나” 의심하던 정유정…한달 만에 반성문 6번

기사승인 2023-08-27 10: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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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읽어보나” 의심하던 정유정…한달 만에 반성문 6번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지난 6월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과외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또래 여성 피해자를 물색해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23)이 최근 한달 동안 6차례나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지난달 14일 열었고, 이어 오는 28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정유정은 첫 공판준비기일에 앞서 국선 변호인 선임을 취소하고 사선 변호인을 선임한 데 이어 본인이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는데도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유정이 지난달 7일 처음 제출한 반성문을 언급하며 “반성문 페이지마다 본인이 쓴 반성문을 판사가 읽어볼까 의심하며 썼던데, 반성문을 제출하면 판사가 반성문을 구체적으로 다 읽어본다”며 “본인이 써낼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써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유정에게 본인의 출생과 성장 과정, 범행 당시 심경과 범행을 결의한 계기, 할아버지와 가족 사항, 반성문에 담긴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등을 제출하라고 했다.

이후 정유정은 최근 한 달여 동안 재판부에 5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추가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습이 ‘인정 욕구’ 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판사의 지시에 순응하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정유정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등 어른들에게 무시당해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아주 강력한데 판사가 반성문을 통해 본인의 그런 욕구를 알아봐 준 것”이라며 “실제로 정유정이 본인의 범행을 반성하고 있을 개연성도 있지만, ’경계적 성격장애’ 성향도 보이기 때문에 반성하는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